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2023.12.02.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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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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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에게 제일 무서운 시사는 언론배급시사회예요(웃음). 기자분들은 늘 분석하며 보느라 조용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눈물도 많이 흘리고 하시더라고요. 영화 개봉하면 관객들 역시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카타르시스 정화가 돼서 나가면 좋겠어요."

정식 개봉에 앞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화 '3일의 휴가' 언론배급시사회는 이례적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현실적인 모녀의 이야기로 쉴 새 없이 공감을 자극했기 때문. 연출을 맡은 육상효 감독 역시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관객들 역시 많이 공감하고 힐링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3일의 휴가'는 '방가? 방가!',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등으로 사랑받은 육상효 감독이 2019년 '나의 특별한 형제'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 분)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 분)의 이야기를 그리며,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YTN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육상효 감독을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는 육 감독은 무려 3년 만에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며, 연출 의도와 캐스팅 비하인드 등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 "아름다운 풍광과 다채로운 표정,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

영화의 주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은 배우 김해숙 씨와 신민아 씨다. 김해숙 씨가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를, 신민아 씨가 시골집으로 돌아온 딸 '진주'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이 모녀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두 배우 모두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결을 달리하는 연기 변신에 도전한 점도 인상적이다.

"김해숙 씨는 엄마 역할을 꾸준히 하면서도 영화에서는 계속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오셨기에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진주'는 시골 들판에 서 있는 모네의 그림을 생각했어요. 도시적인 이미지의 배우가 필요했고, 신민아 씨도 이런 역할을 한 적이 없어 흥미로운 도전이 된다고 생각했죠."

배우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주문한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높다. 김해숙 씨의 경우 초반에는 감독이 생각한 것보다 강하게 연기했지만 이후 밸런스를 잡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만족한다는 반응. 신민아 씨에 대해서도 새로운 지점들을 발견했다며 풍경과 함께 인물들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표정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된다고 짚었다.

"신민아 씨가 어머니의 일기를 읽는 장면을 세트에서 찍었어요. 녹음을 하면서 보니까 약간 메마른 것 같으면서도 감수성 있는 목소리가 억제된 슬픔을 표현하기에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들이 이 영화의 자산이잖아요. 다양한 장면에서 배우가 귀엽고 매력적으로 나오기를 바랐는데 시골집에서 커피콩 볶을 때 장면이 마치 CF처럼 아름답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고, 본인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영화는 공감 가는 모녀의 이야기로 눈물을 쏙 빼놓지만, 러닝타임 내내 슬픔에 침식되지 않게 하는 것이 매력이다. 그만큼 담백하고, 주조연급 배우들을 통해 적절한 웃음을 배분하며 영화의 완급을 조절했다. 두 모녀의 주변 인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강기영 씨와 황보라 씨의 역할이 컸고, 육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강기영 씨가 눈에 많이 띄었어요. 늘 좋은 코미디를 하는 배우들을 눈여겨보는데, 강기영 씨는 좋은 타이밍과 발성, 감각이 있어요. 제의를 했는데 금방 한다고 답해줘서 좋았죠. 황보라 씨는 차갑고 말수도 별로 없는 '진주'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성을 표현하는데 적합할 것 같아 제안하게 됐어요."

[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 "CG·특수효과 거의 쓰지 않은 이유? 자연스러움 원해"

영화는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지만, 판타지 설정을 화려한 CG나 특수 효과로 표현하지 않고 일상적인 톤으로 채운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하늘에서 온 엄마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혼잣말을 하는 진주의 모습이나 저승사자가 아니라 여행사 직원처럼 보이는 천상 가이드의 모습 등이 이색적인 재미를 유발한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했기 때문에 수공업적으로 만들기로 했죠. 그래서 유령에 대해서도 다른 효과를 거의 쓰지 않았고, 의상은 살아있는 사람의 복장과 유사하게 했어요. 김해숙 씨의 복장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의 단정한 자주색 코트, 강기영 씨는 공항에서 여행객들을 인솔하는 여행사 직원 같은 단정한 양복으로 정한 이유죠."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는 볼거리도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진주가 운영하는 백반집은 강원도 정선의 시골집을 장소 헌팅해 촬영했다. 진주가 엄마를 추억하며 만드는 요리는 기교나 컬러감을 살리기보다는 사실적인 손맛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둬 맛깔나는 장면을 완성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은 보이지 않는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것들이다.

