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마침내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왔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리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난달 27일 베일을 벗은 시즌 3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 분)과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대결을 비롯해,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이 그려졌다.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 글로벌 넷플릭스 시리즈 TOP 10 1위에 등극하며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늘(30일),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친 황동혁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드디어 시즌 3까지 대장정을 마친 소감은?
황동혁 감독: 홀가분하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 6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시즌 1은 다들 큰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큰 성공을 거뒀고, 시즌 2, 3을 하면서는 엄청난 기대 때문에 부담감도 컸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또 언제 이렇게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 감사한 마음도 들고,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허전하고 아쉽기도 하다.
Q. 시즌 3에 대한 반응을 보셨을 텐데,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황동혁 감독: 해외 프로모션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한 달간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귀국해서 병원 치료를 받느라 반응을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전해 듣기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불만을 표하시는 분들도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반응이든 다 이해가 간다.
시즌 1은 기대가 없었기에 신선함과 충격을 드릴 수 있었지만, 시즌 2, 3부터는 팬들이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각자 달랐던 것 같다. 더 짜릿한 게임을 원한 분, 더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원한 분, 혹은 특정 캐릭터의 해피엔딩을 바란 분 등 기대가 다 다르니, 그 기대가 충족된 분과 배반당했다고 느끼는 분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Q. 유독 평론가 평과 시청자 평의 온도 차가 큰 상황이다.
황동혁 감독: 팬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어떻게 끝나길 바라는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무척 강했던 것 같다. 특히 사랑하는 캐릭터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텐데, 대부분의 캐릭터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거기서 오는 배반감이 크셨을 테고, 그래서 평론가들보다 더 극단적으로 호불호를 표현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Q. 주인공 성기훈이 죽는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
황동혁 감독: 처음 시즌 2, 3을 구상할 땐 막연하게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기훈이가 어떻게든 게임을 끝내고 살아남아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결말이었다. 그런데 집필을 시작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이 작품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코로나 이후 심화되는 불평등, 전쟁의 위협, 기후 재난 앞에서도 자국 이기주의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세상을 보며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선 기성세대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우리의 미래와 양심을 상징하는 ‘아이’를 등장시켜 그 아이를 위해 기훈이가 희생하는 결말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Q. 기훈의 마지막 대사 ‘사람은…’ 뒤에 들어갈 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동혁 감독: 그 답을 찾기 위해 저도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인간은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이다가도, 어떤 때는 인간애가 넘친다. 그래서 보는 분들 각자가 그 빈칸을 채워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겨뒀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빈칸은 경쟁과 욕망을 멈추고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Q. 성기훈이 좀 더 영웅처럼 그려졌다면 몰입하기 쉬웠을 거란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황동혁 감독: 이 작품은 애초에 한 명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물이 아니었다. 기훈이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영웅적 행동이 바로 마지막 선택, 자신의 모든 걸 던져 아이를 살려내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한두 명의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훈이는 그런 보통 사람들의 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기에, 조금 답답하더라도 그 모습이 맞다고 봤다.
Q. 6년간 함께한 배우 이정재는 감독님께 어떤 존재인가?
황동혁 감독: 성기훈, 이정재 씨는 '오징어 게임'과 뗄 수 없는 상징 같은 존재다. 시즌 1의 한심한 루저에서 시작해 내면의 인간성을 발견하고, 시즌 2, 3에서 변한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완주해내는 굉장히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걸 너무나 열정적으로 표현해줬다.
이정재 씨는 시즌 2, 3을 찍는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했다. 뒤로 갈수록 퀭해지고 정신병에 걸린 듯한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정말 찐 채소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존경심마저 들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저희와 밥도 따로 먹을 정도로 세상과 고립되어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1년 만에 처음으로 같이 술을 마셨다. 저에게나 작품에게나 너무나 고마운, 평생 잊을 수 없는 배우다.
