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탕탕 후루후루’·‘잘 자요 아가씨~’…숏폼이 K-POP에 독을 풀었다?

[Y초점]‘탕탕 후루후루’·‘잘 자요 아가씨~’…숏폼이 K-POP에 독을 풀었다?

2024.05.23. 오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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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탕탕 후루후루’·‘잘 자요 아가씨~’…숏폼이 K-POP에 독을 풀었다?
사진=‘마라탕후루’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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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숏츠, 틱톡 등 숏폼 콘텐츠들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이 분야에서 파생된 음악이 가요계 주류로 진출 중이다. 따라 하기 쉬운 안무와 독특한 콘셉트로 10대와 20대 소비자들을 파고든 것이다.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들 사이에는 서이브가 발매한 ‘마라탕후루(Malatanghulu)’라는 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라탕후루’ 챌린지가 유행을 타면서 인플루언서는 물론, 일반인들도 이 챌린지에 나서면서 원곡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곡의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그래 가자)/선배! 혹시.. 탕후루도 같이..(뭐? 탕후루도?)’라는 내레이션 방식의 대화가 오고 간 후 후렴구에서는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라는 가사가 신나는 리듬과 함께 흘러나온다.

다음 가사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곡 구성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이 곡의 목적은 앞서 소개한 후렴구를 무한 반복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에도 불구하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마라탕후루 챌린지’ 관련 게시물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곡 구성의 단순함으로 인해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리지만 중독성 면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하긴 어렵다.
사진=SBS MTV ‘더쇼’ 화면 캡처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릭터 다나카와 인플루언서 닛몰캐쉬가 뭉쳐 만든 ASMRZ의 ‘잘 자요 아가씨’도 숏폼 플랫폼을 넘어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이들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590만 회를 돌파했고 SBS MTV ‘더쇼’ 방송에도 출연했다. 일본 만화에 나오는 집사 콘셉트를 활용한 기존 영상들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결국 음악 방송 진출까지 이뤄낸 것이다.

특히 이 ‘잘 자요 아가씨’의 인기는 챌린지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의 목록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댄서 가비, 더보이즈의 선우, 상연, 현재, 마마무의 솔라, 문별, NCT WISH, 제로 베이스 원 멤버가 ‘잘 자요 아가씨’ 챌린지에 참여했다.

개그맨 조훈의 부캐릭터 조주봉도 ‘홍 박사님을 아세요?’, ‘할 말이 없네’ 등의 곡을 발표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과의 챌린지를 통해 곡을 확산시켰다. 그 덕에 일부 맘카페에서 부적절한 안무와 가사를 지적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에서 시작한 음악들은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는 서브 컬처에 머물지 않고 가요계를 실체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숏폼 콘텐츠가 K-POP에 독을 풀었다’는 어느 댓글을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중이 재미있고 듣기 좋다는 게 뭐가 문제냐”는 의견이 있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음악 업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떨어뜨린다”, “열심히 좋은 노래를 만들려는 창작자들의 의욕을 하락시킨다”고 맞선다.
사진=조훈 인스타그램

이에 대해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연령층이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특별히 한계를 두지 않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남이 모르게 나만 좋아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은 서브컬처를 즐기는 이들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태도를 보인다”면서 “지금 현업에 있는 이들도 이런 경향이 속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배워야 한다. 앞으로 음악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세대를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이런 최근의 경향에 대해 “예전에는 노래에 맞춰서 영상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영상에 맞춰서 노래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노래 길이가 4분 안팎이었지만 요즘은 3분을 넘지 않는 곡도 많아지고 있다. 음악만 집중해서 듣는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취미가 음악감상인 사람들도 찾기 어려웠다”며 “그 때문에 숏폼 챌린지의 성공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고 음악 생산도 숏폼에 맞춘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짧은 시간 안에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므로 조금 더 자극적이고 조금 더 재미있어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동안 음악이 우리 삶에서 차지했던 감정의 소통과 감동은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YTN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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