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왜 혼란한 결말 택했나

[Y터뷰]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왜 혼란한 결말 택했나

2024.03.30.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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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왜 혼란한 결말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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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든 사람들 미친X들인 것 같다' '다시는 없을 괴랄한(괴이하고 발랄하다는 뜻의 신조어) 짓들은 다 한 영화인 것 같다'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안국진 감독은 영화 '댓글부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조금 독특한 답변이었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는 안 감독의 속마음이 보였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안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 조작을 소재로 다뤘다.

장강명 작가의 인기 소설 '댓글부대'를 영화화 한 작품이기도 하다. 안 감독이 소설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서사 구조를 갖춘 영화가 탄생했다. 안 감독은 "관점을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각색이 아니라 새로 쓰겠다고 할 정도의 각오였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택한 새로운 서사 구조는 '기자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임상진 기자의 취재 과정을 스토리의 중심에 뒀다. 숱한 허위 정보가 섞인 인터넷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감독의 믿음이 담긴 지점이다. 그러면서도 기자를 절대적인 존재로 대상화하는 것도 피했다. 그는 임상진의 이야기에 풍자가 담기기도 원했다.

반면 팀알렙의 서사 비중은 원작보다 훨씬 줄였다. 자칫하면 20대 남성으로 편중된 묘사가 담길 수 있을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프로타고니스트(주동자, 주인공)와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누구인지 더더욱 혼란스럽다.

"부조리극에 집중해서 매몰되면 애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했어요. 포커스가 전혀 다른 데로 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임상진의 억울함을 따라갈 수 있도록 관객을 속이는 쪽을 택했어요."

[Y터뷰]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왜 혼란한 결말 택했나

영화는 하나의 목표로 향하는 듯하지만, 보란 듯이 이 기대를 배신하고 끝을 향할수록 혼란함을 더 키우는 데에 집중했다. 안 감독은 "끝나지 않는 혼란이 주는 쾌감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열린 결말을 택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그는 "돌이켜봤을 때 누구든 의심하려면 의심할 수 있는 엔딩이다. 임상진조차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하고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그 역시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촬영 내내 스태프들도 혼란스러워했다고. 안 감독은 "어디까지 헷갈리는지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집중했다. 그런데 크랭크업 전날까지도 스태프들이 '어디까지가 진짜냐'고 묻더라. 한때 이 질문이 스트레스이긴 했는데, 질문을 받을 때 쾌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댓글부대'를 통해 혼란하고 찝찝한 감정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은,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었다. 인터넷 세상 속 무엇이 진짜인지 끝없이 의심해야 하는 이 환경에 대해 묻고자 했다. 안 감독은 "재밌는 찝찝함이라고 생각한다. 공포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이에 대한 질문을 드리는 거다. 그게 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혼란함을 기반으로 '댓글부대'를 재생산해 내기를 바라고 있다. 안 감독은 "일반 관객들도 이제는 평론가만큼이나 이야기를 많이 알고 해석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런 문화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영화"라며 "영화를 본 후 인터넷을 찾아볼 것이고, 정보 차이에 따라 영화가 다시 보이는 효과를 내고 싶었다. 영화가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부끄럽지 않게 나왔다. 10년 뒤에 봐도 촌스럽지 않고 지금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댓글부대'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Y터뷰]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왜 혼란한 결말 택했나

이러한 시나리오 구성에 도움을 준 이는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씨다. 안 감독은 "시나리오를 반 정도는 같이 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이 영화를 함께 하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됐다. 특히 안 감독은 손석구 씨가 '댓글부대' 캐스팅 이후 영화 '범죄도시2', 디즈니+ '카지노' 시리즈, 넷플릭스 'D.P.'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등 여러 인기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옆에서 지켜봤다. 안 감독은 "사람이 변할까 걱정하긴 했지만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도 "'이 사람은 진짜구나'라는 것도 많이 느낀다. 나보다 훨씬 성숙한 인간이다. 긍정적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사진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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