[Y리뷰] 앙상한 이야기와 빈약한 캐릭터…‘천박사’ 반쪽짜리 강동원 사용법

[Y리뷰] 앙상한 이야기와 빈약한 캐릭터…‘천박사’ 반쪽짜리 강동원 사용법

2023.09.20.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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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앙상한 이야기와 빈약한 캐릭터…‘천박사’ 반쪽짜리 강동원 사용법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틸컷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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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뿐인 서사와 허술한 개연성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앙상하고, 빈약한 캐릭터에 올라선 배우들의 고군분투는 안쓰러울 정도로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이야기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천박사’는 대대로 마을을 지켜온 최고의 무당집 장손인 천박사(강동원)이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의 의뢰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각종 예고편과 포스터, 시놉시스를 통해 천박사가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라고 설명된 것과 달리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이것이 그저 예비 관객의 흥미 유발 위한 눈속임이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명확하면서도 선명한 선과 악의 구분, 여러 난관과 위기 끝에 악인을 처단하는 주인공과 조력자들의 모험. 대중 오락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천박사’는 별도의 해설이나 주석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쉬운’ 영화다. 하지만 그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쉬울 뿐, 서사와 캐릭터 그 어디에서도 재미와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유경 없이는 귀신을 볼 수 없고, 할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검조차 두 동강이 난 천박사는 여러모로 ‘반쪽짜리’ 퇴마사다. 영화는 ‘반 쪽’에 불과했던 천박사가 온전한 하나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 ⓒCJ ENM

‘주인공은 결국 승리한다’는 공식에는 충실하지만, ‘어떻게’라는 과정이 생략된 탓에, 영화는 10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그 어떠한 긴장감이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반대쪽에 서 있는 악당 범천(허준호) 역시 마찬가지다. 중심 서사와 그를 움직이는 동기 등 캐릭터에 대한 모든 설명이 겉핥기에 머무르는 탓에, 관객은 캐릭터에 몰입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덕분에 시종일관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는 허준호 배우의 에너지는 작품에 녹아들지 못한 채 허공에서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천박사의 조력자로 이동휘 배우가 맡은 ‘인배’ 캐릭터 또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다. 극을 가로지르는 오컬트와 미스터리 사이에서 시종일관 가벼운 유머로 ‘잽’을 날리는 그는 영화의 코믹 요소를 더한다. 덕분에 누군가는 영화가 한층 더 풍부해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르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며 극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틸컷 ⓒCJ ENM

CG 역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인기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 만큼, 영화는 만화적인 요소들로 가득 찼지만 시각적인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못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속에서 가짜 퇴마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인배가 보여주는 특수효과가 실제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보다 흥미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숱한 단점과 약점 사이에서도 배우들의 고투는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던 허준호 배우를 비롯해 작품의 얼굴인 강동원 배우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그간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을 통해 능글맞은 캐릭터를 보기 좋게 소화했던 그는 이번에도 여유 있게 천박사를 소화하며 제 몫을 다한다.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설명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장기와 매력을 보기 좋게 끌어냈다.

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배우들의 악전고투가 작품의 강점으로까지 확장하지는 못한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김성식 감독 연출. 강동원,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등 출연. 러닝타임 98분. 12세 관람가. 2023년 9월 27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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