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야기는 만드는 게 아닌 만나는 것"…장재현 감독, '파묘'를 만나다

[Y터뷰] "이야기는 만드는 게 아닌 만나는 것"…장재현 감독, '파묘'를 만나다

2024.02.2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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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야기는 만드는 게 아닌 만나는 것"…장재현 감독, '파묘'를 만나다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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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창동 감독님에게 배운 것이 있는데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난다'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풍수사와 장의사를 만나고 묘를 옮기는 이장을 15차례 따라다니면서 우리 땅에 있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파묘' 해보고 싶었습니다. "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통해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장재현 감독이 세 번째 영화 '파묘'로 돌아왔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당일에만 33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YTN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이날 오후,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과 서울시 종로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민식 씨를 비롯해 김고은·유해진·이도현 씨 등 걸출한 출연진이 '파묘'에서 활약하는바, 장재현 감독은 쟁쟁한 배우들 덕분에 높은 예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먼저 전했다.

'파묘'는 제목 그대로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 이장 현장에 15차례나 동행했다는 그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어떤 이야기도 만날 수 없다. 항상 레이더를 켜고 움직이면서 현장을 다녀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소재에 접근할 때 그것의 겉모습만 본뜨기보다는 핵심을 보려고 한다. '파묘'는 과거의 것을 들추어서 잘못된 것을 꺼내 없앤다는 핵심이 있다고 느꼈다"라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 피해자였다. 발바닥에 박혀 있는 티눈을 꺼내어 제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처를 영화로 '파묘'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이며 작품의 의도를 전했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을 보며 '파묘'의 방향성을 전면 수정했다는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포와 무서움보다는 '개운함'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관객들이 우울하게 극장을 나오지 않고 화끈하고 익사이팅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다. 때문에 플롯부터 주인공까지 모두 바꿨고, 공포영화가 지닌 기존의 문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파묘'를 공포를 앞세운 유령 영화가 아닌 긴장감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화끈한 영화로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파묘'를 통해 최근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전 세계 영화인과 먼저 만났던 그는 자신을 두고 '오리엔탈 그로테스크 신비주의 감독'이라고 표현하는 한 외신 기자와 만난 뒤 감독으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본인 역시 자신의 영화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에 어려웠다는 그는 "신비주의와 그로테스크함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딱 맞는 표현이었다. 공포보다는 긴장감과 신비주의 속에서 저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싶다"라며 "감독으로서 발전했다는 말이 저에게는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다. 흥행에 성공해도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싶다"라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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