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도파민의 시대에 뚝 떨어진 발라드…설 자리는 어디에?

[Y초점] 도파민의 시대에 뚝 떨어진 발라드…설 자리는 어디에?

2025.09.24. 오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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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도파민의 시대에 뚝 떨어진 발라드…설 자리는 어디에?
사진=도로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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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는 이제 마치 BGM처럼 돼버린 것 같다.” 데뷔 35주년을 맞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의 말이다. 단 한 문장이지만 장르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가수 이현도 같은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이 발라드를 찾지 않는 건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세대는 달라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두 사람의 발언은 정통 발라드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분명한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라드는 오랫동안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 장르였다. 신승훈, 조성모, 성시경으로 이어진 계보는 한때 차트를 장악했고, 결혼식 축가와 노래방 애창곡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발라드는 차트에서 존재감을 잃고, 세대별 선호도에서도 점점 자취가 옅어졌다.



사진=물고기뮤직

멜론이 공개한 2024년 연간 TOP10은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세븐틴 등 아이돌과 글로벌 협업 곡이 장악했다. 이 가운데 정통 발라드는 아이유의 ‘Love wins all’ 단 한 곡뿐이었다. 반대로 2017년 연간 차트에는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찬열&펀치 ‘Stay With Me’, 크러쉬 ‘Beautiful’ 등 OST 기반 발라드가 다수 포진해 있었다. 7년 사이 발라드의 차트 점유율이 뚜렷하게 줄어든 것이다.

갤럽이 발표한 ‘올해의 가수’ 조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30대 이하에서는 뉴진스(25.5%), 아이유(20.6%), 에스파(13.3%)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대로 40대 이상은 임영웅(33.9%), 이찬원, 장윤정 등 트로트 가수가 압도했다. 젊은 층은 아이돌, 중장년층은 트로트로 이동하며 발라드는 어느 쪽에서도 주류 장르로 자리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래방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2024년 인기곡 TOP100의 약 70%가 발라드 계열이었다. 임창정, 박효신, 폴킴, 성시경의 곡은 꾸준히 불렸고, ‘보이지 않는 사랑’, ‘좋니’, ‘모든 날, 모든 순간’ 같은 노래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다. 발라드는 ‘찾아 듣지는 않지만 찾아내서 부르는 생활 장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신승훈은 “요즘 정통 발라드 가수가 너무 없다. 하지만 자이언티, 크러쉬 같은 뮤지션도 결국은 발라드의 한 형태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발라드”라며 “그래도 발라드는 스탠더드처럼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이현도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예전처럼 울부짖는 건 지금의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며 절제된 창법을 택했다. 이어 “사람들이 새로운 발라드를 듣지 않는 건 삶이 퍽퍽해서다. 결국 익숙한 곡이나 리메이크를 찾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은 발라드 위기가 곡 공급 부족이 아니라 청취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사진=OSEN

실제로 틱톡,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은 짧고 중독성 있는 후렴을 가진 곡이 유리하다. 반면 발라드는 전곡을 들어야 감정이 완성된다. 구조적으로 ‘도파민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숫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합쳐보면, 발라드는 지금 ‘시대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젊은 세대는 아이돌로, 중장년층은 트로트로 이동했지만 노래방과 일상의 공간에서는 여전히 불리고 있다.

결국 신승훈의 말처럼 발라드는 ‘스탠더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가요계를 뒤흔드는 대세 장르는 아니지만, 시대와 유행을 넘어 꾸준히 소환되는 생활 속 음악으로 이어지며 체질을 개선해 가고 있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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