Q. 프론트맨이 기훈에게 가진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황동혁 감독: 프론트맨은 원래 정의로운 경찰이었지만, 비리로 불명예 퇴직하고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 인물이다. 그래서 자기와 다른 길을 가는 기훈을 보며 일종의 열등감과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든 기훈을 타락시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기훈이 자신의 시험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기훈이 자신을 희생하자,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아이를 살려 내보내고 게임장을 폭파시킨다. 그것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Q. 박용식(양동근 분)의 엄마인 장금자(강애심)가 아들을 직접 찌르는 장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황동혁 감독: 많은 분이 엄마가 아들을 위해 희생할 거라고 예상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금자의 입장에서, 아들이 자기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갓난아기를 죽이려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려 할 때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 끔찍한 행동을 막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해석해주셨으면 했다. 칼을 든 손을 멈추게 하려고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게임의 룰이었고, 핑크 가드였다.
Q. 아이가 그저 작품의 ‘소재’로만 사용됐다는 비판과 함께, 기훈이 아이를 데리고만 다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아이는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심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훈이 아이를 어떻게 먹이고 돌보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 아이라는 상징을 지켜내려는 모습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젖병으로 밥을 먹이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한 번만 보여주고, 그 외의 세세한 묘사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Q. 프론트맨이 기훈의 딸 가영에게 피 묻은 유니폼을 그대로 전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영이 먼 미래에 게임에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시청자도 있다.
황동혁 감독: 먼저, 그것은 프론트맨의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봤다.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보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뚤어진 그의 악취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를 감쌌던 옷이자 456번 성기훈을 상징하는 유품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나름의 존중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떡밥’이라는 해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것은 아니다. 가영이가 게임에 참가한다면 ‘오징어 게임’은 근미래물이 되는데, 그런 근미래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Q. 무당 캐릭터인 용궁 선녀(채국희 분)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시즌 1의 한미녀처럼 약간 이상한 ‘돌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속이나 무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존재로 외국인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실제로 저희 할머니가 신기가 다 빠진 무당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런 ‘한물간’ 무당을 그려보고 싶기도 했다. 신기가 오락가락하면서도, 어느 순간 기훈이나 다른 이들의 불길한 운명을 예언하며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Q. 유명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면서 ‘저 배우는 늦게 죽겠다’는 예상이 가능했다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누구를 더 오래 살릴지 배우의 인지도를 고려한 것은 전혀 아니다. 캐릭터를 먼저 설정한 뒤,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누구일지를 고민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강하늘 씨가 임시완 씨보다 먼저 죽지만, 그렇다고 강하늘 씨가 덜 유명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운명에 따라 퇴장 순서가 정해졌을 뿐이다. 언제 죽느냐보다 ‘왜,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1년이 넘는 긴 촬영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황동혁 감독: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기훈이 떨어지던 날의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은…”이라고 말하는 그의 마지막 표정은 제가 봤던 모든 기훈의 표정 중 최고였다. 배우도, 저도 ‘이게 정말 끝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다.
Q. 해외에서는 이렇게 2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혼자 각본, 연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황동혁 감독: 그렇다. 시즌 2, 3을 만들며 정말 힘들었다. 너무 긴 여정이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완성했던 대본의 부족한 점들이 보여 계속 수정하고 보완했다. 촬영이 끝나면 쉬어야 하는데, 다시 숙소로 돌아가 대본을 고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뒤로 갈수록 매 순간이 힘에 부쳤다. 6개월 전에는 치아를 두 개 뽑기도 했다. 7~8월쯤 임플란트를 하려고 하는데, 이가 몇 개 남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Q. 명실상부 가장 성공한 K-콘텐츠를 만든 감독으로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황동혁 감독: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비난과 비판에 좌절도 했다가, 칭찬에 희열도 맛봤고, 생각지도 못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상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이 작품의 결말을 고민하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같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한때는 우쭐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저를 다시 겸손하게 만든 고마운 작품이다.
