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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단골 손님인 박찬욱·봉준호·홍상수 감독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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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공식 초청작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사실상 한국 영화는 '0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학생 부문인 라 시네프에서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과 비평가주간에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초청받는 낭보가 있었다. 하지만 장편 영화가 한 편도 초청받지 못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라 한국 영화계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10일,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측은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파리 UGC 몽파르나스 영화관에서 열렸으며 이리스 크노블로흐(Iris Knobloch) 조직위원장과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émaux)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당초 국내 영화계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과 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장편 한국 영화를 만나볼 수 없게 됐다. 특히 기자회견 이후 추가로 발표하는 초청작에 한국 영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일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24일 공개된 추가 초청작에도 한국 작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칸영화제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를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세계 관객에게 소개해 왔다.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은 칸 영화제 단골 초청 손님으로 이들은 칸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 또한 '올드보이'와 '박쥐'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헤어질 결심'으로는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비롯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베테랑2' 등 한국 영화가 3년 연속 상영됐다.
신인 감독의 발굴에 초점을 맞춘 비평가주간이나 창의적인 영화를 조명하는 감독주간에서도 류승완, 연상호, 한준희, 정주리, 유재선 감독 등의 작품이 초청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어디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되며 전 세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냈던 한국 영화가 싸늘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 원인을 두고는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영화에 대한 투자 축소와 OTT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한 제작 환경 등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한국 영화계가 이제 투자가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봉준호·박찬욱·홍상수 감독의 습니작품이 아니라면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있었다. 세대 계승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신진 감독들이 부각되지 못했다"라며 "한국 영화가 교육부터 신예 감독 발굴에 이르기까지 시야와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영화제 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1997년부터 23차례 칸 영화제를 취재해온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미 훌륭한 신진 감독이 많지만 이들이 알려질 기회가 적다며,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양성 영화들의 국제 진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 평론가는 "한국 영화만큼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놓은 나라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처럼 없는 나라도 없다"라며 영화제의 적극적인 지원과 멀티플렉스 극장 중심으로 특정 영화에만 상영관이 집중되는 구조 등을 타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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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부문인 라 시네프에서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과 비평가주간에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초청받는 낭보가 있었다. 하지만 장편 영화가 한 편도 초청받지 못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라 한국 영화계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10일,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측은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파리 UGC 몽파르나스 영화관에서 열렸으며 이리스 크노블로흐(Iris Knobloch) 조직위원장과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émaux)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 ⓒ영화진흥위원회
당초 국내 영화계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과 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장편 한국 영화를 만나볼 수 없게 됐다. 특히 기자회견 이후 추가로 발표하는 초청작에 한국 영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일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24일 공개된 추가 초청작에도 한국 작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경주기행'·'얼굴'·'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와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와우포인트
칸영화제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를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세계 관객에게 소개해 왔다.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은 칸 영화제 단골 초청 손님으로 이들은 칸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 또한 '올드보이'와 '박쥐'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헤어질 결심'으로는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OSEN/YTN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비롯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베테랑2' 등 한국 영화가 3년 연속 상영됐다.
신인 감독의 발굴에 초점을 맞춘 비평가주간이나 창의적인 영화를 조명하는 감독주간에서도 류승완, 연상호, 한준희, 정주리, 유재선 감독 등의 작품이 초청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어디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되며 전 세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냈던 한국 영화가 싸늘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 원인을 두고는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영화에 대한 투자 축소와 OTT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한 제작 환경 등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칸 영화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한국 영화계가 이제 투자가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봉준호·박찬욱·홍상수 감독의 습니작품이 아니라면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있었다. 세대 계승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신진 감독들이 부각되지 못했다"라며 "한국 영화가 교육부터 신예 감독 발굴에 이르기까지 시야와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영화제 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1997년부터 23차례 칸 영화제를 취재해온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미 훌륭한 신진 감독이 많지만 이들이 알려질 기회가 적다며,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양성 영화들의 국제 진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 평론가는 "한국 영화만큼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놓은 나라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처럼 없는 나라도 없다"라며 영화제의 적극적인 지원과 멀티플렉스 극장 중심으로 특정 영화에만 상영관이 집중되는 구조 등을 타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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