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페퍼톤스가 20년간 지켜온 것은 '낙관'

[Y터뷰] 페퍼톤스가 20년간 지켜온 것은 '낙관'

2024.05.02. 오후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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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페퍼톤스가 20년간 지켜온 것은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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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한 두 전산학도가 만나 말랑한 감성을 자극하는 가수가 됐다. 홍대 인디신에서 출발한 이후 음악이 유명해지고, '뇌섹남'으로 멤버들이 알려지며, 인기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룹 페퍼톤스가 걸어온 20년의 이야기다.

"데뷔할 때 저희가 만들었던 페퍼톤스 홈페이지에 보면 'since 2004'라고 쓰여있어요. 20년이 지나고 나니까 이 문구가 유구해 보이더라고요. 서로가 대견한 마음이 들고요. 그래서 올해를 우리가 특별하게, 잘 기념해나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페퍼톤스 이장원)

데뷔 10주년엔 기념 공연을 열었던 페퍼톤스는 데뷔 20주년에는 앨범을 택했다. 그간 미발표곡들을 모으고, 신곡을 넣고, 후배 가수들이 재탄생시켜준 헌정곡들이 담긴 앨범이 지난 17일 발매됐다. 데뷔 20주년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딱 들어맞는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두 사람은 초창기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편의점에서 틀어둔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페퍼톤스의 음악이 흘러나오던 날, 노래방 기계에 페퍼톤스 노래가 들어가 두 사람이 노래방에 가서 그 노래를 불렀던 날. 신재평은 "너무 신기했다. 처음 그 느낌, 다시 느껴보고 싶고 그리운 순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 명확했던 때였다. 음악에도 자신이 있었다. 말랑하고 경쾌한 감성이지만, 시니컬한 마음에서 출발한 음악들이었다. 이장원은 "낙천적이지 않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작은 데 있는 기쁨이라 할지라도 증폭시켜서 노래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 '슈퍼판타스틱(Superfantastic)' 등 인기곡에도 묻어나는 페퍼톤스만의 색깔이다.

[Y터뷰] 페퍼톤스가 20년간 지켜온 것은 '낙관'

기쁨을 노래하는 페퍼톤스의 태도도 강산이 두 번 변하면서 조금씩 달라져왔다. 이장원은 "예전엔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기쁨이라도 찾아내서 노래로 만들어내자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소소하지만 감사한 일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삶은 행복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변화 중 가장 큰 변곡점은 3집 앨범과 4집 앨범 사이에 찾아왔다. 취미의 영역에 있던 음악을 완전히 전업으로 하겠다고 선택했던 순간이다. 객원보컬과 함께 하다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밴드로 변화했던 것도 이쯤이다. 신재평은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밴드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음악을 전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고비를 잘 넘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민도, 갈등도 많았던 두 사람만의 '서른 즈음에'였다. 이 고비를 넘으며 인기곡 '행운을 빌어요'도 탄생했다.

자연스럽게 노래들이 인기를 얻었고, 멤버들이 TV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인지도도 얻었다. 두 사람이 데뷔 전 몽상했던 '우주대슈퍼스타'는 아니지만, 분명 페퍼톤스는 인기 그룹이 됐다. 비결이라기엔 평범하지만, 이장원은 "주어지는 기회들을 열심히 했다"며 "초기 콘셉트에 매몰되지 않고 항상 물 흐르듯 우리의 마음에 맞는 일들을 그때그때 해왔다"고 이야기했다. 신재평은 "시간이 축적시켜준 팀"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Y터뷰] 페퍼톤스가 20년간 지켜온 것은 '낙관'

그 사이 변하지 않은 것은 낙관적 정서다. 신재평은 "하나의 정서와 세계관을 지켜온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래를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말을 들었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 낙관적 정서를 고수해왔다는 것을 기념하고 싶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억지로 청량한 분위기를 내거나, 기쁘지 않은 것을 기쁘다고 노래하지는 않는다. 솔직하게 그 시기에 두 사람이 겪고 느낀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것이 페퍼톤스의 철칙이다. 코로나19가 유행일 때 발매된 7집 앨범에는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도 담겼다. 신재평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꿈을 지켜나가는 게 진짜 응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겠다는 마음"이라며 페퍼톤스만의 낙관적 정서를 설명했다.

앞으로도 페퍼톤스만의 기쁨의 음악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장원은 "이제까지 쌓아온 20년을 바탕으로 더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고 더 즐거운 추억들을 쌓아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사진제공 = 안테나]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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