Q. 기훈의 죽음으로 ‘오징어 게임’의 다음 시즌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인데, 스핀오프에 대한 의지는 밝혔다.
황동혁 감독: 성기훈이 없는 ‘오징어 게임’은 의미가 없기에, 본편의 후속 시즌이 나올 여지는 없다. 마지막에 미국에서 또 다른 딱지맨인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한 것은, 기훈의 희생으로 한국의 게임은 끝났지만 이 거대한 시스템이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상징일 뿐, 후속편을 위한 장면은 아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판에 제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다. 다만 스핀오프를 한다면, 본편의 무거운 메시지는 내려놓고 팬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시즌 1과 2 사이 3년간의 공백 동안 프론트맨과 딱지맨(공유 분), 박선장(오달수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Q. 할리우드에서의 러브콜은 없었나?
황동혁 감독: 작품 제안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힘들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을 하며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체중이 59kg까지 빠졌다. 50kg대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충격을 받았다. 일단은 몸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현재는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Q. 그렇다면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황동혁 감독: 지금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3을 만들며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하고 싶던 극장용 영화가 있었는데, 요즘 극장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섣불리 시작하기가 겁이 나기도 한다. 한 달 정도는 푹 쉬면서 이번 작품의 반응도 차분히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Q.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 최고의 게임 3가지를 꼽아주신다면?
황동혁 감독: 1위는 시즌 3의 마지막 게임이다. ‘가장 약한 자를 골라 떨어뜨린다’는 룰이, 사회적 안전망 없이 약자부터 탈락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어, 이 작품의 상징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2위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영희’라는 상징적인 인형이 등장해 가장 큰 충격을 줬다. 3위는 ‘달고나’ 게임이다. 실제로 제가 어릴 때 달고나 뒷면을 핥아서 성공했던, 가장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게임이라 애착이 간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 YTN 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들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ytnstar@ytn.co.kr로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리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난달 27일 베일을 벗은 시즌 3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 분)과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대결을 비롯해,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이 그려졌다.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93개국 글로벌 넷플릭스 시리즈 TOP 10 1위에 등극하며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늘(30일),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친 황동혁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드디어 시즌 3까지 대장정을 마친 소감은?
황동혁 감독: 홀가분하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 6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시즌 1은 다들 큰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큰 성공을 거뒀고, 시즌 2, 3을 하면서는 엄청난 기대 때문에 부담감도 컸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또 언제 이렇게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 감사한 마음도 들고,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허전하고 아쉽기도 하다.
Q. 시즌 3에 대한 반응을 보셨을 텐데,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황동혁 감독: 해외 프로모션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한 달간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귀국해서 병원 치료를 받느라 반응을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전해 듣기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불만을 표하시는 분들도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반응이든 다 이해가 간다.
시즌 1은 기대가 없었기에 신선함과 충격을 드릴 수 있었지만, 시즌 2, 3부터는 팬들이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각자 달랐던 것 같다. 더 짜릿한 게임을 원한 분, 더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원한 분, 혹은 특정 캐릭터의 해피엔딩을 바란 분 등 기대가 다 다르니, 그 기대가 충족된 분과 배반당했다고 느끼는 분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Q. 유독 평론가 평과 시청자 평의 온도 차가 큰 상황이다.
