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또 백종원? 언제 적 쿡방?…'흑백요리사', 어떻게 새로운 맛 냈나

[Y리뷰] 또 백종원? 언제 적 쿡방?…'흑백요리사', 어떻게 새로운 맛 냈나

2024.09.23.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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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같은 음식도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요리 서바이벌이 거기서 거기, 크게 다를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을 맛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질 듯하다.

넷플릭스의 첫 요리 서바이벌인 '흑백요리사'는 '백수저'로 표현되는 유명 셰프 20명과 '흑수저'로 불리는 무명 셰프 80명, 총 100명의 요리사가 최고의 맛을 가리는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익숙한 재료와 새로운 재료를 뒤섞어 예상 못 한 조리법으로 이제껏 없었던 맛을 만들어냈다.

우선 서바이벌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할 수 있는 출연자 라인업부터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스타 셰프 최현석,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 중식 스타 셰프 정지선, ‘마스터 셰프 코리아2’ 우승자 최강록, 15년 연속 이탈리아 미슐랭 1스타 오너 셰프 파브리, ‘한식대첩2’ 우승자 이영숙, ‘2010 아이언 셰프’ 우승자 에드워드 리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각기 다른 장르의 대표 가수들이 한 무대에서 경연을 펼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처럼, 내로라하는 유명 요리사들의 분야와 관계없이 오직 맛으로 진검 승부를 펼치다는 것만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화려한 라인업은 이들은 이길 흑수저 요리사가 탄생할지 여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리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이나 심사 방식, 세트장 구성 등의 장치들도 파격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마치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처럼 조리대로 향해 완성된 요리를 맛보고 즉석에서 당락을 결정했다. 흑수저들의 요리 과정과 이들이 심사 받는 모습을 백수저 셰프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도록 세트장을 구성해 매운맛을 더했다. 지켜보는 백수저 셰프들은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이들의 요리에 대해 코멘트를 했고, 이는 요리를 잘 모르는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해설이 됐다.

계급을 나눠 섭외했기에, 흑수저 중에서는 스타 셰프들의 가르침을 받거나 식당에서 함께 일을 했던 요리계의 신성들도 대거 등장했다. 여경래 셰프의 제자인 '중식 여신'을 비롯해 안성재와 함께 일한 '원투쓰리', '트리플 스타', 파브리의 제자 '불꽃 셰프' 등이 배우고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나의 모든 기술을 전수했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며 뿌듯해 하는 스승과 청출어람을 꿈꾸는 패기 넘치는 제자들의 신구 조화는 훈훈함 감동의 맛도 선사했다.

1라운드 요리 제한 시간은 100분이었지만 준비된 20석이 모두 차면 탈락이기에 마냥 여유로울 수 없었다. 한 상 가득 요리를 차려내도 탈락하기도 하고, 흔한 메뉴 단 하나로 심사위원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했다. 1라운드에서만 100개가 넘는 요리가 나왔는데, 이를 하나하나 전부 맛보며 바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도 기존 요리 대결에서는 쉽게 보지 못한 장면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심사평을 통해 80명의 요리사가 만든 다채로운 음식의 맛을 상상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라운드에 진출한 흑수저 셰프 20명은 바로 백수저 셰프와 대결할 기회가 주어졌다.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1대 1 매칭에 반가움도 잠시, 탈락자가 절반인 20명이라는 설명이 모두를 경악케 했다. 즉,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탈락하는 사생결단 요리 대결이었다. 요리 경력과 이름을 내려놓고 오직 맛으로만 승부한다는 의도에 맞춘 블라인드 심사는 1~4화 에피소드의 백미였다. 요리 과정은 물론 완성된 음식도 보지 않고, 두 눈을 가린 채 오직 입안에 들어온 음식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백수저들마저 긴장케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음식을 먹다 보니 깜짝 놀라거나 정체를 궁금해하는 심사위원의 모습이 의외의 웃음 요소가 되기도 했다.

각종 대회나 방송에서 심사자로 나설 만한 유명 요리사들이 냉철한 평가를 받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중식 여왕'으로 불리는 정지선과 여경래 셰프의 수제자가 맞붙자 요리사들도 그 결과를 궁금해하며 숨죽였다. 동일한 재료로 각자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대결이었는데, 두 사람은 시래기를 중식에 접목시켜 상상 이상의 메뉴를 완성해 막상막하의 구도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그러가 하면 최현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재해석한 메뉴를 선뵀는데, 뛰어난 테크닉으로 백종원의 극찬을 받은 반면 후배인 안성재로부터 혹평을 받으면서 그 결과를 궁금케 했다.

요리에서 '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차별 포인트는 단연 심사위원이었다. 경연의 권위를 책임지는 심사위원에는 외식 경영인이자 국민 요리 멘토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가 나섰는데, 단 두 명만으로도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조합을 완성했다. 서로 음식에 접근하는 스타일과 방향이 다른 두 인물이기에 이들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요리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다수결로 평가할 수 없기에 오로지 만장일치만이 유효한데, 서로 다른 심사 기준을 지닌 두 사람의 투표 결과 자체가 강력한 시청 포인트가 됐다. 백수저와 흑수저의 대결에서는 1 대 1 투표 상황이 될 때마다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한 사람이 설득돼야 끝나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요소 하나가 승패를 가르게 됐다. 이에 시청자가 심사평에 더욱 집중하게 됐고, 결국 고개를 끄덕여지게 만드는 합의점을 도출해내며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얻었다.

자극적인가 하면 뭉클한 감동이 오고, 긴장감이 전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장면들이 코스 요리처럼 조화롭게 서빙됐다. 추석 연휴에 맞춘 공개 시기 또한 제철에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

그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17일 1∼4회를 공개하자마자 TV쇼 부문 국내 1위를 기록한 '흑백요리사'는 지난 20일과 21일 글로벌 10위에 올랐고, 지난 22일에는 글로벌 9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3위, 쿠웨이트 5위, 말레이시아 2위, 뉴칼레도니아 4위, 필리핀 2위, 대만 2위, 태국 4위 등 다양한 나라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8위로, 톱10에 진입했다.

4회 맛보기로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린 ‘흑백요리사’는 총 12부작으로, 오는 24일 5∼7부, 내달 1일 8∼10부, 내달 8일 11∼12부를 공개한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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