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하이재킹'…숭고한 실화가 빛나지 않는 아쉬움

[Y리뷰]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하이재킹'…숭고한 실화가 빛나지 않는 아쉬움

2024.06.19.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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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하이재킹'…숭고한 실화가 빛나지 않는 아쉬움
영화 '하이재킹' 스틸컷 ⓒ(주)키다리스튜디오/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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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민간인이 탄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월북되고 이 중 11명이 억류된다. 일명 'YS-11기 납치 사건'으로부터 2년 뒤인 1971년, 이번에는 속초에서 김포로 향하던 여객기가 홍천 상공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기수를 돌린다.

영화 '하이재킹'은 역사 속에 실존했던 비행기 납치 사건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연출한 작품이다. 배우 하정우가 납치된 여객기에서 승객들을 지켜내야만 하는 부기장 역할로 분했고, 여진구는 가족이 '빨갱이'로 몰리며 삶이 망가져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가 인민 영웅이 되려는 항공 납치범으로 변신했다.

운항 중인 항공기를 공중에서 납치하는 '하이재킹'(hijacking)이라는 단어를 작품의 제목 그 자체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100분의 러닝타임 내내 납치된 여객기라는 좁은 공간을 주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감독은 지극히 한정된 공간 안에서 위기의 고조와 해결을 반복하며 긴장감을 증폭시켜 나간다. 덕분에 관객은 실제 승객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공유하며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월북을 해야하는 납치범과 승객을 구해야 하는 부기장이라는 명확한 대립 구도와 친절하게 제시되는 등장인물들의 선명한 목표는 관객이 작품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여기에 전에 없이 거칠고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선보이는 여진구의 연기 변신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언제나처럼 흔들림 없이 극의 무게추 역할을 해내는 하정우의 호연 또한 볼 만하다. 무엇보다 광기 어린 눈으로 거침없이 사람을 해하는 여진구의 모습은 그간 본 적 없던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케 하는 계기가 된다.

다수를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지를 묻는 '트롤리 딜레마'부터 주홍 글씨로 타인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영화가 작품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도덕적 주제에 대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장점보다도 아쉬움이 더 짙게 남는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위기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가 이어져야 하지만 '하이재킹'의 위기감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 모든 위기 상황과 이것이 타개되는 순간과 방법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고 정형화된 틀 안에 갇혀있다.

특히 항공기 납치, 즉 '하이재킹'을 소재로 했던 수많은 국내외 영화들을 변주하기보다는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신선함보다도 기시감이 한층 강하게 다가오는 영화는 실화가 가진 매력을 한층 더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버거워 보이는 모양새로 힘 있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만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다. 사투리가 많이 사용된 탓도 있지만, '하이재킹'은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이번에도 답습하고 만다.

극 말미 "목적지까지 모셔 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주인공 태인(하정우 분)의 대사처럼, '하이재킹'은 영화가 당초 추구하고 목표했던 목적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착륙한다.

영화 '하이재킹'. 김성한 감독 연출.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출연.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2024년 6월 21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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