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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절반의 성공, 그럼에도 응원하게 되는 연상호의 '얼굴'](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0911/202509111619193879_d.jpg)
영화 '얼굴'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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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흥미로운 은유와 상징으로 호기심을 끌지만, 이야기의 힘은 강하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아 아쉬움을 남긴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이다.
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篆刻)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 앞에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이 등장한 이후, 그의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명료하다. 임영규(권해효 분)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도장을 만들어 '기적이 실재한다는 증거'로 불리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그를 인터뷰하러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 분)이 찾아온 가운데 오래전 실종됐던 아내 정영희(신현빈 분)의 백골 시신이 발견된다. 사라졌던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임동환(박정민 분)과 김PD는 과거의 인물들을 한 명씩 인터뷰한다.
영화는 총 다섯 번의 인터뷰와 하나의 클로징 멘트로 구성돼 있다. 임영규와 김PD는 이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잊혔던 과거의 진실을 끄집어낸다. 망각의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진실의 파편들을 하나씩 길어 올리는 것이다.
'얼굴'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비유와 함의를 통해 관객에 따라 여러 가지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는다는 점이다.
연 감독은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내면을 깊게 응시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집요하게 묻는다. 또한, 마음속 상처와 결핍이 어디에서 오는지 질문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과 이해, 소통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야를 넓히면 영화는 70년대 고속·압축 성장을 겪으며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수많은 것을 놓친 이들에 대한 일종의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굴'은 보는 이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하고, 거대한 사회적 담론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주제 의식과 풍성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야기를 추동하는 힘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해석의 여지를 넓게 열어놓은 탓에 작품이 지닌 문제의식은 되려 얕게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영화의 뼈대와 같은 핵심 이야기 역시 다소 뻔한 전개 방식을 펼친다. 결말로 향하는 길 역시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어 길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긴장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극 내내 이어지는 다섯 번의 인터뷰 역시 결국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돌림노래와 다름없어 영화는 앞을 향해 약진하기보다는 제자리에서 웅크리고 앉아 정체됐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아쉬운 지점들이 적잖아 '얼굴'은 분명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20명의 스태프와 단 13회차 촬영만으로 완성돼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실험적 모델을 제시하고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서사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연상호 감독의 도전과 그 결과물인 '얼굴'을 향한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다.
영화 '얼굴'. 연상호 감독 연출.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한지현, 임성재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2025년 9월 11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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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篆刻)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 앞에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이 등장한 이후, 그의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명료하다. 임영규(권해효 분)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도장을 만들어 '기적이 실재한다는 증거'로 불리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그를 인터뷰하러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 분)이 찾아온 가운데 오래전 실종됐던 아내 정영희(신현빈 분)의 백골 시신이 발견된다. 사라졌던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임동환(박정민 분)과 김PD는 과거의 인물들을 한 명씩 인터뷰한다.
영화는 총 다섯 번의 인터뷰와 하나의 클로징 멘트로 구성돼 있다. 임영규와 김PD는 이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잊혔던 과거의 진실을 끄집어낸다. 망각의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진실의 파편들을 하나씩 길어 올리는 것이다.
'얼굴'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비유와 함의를 통해 관객에 따라 여러 가지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는다는 점이다.
영화 '얼굴'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 감독은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내면을 깊게 응시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집요하게 묻는다. 또한, 마음속 상처와 결핍이 어디에서 오는지 질문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과 이해, 소통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야를 넓히면 영화는 70년대 고속·압축 성장을 겪으며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수많은 것을 놓친 이들에 대한 일종의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굴'은 보는 이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하고, 거대한 사회적 담론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주제 의식과 풍성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야기를 추동하는 힘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해석의 여지를 넓게 열어놓은 탓에 작품이 지닌 문제의식은 되려 얕게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영화의 뼈대와 같은 핵심 이야기 역시 다소 뻔한 전개 방식을 펼친다. 결말로 향하는 길 역시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어 길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긴장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영화 '얼굴'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극 내내 이어지는 다섯 번의 인터뷰 역시 결국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돌림노래와 다름없어 영화는 앞을 향해 약진하기보다는 제자리에서 웅크리고 앉아 정체됐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아쉬운 지점들이 적잖아 '얼굴'은 분명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20명의 스태프와 단 13회차 촬영만으로 완성돼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실험적 모델을 제시하고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서사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연상호 감독의 도전과 그 결과물인 '얼굴'을 향한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다.
영화 '얼굴'. 연상호 감독 연출.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한지현, 임성재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2025년 9월 11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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