황동혁 감독: 팬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어떻게 끝나길 바라는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무척 강했던 것 같다. 특히 사랑하는 캐릭터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텐데, 대부분의 캐릭터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거기서 오는 배반감이 크셨을 테고, 그래서 평론가들보다 더 극단적으로 호불호를 표현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Q. 주인공 성기훈이 죽는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
황동혁 감독: 처음 시즌 2, 3을 구상할 땐 막연하게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기훈이가 어떻게든 게임을 끝내고 살아남아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결말이었다. 그런데 집필을 시작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이 작품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코로나 이후 심화되는 불평등, 전쟁의 위협, 기후 재난 앞에서도 자국 이기주의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세상을 보며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선 기성세대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우리의 미래와 양심을 상징하는 ‘아이’를 등장시켜 그 아이를 위해 기훈이가 희생하는 결말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Q. 기훈의 마지막 대사 ‘사람은…’ 뒤에 들어갈 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동혁 감독: 그 답을 찾기 위해 저도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인간은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이다가도, 어떤 때는 인간애가 넘친다. 그래서 보는 분들 각자가 그 빈칸을 채워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겨뒀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빈칸은 경쟁과 욕망을 멈추고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Q. 성기훈이 좀 더 영웅처럼 그려졌다면 몰입하기 쉬웠을 거란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황동혁 감독: 이 작품은 애초에 한 명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물이 아니었다. 기훈이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영웅적 행동이 바로 마지막 선택, 자신의 모든 걸 던져 아이를 살려내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한두 명의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훈이는 그런 보통 사람들의 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기에, 조금 답답하더라도 그 모습이 맞다고 봤다.
Q. 6년간 함께한 배우 이정재는 감독님께 어떤 존재인가?
황동혁 감독: 성기훈, 이정재 씨는 '오징어 게임'과 뗄 수 없는 상징 같은 존재다. 시즌 1의 한심한 루저에서 시작해 내면의 인간성을 발견하고, 시즌 2, 3에서 변한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완주해내는 굉장히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걸 너무나 열정적으로 표현해줬다.
이정재 씨는 시즌 2, 3을 찍는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했다. 뒤로 갈수록 퀭해지고 정신병에 걸린 듯한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정말 찐 채소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존경심마저 들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저희와 밥도 따로 먹을 정도로 세상과 고립되어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1년 만에 처음으로 같이 술을 마셨다. 저에게나 작품에게나 너무나 고마운, 평생 잊을 수 없는 배우다.
Q. 프론트맨이 기훈에게 가진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황동혁 감독: 프론트맨은 원래 정의로운 경찰이었지만, 비리로 불명예 퇴직하고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 인물이다. 그래서 자기와 다른 길을 가는 기훈을 보며 일종의 열등감과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든 기훈을 타락시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기훈이 자신의 시험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기훈이 자신을 희생하자,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아이를 살려 내보내고 게임장을 폭파시킨다. 그것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Q. 박용식(양동근 분)의 엄마인 장금자(강애심)가 아들을 직접 찌르는 장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황동혁 감독: 많은 분이 엄마가 아들을 위해 희생할 거라고 예상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금자의 입장에서, 아들이 자기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갓난아기를 죽이려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려 할 때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 끔찍한 행동을 막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해석해주셨으면 했다. 칼을 든 손을 멈추게 하려고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게임의 룰이었고, 핑크 가드였다.
Q. 아이가 그저 작품의 ‘소재’로만 사용됐다는 비판과 함께, 기훈이 아이를 데리고만 다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아이는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심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훈이 아이를 어떻게 먹이고 돌보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 아이라는 상징을 지켜내려는 모습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젖병으로 밥을 먹이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한 번만 보여주고, 그 외의 세세한 묘사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Q. 프론트맨이 기훈의 딸 가영에게 피 묻은 유니폼을 그대로 전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영이 먼 미래에 게임에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시청자도 있다.
황동혁 감독: 먼저, 그것은 프론트맨의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봤다.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보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뚤어진 그의 악취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를 감쌌던 옷이자 456번 성기훈을 상징하는 유품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나름의 존중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떡밥’이라는 해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것은 아니다. 가영이가 게임에 참가한다면 ‘오징어 게임’은 근미래물이 되는데, 그런 근미래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Q. 무당 캐릭터인 용궁 선녀(채국희 분)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시즌 1의 한미녀처럼 약간 이상한 ‘돌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속이나 무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존재로 외국인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실제로 저희 할머니가 신기가 다 빠진 무당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런 ‘한물간’ 무당을 그려보고 싶기도 했다. 신기가 오락가락하면서도, 어느 순간 기훈이나 다른 이들의 불길한 운명을 예언하며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Q. 유명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면서 ‘저 배우는 늦게 죽겠다’는 예상이 가능했다는 반응도 있다.
