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연인' 량음 김윤우 "길채 속였다고 가족에게도 원망 들어"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파트3도 한다면 정말 하고 싶죠. 역할 주시면 크든 작든 무조건 받습니다."

올해 방송가는 드라마 '연인'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소리꾼 량음을 연기한 배우 김윤우 씨는 최근 YTN과 만나 "출연 자체가 행운이었다"며 끝나지 않은 여운을 전했다.

'연인'은 병자호란 속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희망을 일군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의 닿을 듯 닿지 않는 절절한 사랑이 매회 화제였다. 여름에 시작한 '연인' 파트1과 2는 그 사이 한 달 여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첫 회에 강렬하게 뒷 모습만 등장했던 '백발의 광인'이 누구인지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터. 마지막에서야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는 다름 아닌 '량음'이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 장현을 연모하는 동성애를 보여줬는데, 한 발 나아가 길채에게 "장현이 죽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두 사람을 갈라 놓는 장본인이다.

"량음의 거짓말 후폭풍이 그렇게 클 줄 몰랐어요. 가족들도 그 장면을 보자마자 '왜 그랬냐'며 제게 원망 섞인 말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진짜 량음이었다고 해도 거짓말을 했을 겁니다. 모든 건 사랑을 위한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러다 결국엔 량음처럼 장현을 놓아주지 않았을까요?"

장현과 길채가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다다르는 명대사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가 큰 화제가 된 것에 대해 묻자, 김윤우 씨는 "제가 그걸 옆에서 안 들었으니 망정이지, 들었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났을 거다. 화를 돋우는 대사가 참 많았다"며 웃었다.

'연인'은 촬영 기간만 일 년이었다. 배우들은 유독 바깥 촬영이 많아 고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올해 데뷔 3년 차인 김윤우 씨에게는 모든 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고생은 했지만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해 감사하죠. 량음은 성격이 딥(deep)해서 힘들긴 했지만, 그런 표현이 더 잘 된 건 좋은 현장 분위기가 한 몫했어요.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연기할 때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량음은 다재다능하죠. 만주어도 구사하고 승마, 무술, 노래도 잘하고요.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재주꾼 량음이지만, 정작 배우로서 김윤우 씨는 내향적인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연기 학원이 부끄러워서 개인레슨을 받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슛'이 들어갈 때 만큼은 집중력이 발휘된다. '컷'하면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편"이라고 했다.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수 많은 스태프들 앞에서 긴 노래를 혼자 불러야 했던 순간도 회상했다. 그는 "이번 연기를 위해 소리를 배우러 다녔다. 극중 노래를 직접 불렀다. 물론 꺾는 기술 같은 건 단기간에 습득이 어려워 전문 소리꾼의 목소리를 섞기도 했다. 노래를 잘 하지도, 평소 해본 적도 별로 없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선배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따듯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첫 사극 출연인데 브로맨스를 넘어 조선시대 동성애 연기였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보기 드문 역할이긴 했다. 레퍼런스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감정선을 잡으려 고민을 많이 했다. 과하면 부담스럽고, 아예 안 보여도 문제라 중립을 지키려고 했다.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사진=MBC

가장 촬영을 함께 많이 한 상대역 남궁민 씨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제가 신인인데 대선배님과 계속 붙어 나와야 했던 거죠. 남궁민 선배님이 제게 먼저 다가와 주셨고, 연기적인 감정이 들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특히 '이 장면은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주셔서 장면들이 더 풍성해질 수 있었어요."

극중 여인들이 '길은방종'(길채+은애+방두네+종종이) 사총사였다면, 김윤우 씨에겐 든든한 ‘장구량'(장현+구잠+량음) 삼총사가 있었다. 그는 "첫 촬영 전만 해도 걱정은 많았다. '셋이 합도 맞춰본 적 없고 다 초면인데 우리가 과연 어울릴까?' 싶었던 거다. 하지만 나중에 모니터를 보니 너무 잘 어우러지고 잘 스며들었더라. 첫 씬 찍은 이후로 조금 더 각자의 개성을 살려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제게 량음이 주는 의미는 정말 크고 특별해요. 이제는 상투를 틀지 않고 한복을 벗은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해요. 사복 입는 것 자체가 이상할 지경에 이르렀죠. 매일 량음으로 살아서인지 지금은 참 허전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연기적으로 더 정비해서 다음 작품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김윤우, 많이 기대해 주세요."


YTN 공영주 (gj920@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