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키노 “내 뿌리는 아이돌…직업 만족도 높은 편”

[Y터뷰] 키노 “내 뿌리는 아이돌…직업 만족도 높은 편”

2024.05.02.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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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키노 “내 뿌리는 아이돌…직업 만족도 높은 편”
사진=NA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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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안주하고 식견이 좁은 사람을 가리켜 ‘우물 안 개구리’라고 부른다. 그래도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 우물 안도 나쁘지 않고 꽤 안락한 공간일 수 있다. 우물 밖을 뛰쳐나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 ‘안락함’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펜타곤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난 키노도 안락함을 포기하는 용기를 내 회사를 설립하고 2일 첫 번째 EP 앨범 ‘If this is love, I want a refund’까지 발매했다. 앞으로 얻을 결과와 별개로 그의 도전적인 행보만큼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번 앨범은 제 인생의 첫 번째 피지컬 앨범이기도 하고 진짜 키노를 담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작 과정 전반에 참여한 만큼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죠. 잠 못 자면서 고민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열심히 만들어낸 앨범이라 애착이 정말 깊어요.”

실제로 키노는 이번 앨범에 들어갈 종이의 질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공장에도 방문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갔다. 머릿속에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앨범의 모습을 실물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처음 앨범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와 실제로 나온 앨범의 모습이 거의 흡사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키노는 이번 앨범에 5곡을 담았다. 앨범의 타이틀곡 ‘Broke My Heart (Feat. Lay Bankz)’는 사랑에 배신을 당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보통 이별을 주제로 하면 ‘네가 그리워’, ‘너무 보고 싶어’ 등의 가사들이 많은 편인데 저는 이별을 겪어 본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 노래 가사 속에 드러난 감정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로 생각했어요. 매일 ‘그립다’, ‘보고 싶다’는 방향 말고 이런 방향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건드려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키노는 팀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역량을 펼쳐 보인 첫 번째 앨범이지만 무모한 실험보다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 주력했다. 키노 자신도 ‘대중 친화적’인 앨범임을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이번 앨범을 듣고 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지만 또 그 와중에 ‘내가 아는 맛이네’라는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선하지만 내가 평소에 즐겨 찾고 좋아하던 거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죠.”

이에 대해 키노는 “꼭 대중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안 해봤던 걸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만 즐거운 앨범, 듣는 대중만 즐거운 앨범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어떤 교집합을 찾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Y터뷰] 키노 “내 뿌리는 아이돌…직업 만족도 높은 편”

이런 키노의 답변이 꽤 원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아이돌 그룹 소속에서 홀로서기를 할 때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때 실험이 무리수가 되고 결국 악수(惡手)가 되는 법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아이돌이 갑자기 아티스트를 하겠다면서 옷 스타일도 바뀌고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그게 더 멋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팬이라면 그런 모습에 조금 괴리감을 느낄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사람의 정체성과 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근간은 결국 아이돌이고 제가 아이돌이라는 게 정말 만족스럽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내면서도 크게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내 뿌리는 아이돌이고 아이돌이라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키노의 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기 생각을 밝힌 것이 아닌 꼭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운데 저는 그냥 아이돌로 태어났다는 느낌이에요. 성격상 정말 저하고 잘 맞아요. 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이런 부분들이요. 물론 안 맞는 부분도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다 맞을 수 있겠어요. 만약 직업 만족도로 순위를 매긴다면 저는 2~3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을걸요?”

이처럼 아이돌로서의 만족도와 직업 정신 모두 투철한 키노지만 음악적 욕심만은 숨기지 못했다. 1인 기획사 ‘네이키드’를 설립하고 좌충우돌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와보니 음악방송 출연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어요. 예전에 큰 회사에 있을 때는 활동을 시작하면 음방 출연은 당연한 거였는데 이제는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래도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너무 춥지 않게, 따뜻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후 키노는 “진짜 요즘처럼 살면서 이렇게 많은 감사함을 표현한 적이 없다. 솔직히 나는 성공 안 하면 큰일 난다. 제가 받은 도움을 갚아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하루하루가 충격이에요. 예를 들면 ‘이거 하나 하는데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 것이 있지만 ‘이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네’ 하는 일도 있더라고요.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는 게 무슨 말인지 깨달았어요. 그래도 재밌어요. 정말 재미있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제 키노는 가수로서의 목표 외에 경영 목표도 가져야 하는 입장이 됐다. 늘 그렇듯 자리가 사람을 바꾸는 법이다.

“가수로서의 목표는 정말 뻔한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롱런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과 노래하고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죠. 하지만 회사 차원의 목표는 이런 추상적인 것 말고 더 뚜렷해야죠. 언제까지 이만큼의 성장하고 이런 것들이요. 다른 아티스트 영입도 생각 중이지만 지금은 우선 키노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YTN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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