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50년 역사의 리플레이…'새로움'은 어디?

[Y리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50년 역사의 리플레이…'새로움'은 어디?

2024.05.09. 오후 5:2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리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50년 역사의 리플레이…'새로움'은 어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AD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56년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해 온 '혹성탈출' 시리즈의 최신작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에 속편인 이번 작품은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렸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혹성탈출'은 1968년 첫 영화화된 이후 다섯 편의 속편을 선보였고,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에 의해 한 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다. 10년 뒤인 2011년에는 대대적인 리부트를 통해 새롭게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10번째 혹성탈출 영화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앞선 3부작의 주인공이었던 유인원 시저의 죽음 이후, 수세대가 지난 미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전작들과 같이 인간은 '교만의 대가'로 몰락해 퇴화한 반면, 유인원은 진화해 언어를 구사하며 법과 규칙이 있는 사회를 구축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폭력적인 독재자와 다름없는 유인원 '프록시무스'는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유인원인 독수리 부족을 공격한다. '프록시무스'는 인류가 남긴 기술과 무기를 통해 더욱 빠른 진화를 갈망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간 소녀를 쫓는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프록시무스'로 부터 부족을 잃은 '노아'와 합류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인원의 세계를 공고히 하려는 악당 유인원과 반대편에 서있는 또 다른 유인원, 그를 막으려는 인간의 고군분투가 영화의 핵심 서사다. 문제는 14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흡입력과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캐릭터들의 동인(動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에 관객은 이들에게 충분한 몰입과 공감을 갖기가 어렵다. 유인원 노아와 프록시무스, 인간 소녀 메이 등 극 중심에 선 등장인물들의 전사(前史)는 생략된 채 영화는 앞으로 진행하는 데 급급하다. 응당 있어야 하는 설명이 없으니 영화는 힘 있게 나아가지 못한다.

주제 의식 또한 약해졌다. 그간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공존'과 '협력'이라는 주제가 다시금 등장하지만, 그저 "뭉쳐야 강해진다"라고 외치는 유인원을 보여줄 뿐 이 역시 겉핥기에 그친다. 유인원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지 물으며 '평화'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했던 지난 작품에 비해 깊이가 얕아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다고 강조하지만, 실상 지난 50년 넘게 이어진 시리즈를 변주 없이 반복하는 데 그치며 진짜 '새로움'은 상실한 분위기다. 그저 속편을 위해 마련된 또 다른 속편인 듯, 시리즈가 남긴 유산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 작품은 만족감보다도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현실과 다름없게 느껴지는 VFX(특수시각효과)·CG(컴퓨터그래픽)만큼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 등 각종 유인원을 비롯해 물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구현한 이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시샘이 날 정도로 경탄을 자아낸다. 이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성취처럼 느껴진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웨스 볼 감독 연출.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두런드 주연.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5분. 2024년 5월 8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 YTN 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들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ytnstar@ytn.co.kr로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