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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인연이 남기고 간 빈 자리는 짙은 흔적으로 결코 지워지지 않고, 다른 누군가로 쉽게 채워질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또 내일로 나아간다.
성별과 나이, 인종을 초월해 삶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고요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마음에 짙게 스며드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마침내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의 첫 데뷔작인 이번 작품은 지난해 1월 개최된 39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현지 매체, 평론가,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올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58회 전미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 제33회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수상하고 미국 독립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75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운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영화가 이토록 전 세계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는 이유는 셀린 송 감독이 전하는 이야기가 지닌 힘에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인연'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사려 깊고 햇살처럼 포근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인연의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리거나 결코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관객의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도록 폭넓은 가능성도 함께 열어놓는다.
두 주인공인 나영과 해성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와 문장들은 짧은 감탄사마저도 그 자체로 의미를 품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허투로 짜인 씬도 없고, 허투루 쓰여진 대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이나 정교하고 높은 밀도로 작품을 구축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흠 잡을 곳이 없이 훌륭하다.
세련되고 마치 모던한 귀공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유태오 씨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고장난 것처럼 얼어버리는 소심한 모습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발걸음과 손동작 하나에서조차 풋풋한 설렘을 표현한 그는 해성 그 자체로 보인다. 특히 '만감'(萬感)이 교차한다는 표현처럼 복잡미묘한 심정을 표정에 고스란히 구현한 그의 연기력은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강한 성취욕을 지니고 있는 나영 역할의 그레타 리의 연기 또한 빼어나다. 해성을 다시 만나 강렬한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이를 애써 외면하려는 복잡한 심리를 그레타 리는 막힘없이 소화해 내며 캐릭터를 제 것으로 완성했다.
인연과 운명,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삶과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상, 그리고 사랑까지. '패스트 라이브즈'는 일반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세련되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관객을 처음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영화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줄 것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연출.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출연.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4년 3월 6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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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과 나이, 인종을 초월해 삶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고요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마음에 짙게 스며드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마침내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의 첫 데뷔작인 이번 작품은 지난해 1월 개최된 39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현지 매체, 평론가,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올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58회 전미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 제33회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수상하고 미국 독립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75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운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영화가 이토록 전 세계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는 이유는 셀린 송 감독이 전하는 이야기가 지닌 힘에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인연'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사려 깊고 햇살처럼 포근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인연의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리거나 결코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관객의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도록 폭넓은 가능성도 함께 열어놓는다.
두 주인공인 나영과 해성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와 문장들은 짧은 감탄사마저도 그 자체로 의미를 품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허투로 짜인 씬도 없고, 허투루 쓰여진 대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이나 정교하고 높은 밀도로 작품을 구축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흠 잡을 곳이 없이 훌륭하다.
세련되고 마치 모던한 귀공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유태오 씨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고장난 것처럼 얼어버리는 소심한 모습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발걸음과 손동작 하나에서조차 풋풋한 설렘을 표현한 그는 해성 그 자체로 보인다. 특히 '만감'(萬感)이 교차한다는 표현처럼 복잡미묘한 심정을 표정에 고스란히 구현한 그의 연기력은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강한 성취욕을 지니고 있는 나영 역할의 그레타 리의 연기 또한 빼어나다. 해성을 다시 만나 강렬한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이를 애써 외면하려는 복잡한 심리를 그레타 리는 막힘없이 소화해 내며 캐릭터를 제 것으로 완성했다.
인연과 운명,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삶과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상, 그리고 사랑까지. '패스트 라이브즈'는 일반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세련되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관객을 처음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영화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줄 것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연출.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출연.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4년 3월 6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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