황동혁 감독: 누구를 더 오래 살릴지 배우의 인지도를 고려한 것은 전혀 아니다. 캐릭터를 먼저 설정한 뒤,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누구일지를 고민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강하늘 씨가 임시완 씨보다 먼저 죽지만, 그렇다고 강하늘 씨가 덜 유명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운명에 따라 퇴장 순서가 정해졌을 뿐이다. 언제 죽느냐보다 ‘왜,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1년이 넘는 긴 촬영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황동혁 감독: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기훈이 떨어지던 날의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은…”이라고 말하는 그의 마지막 표정은 제가 봤던 모든 기훈의 표정 중 최고였다. 배우도, 저도 ‘이게 정말 끝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다.
Q. 해외에서는 이렇게 2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혼자 각본, 연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황동혁 감독: 그렇다. 시즌 2, 3을 만들며 정말 힘들었다. 너무 긴 여정이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완성했던 대본의 부족한 점들이 보여 계속 수정하고 보완했다. 촬영이 끝나면 쉬어야 하는데, 다시 숙소로 돌아가 대본을 고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뒤로 갈수록 매 순간이 힘에 부쳤다. 6개월 전에는 치아를 두 개 뽑기도 했다. 7~8월쯤 임플란트를 하려고 하는데, 이가 몇 개 남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Q. 명실상부 가장 성공한 K-콘텐츠를 만든 감독으로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황동혁 감독: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비난과 비판에 좌절도 했다가, 칭찬에 희열도 맛봤고, 생각지도 못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상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이 작품의 결말을 고민하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같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한때는 우쭐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저를 다시 겸손하게 만든 고마운 작품이다.
Q. 기훈의 죽음으로 ‘오징어 게임’의 다음 시즌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인데, 스핀오프에 대한 의지는 밝혔다.
황동혁 감독: 성기훈이 없는 ‘오징어 게임’은 의미가 없기에, 본편의 후속 시즌이 나올 여지는 없다. 마지막에 미국에서 또 다른 딱지맨인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한 것은, 기훈의 희생으로 한국의 게임은 끝났지만 이 거대한 시스템이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상징일 뿐, 후속편을 위한 장면은 아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판에 제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다. 다만 스핀오프를 한다면, 본편의 무거운 메시지는 내려놓고 팬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시즌 1과 2 사이 3년간의 공백 동안 프론트맨과 딱지맨(공유 분), 박선장(오달수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다.
Q. 할리우드에서의 러브콜은 없었나?
황동혁 감독: 작품 제안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힘들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을 하며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체중이 59kg까지 빠졌다. 50kg대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충격을 받았다. 일단은 몸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현재는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Q. 그렇다면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황동혁 감독: 지금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3을 만들며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하고 싶던 극장용 영화가 있었는데, 요즘 극장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섣불리 시작하기가 겁이 나기도 한다. 한 달 정도는 푹 쉬면서 이번 작품의 반응도 차분히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Q.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 최고의 게임 3가지를 꼽아주신다면?
황동혁 감독: 1위는 시즌 3의 마지막 게임이다. ‘가장 약한 자를 골라 떨어뜨린다’는 룰이, 사회적 안전망 없이 약자부터 탈락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어, 이 작품의 상징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2위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영희’라는 상징적인 인형이 등장해 가장 큰 충격을 줬다. 3위는 ‘달고나’ 게임이다. 실제로 제가 어릴 때 달고나 뒷면을 핥아서 성공했던, 가장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게임이라 애착이 간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 YTN 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들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ytnstar@ytn.co.kr로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