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커밍아웃=금기’ 옛말? 캣츠아이 라라가 K팝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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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커밍아웃=금기’ 옛말? 캣츠아이 라라가 K팝에 묻다

2025.03.25. 오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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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커밍아웃=금기’ 옛말? 캣츠아이 라라가 K팝에 묻다
사진=케이윌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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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기회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하이브-게펜레코드의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의 라라가 지난 24일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며 남긴 말이다. K팝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신분 아래 감춰야 했던 그의 뒤늦은 커밍아웃은 이제 우리의 K팝 산업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K팝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음악의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무대의 완성도, 팬과의 적극적인 소통, 콘텐츠 전략 등이 지난 10년간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부분만큼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아이돌 중 성소수자임을 고백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이른바 4대 기획사에서는 이번 캣츠아이 라라가 유일하다.

지난 2018년 ‘Neverland’로 데뷔한 홀랜드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첫 K팝 아티스트다. 그는 동성 키스신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자체제작해 공개했고 국내외 팬들의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한 채 독립 아티스트로 남았다. K팝 시스템 안에서 ‘커밍아웃’은 대놓고 배척되지 않지만 편입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엠카운트다운 무대 영상 캡처

하지만 K팝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소수자 코드’를 차용했다. 온리원오브(OnlyOneOf)의 'libido'는 남성 간의 감정적인 긴장감을 표현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고, 샤이니 태민 역시 젠더리스 요소를 차용해 무대를 꾸몄다.

뮤직비디오 쪽에서는 2012년 발표된 케이윌의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도 대표적이다. 삼각관계를 그린 듯 보이던 영상은 마지막 장면에서 남성 주인공이 친구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며 반전의 퀴어 서사를 담았다.
사진=OSEN

이와 달리 해외 팝 음악계에서는 샘 스미스, 트로이 시반 등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음악 작업에도 이를 반영해 호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K팝 산업은 어떨까.

우선 K팝은 기획사 중심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데뷔 전 수년 간의 연습생 생활, 계약 구조,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기본 전제다. 이 안에서 성 정체성은 드러내기 어렵고, 수면 위로 떠올라서도 안되는 금기의 영역이다. 개인의 커밍아웃은 곧 팀 전체의 리스크로 간주되며, 상업성과 연결된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도도한 변화의 물결은 이어진다. 글로벌 팬덤은 K팝 산업에 점점 더 다양성을 요구하고 MZ세대의 젠더 감수성도 강해지면서 ‘커밍아웃=금기’라는 등식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SNS와 유튜브,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은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라라의 커밍아웃이 주목받은 것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다.

시대는 달라졌고, 라라의 커밍아웃은 조용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담겨 있다. K팝은 성소수자 아이돌을 품을 준비가 돼 있는가. 언젠가는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때가 올 것이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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