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투게더③] '악역 전문 배우' 이호철의 눈물…"반려견 깜돌이, 치매 앓다 떠나"

[리브투게더③] '악역 전문 배우' 이호철의 눈물…"반려견 깜돌이, 치매 앓다 떠나"

2025.10.0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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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투게더③] '악역 전문 배우' 이호철의 눈물…"반려견 깜돌이, 치매 앓다 떠나"
사진 = YTN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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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평생을 함께 산다는 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일상 속 기쁨을 나누고, 또 어려움도 나누는 순간의 연속일 테지요. 말없이 나만 바라봐 주는 존재들과 '반려'가 된 스타들에게 '그들이 함께 사는(live together) 세상'에 대해 묻습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강렬한 인상의 배우 이호철. 큰 키에, 풍채도 좋은 데다가, 악역 이미지가 강해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인간 이호철과 반려견 깜돌이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여리고 감동적이었다.

펜션에 버려진 아픈 노견을 직접 구조해 집으로 데려왔고, 약 1년간은 생업도 뒤로한 채 치매 걸린 깜돌이를 직접 돌봤다. 매일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시간 맞춰 물을 먹이고, 변을 뉘고, 깜돌이가 실수한 것들을 치우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이호철은 "깜돌이가 내게 준 게 더 많다"고 했다. 여전히 그리워서 깜돌이 사진을 쉽게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그는 깜돌이가 영원히 떠나던 마지막 날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펜션서 만난 유기견 깜돌이, 병들고 나이 많아 걱정…그래도 인연인가 보다"
사진 = 이호철 본인 제공

이호철이 깜돌이를 만난 일화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돼 잘 알려져 있다. 깜돌이는 그가 자주 가던 펜션 마당을 떠돌던 유기견이었고, 깜돌이가 이호철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 번은 친구들이랑 그 펜션에 놀러 갔는데, 또 날 알아보더라고요. 그날은 날씨가 추워서 방 안에서 재워야겠다 싶어서 친구들이 깜돌이를 씻겼어요. 그런데 깜돌이가 몸을 닦고 나서 저한테 뛰어와 안기는 거예요. 그때 이제 '아!' 했죠. 그 이후로는 집에 누워 있으면 걔가 가로등도 거의 없는 곳에서 차에 치이면 어쩌나 걱정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왔어요."

처음엔 임시 보호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동물병원 검진에서 심장병이 발견됐고, 노견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자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이호철은 그렇게 깜돌이의 '반려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인연인가 보다 했다"라며 "깜돌이를 데리고 온 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들도 사라지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치매 걸린 깜돌이 위해 드라마 섭외도 거절했지만…후회 안 해요"
사진 = YTN star

이호철은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깜돌이와 보냈다. 지난해 초 깜돌이의 치매 발병을 알게 된 뒤 오롯이 깜돌이를 돌보는 데에 시간을 썼다.

"처음엔 화분, 변기 뒤에 껴서 나오지를 못하더라고요. 넘어지거나 비틀거리고. 그러다가 물을 못 찾고, 물그릇을 찾더라도 고개를 숙이다가 넘어지더라고요. 더 심해져서는 직진을 못하고 한자리를 뱅글뱅글 돌아요. 그러다가 자는 거예요."

이호철은 깜돌이를 돌보기 위해 드라마 섭외도 거절했다. 반려견 때문에 섭외를 거절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주변에 둘러댔다. "혹시 촬영 간 사이에 깜돌이가 떠나 있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시간을 계산해 물을 먹이고, 배변을 도왔다. 방향을 못 찾는 깜돌이가 한 실수를 수도 없이 치웠다. 치매에 걸린 노견을 받아주는 미용실이 없어 강아지 미용도 직접 배웠다.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가족이니까. 어떨 때는 깜돌이가 연속으로 사고를 치면 솔직히 화도 났어요. '아 때릴 수도 없고' 하다가도 곧바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해서 미안하다 깜돌아'라면서 깜돌이 안고 엉엉 울었죠."

작품 활동까지 쉬어가며 깜돌이를 돌본 탓에 금전적인 어려움도 느꼈지만 이호철은 한 치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깜돌이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지금에 와서야 후회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치매 투병 10개월…깜돌이가 떠난 후 이야기
사진 = 이호철 본인 제공

꼬박 10개월을 투병하던 깜돌이는 지난 2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심장, 신장, 담낭까지 망가져 마지막 희망을 품고 수술을 감행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이호철은 자신이 잠시 집에 다녀온 사이 깜돌이가 떠난 탓에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이호철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자꾸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깜돌이가 떠난 빈자리 잊기 위해 건설적인 일상에 몰두하고 있다. 운동을 하고,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이호철은 "깜돌이는 떠나는 길에도 나를 성장시켜주는구나 싶다"며 "사람들은 깜돌이가 나를 만난 게 복이라고 말하지만, 난 깜돌이가 내게 준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날 단단하게 만들어준 친구"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에게 깜돌이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 펜션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이호철은 "깜돌이라는 걸 알면 고민 없이 무조건 입양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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