"날씨는 맑고 좋았지만, 강원도의 겨울은 너무 추워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감기 걸릴까 봐 감독 입장에서는 늘 조마조마했죠. 신민아 씨가 냇가에서 절규하는 장면을 찍을 때가 정말 추웠어요. 화덕이 나오는데 연출부에 화덕 담당이 있었어요. 원시 부족사회처럼 매일 아침 불을 피워줬고, 앞에 있으면 눈이 매워 김해숙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촬영 현장에서의 여러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한 신 한 신이 모두 소중하다. 그럼에도 연출로서 가장 애정 하는 신은 분명 있다고 밝혔다. 두 모녀가 한 공간에서 만두를 먹는 장면이다. 매운 걸 못 먹는 딸을 위해 소에 무를 넣은 만두를 먹는 엄마, 그런 엄마를 추억하며 만두를 먹는 딸의 모습이 한 공간 안에 담겨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장면이다.

"합성 없이 만든 장면이에요. 같은 시간에 촬영했지만 한 쪽은 아침 조명, 다른 한쪽은 저녁 조명을 써서 다른 느낌을 냈죠. 수공업적인 콘셉트를 잘 지켜낸 장면이죠. 또 제가 기다리는 장면은 네 사람이 강변길을 걸어가는 신과 버스터미널 신이에요. 시골 장면에 세련된 재즈음악인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Don't know why)'가 어우러져 감성적인 효과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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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 생각 많이 나…가족에게 표현 많이 하길"

작품에는 연출자의 생각이나 경험이 녹아들기 마련이다.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육 감독이 어머니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도 있는지 궁금했다. 육 감독은 지난 7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밝히며 먹먹해했다. 12월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후반작업을 진행하며 여러 종류의 시사를 할 때마다 감독도 많이 울고,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보면 복자가 써둔 메모장이 있어요. 나중에 진주가 그걸 보고 울죠. 저희 어머니가 했던 걸 따라 한 건 아닌데, 저희 어머니도 늘 뭔가를 써두곤 하셨어요. 촬영할 때는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니 직접 써달라고 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삐뚤빼뚤한 글씨가 필요한데 김해숙 선생님은 실제로 글씨를 너무 예쁘게 쓰시거든요. 시간이 없어 어머니께 부탁하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니 다시 생각이 납니다."

'3일의 휴가'는 두 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육 감독은 마냥 슬픈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감정이 이해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고, 가족 간에 서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육 감독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돼요. 가장 기본적인 유닛 단위로서 가족이 있고, 모든 삶이 거기서 끝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떠날 때 다 가족과 있잖아요. 하지만 꼭 피를 나눠야 가족이라 생각하진 않죠. 결혼도 사랑해서 만든 가족이듯이, 친구나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서로 위하면 가족이 될 수 있는거죠."

1994년 단편영화 '슬픈 열대'로 입봉한 육 감독은 30년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에 매진해왔다. 특유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을 선보였고, 교수로 재직 중인 인하대학교에서 안식년에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내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기에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계속 뭔가를 쓰는 편이에요. 매일의 루틴이죠. 글을 쓰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훈련도 많이 되죠. 글을 쓰는 한 작품을 못하고 있어도 내 영화를 상상하고 있으니 활동력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고 누군가에게 보여줬을 때 재미있다고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코미디나 휴먼드라마 정도를 생각하며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Y터뷰]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모든 삶의 끝엔 가족…표현 많이 하세요"

육상효 감독의 신작 영화 '3일의 휴가'는 오는 6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제공 = 쇼박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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