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골든타임 놓치면 후배들 보기 민망” 김형석, 음저협 회장 선거 출마의 변

[Y터뷰] “골든타임 놓치면 후배들 보기 민망” 김형석, 음저협 회장 선거 출마의 변

2025.11.21.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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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사의 수많은 명곡 뒤에는 항상 이 이름이 있었다. 신승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김건모 ‘잘못된 만남’, 임창정 ‘그때 또 다시’까지, 1990년대 이후 K-팝의 사운드를 만든 작곡가 김형석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KOMCA, 콤카)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콤카는 4천억 원대의 시장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의 저작권 관련 단체다. 동시에 불투명한 운영 방식으로 늘 논란이 따라붙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지금 리스크가 가득한 회장 자리에 김형석이 나서게 된 걸까.

이에 대해 그는 “사실 몇 달 전 선후배들로부터 추대를 받았지만, 곡 쓸 시간도 부족할 것 같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자리를 굳이 해야 하나 싶어 정말 많이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마음을 바꾼 건 협회의 속살을 직접 들여다본 뒤였다.

“재무제표,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적 사항을 다 꺼내놓고 보니 ‘너무 새는 곳이 많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리고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협회의 내부 시스템은 수십 년 전 그대로였고요. 이걸 보고 나니 그냥 덮고 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지금의 시기를 “저작권의 골든타임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보 출판에서 시작해 라디오, 음반,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매번 매체가 바뀔 때마다 저작권은 다시 정립돼 왔어요. 지금은 AI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는 시기죠. 이때 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지키고 제도화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진 거죠.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선후배 작가들에게 너무 민망할 것 같았어요.”

김형석이 콤카 회장 후보로서 가장 문제를 삼은 부분은 해외 저작권료 징수 누락이다.

“미국에는 MLC라는 복제·전송 징수 단체가 있어요. 미국 전체 음원 시장에서 저작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연간 약 7,000억 원 정도인데, 한국 K-팝의 점유율이 2%라면 최소 140억 원은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받는 건 1억 7천, 많아야 2억이에요. 이건 ‘안 주니까 못 받는다’가 아니라, ‘시스템이 안 돼 있어서 못 받는 돈’입니다. 중국 음악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텐센트나 왕이에서도 ‘저작권료를 주고 싶어도 바구니가 없다’는 상황이죠. 그 바구니를 만드는 일이 회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봅니다.”

공약집에 등장하는 ‘K-MLC(Korean Music Licensing Collective)’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해법이다. 미국 MLC, 중국 MCSD 등과 직접 연동되는 국내 통합 징수·분배 허브를 만들어 해외 징수액을 임기 내 1,0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콤카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징수뿐만이 아니다. 이 협회를 둘러싼 여러 의혹의 핵심에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다. 김형석이 의지를 가지고 개선하려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금 콤카의 브랜드는 땅바닥이에요. ‘방만한 경영을 한다’, ‘돈을 쌓아놓고 안 준다’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많아요. 이 문제를 풀려면 첫 번째 단추는 무조건 투명성입니다. 투명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를 통해 브랜드를 회복할 수 있는 거죠.”

이에 김형석은 외부 컨설팅 전면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콤카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선되는 즉시 PwC 같은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에 협회 전체를 맡기겠습니다. 징수·분배 시스템, 일반 회계, 인사 구조까지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을 받고, 그 보고서를 정회원·준회원 가리지 않고 전 회원에게 공개할 겁니다. 숫자가 오가는 만큼 콤카는 사실 금융회사에 준하는 조직인데 이 정도 투명성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혁신의 깃발을 올리면, 반드시 그에 준하는 반발이 따라온다. 기존의 사적 관계에서 피어나는 일종의 협회 내 카르텔, 다른 말로 하면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부딪히는 법이다.

이에 대해 김형석은 “협회 내부 카르텔에 빚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가 협회에서 이사를 오래 해온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회장을 꿈꿔온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저작권료를 받는 회원 중 한 명으로서, 그것도 히트곡이 조금 있는 작곡가로서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이건 나를 위해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추대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의 이해관계에 휩쓸릴 이유가 없습니다.”

정회원 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문체부가 수차례 ‘2~3천 명까지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해온 만큼, 연수·기여도·저작권료 등을 기준으로 정회원 확대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석은 이어 ‘회원들의 복지’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수수료와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는 기존 복지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별도의 복지재단 설립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복지 회계(이자 수익)만으로는 5만 명 회원 전체, 특히 준회원과 신진 작가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고령 작가의 의료·생계 문제도 크지만, 젊은 세대의 복지는 결국 ‘곡을 팔 기회’입니다. 실용음악과를 나오고 음악에 인생을 건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협회에 가입하고 나서도 곡을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지 창구가 없는 거죠.”

그가 구상하는 복지재단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세일즈 허브’의 역할도 겸한다.

“스웨덴은 국가 차원에서 음악 산업을 육성해서 맥스 마틴 같은 프로듀서가 나왔잖아요. 우리도 협회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사의 A&R과 연결해 젊은 작가들의 곡을 세일즈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돈으로만 주는 복지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콤카가 처한 외부 상황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바로 AI와 저작권 이슈다.

“AI가 나오면서 전 국민이 작사·작곡가가 됐습니다. 음악을 포토샵처럼 만드는 시대죠. 콤카가 AI 솔루션 업체와 계약해 학습 단계에서 쓰이는 부분의 20%를 가져오기로 선행 합의를 했어요. 이제 문체부와 논의해서 이 비율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합니다. 학습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일정 요율을 받고, 사용 단계에서는 케이스별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죠.”

협회가 관리하는 750만 곡의 데이터베이스도 AI 시대에는 새로운 자산이 된다는 것이 김형석의 생각이다.

“작가들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내 곡 마음껏 갖고 놀아도 된다’고 허용한 곡들을 AI가 2차·3차 창작물로 만들어내고, 그 수익의 일부를 저작권료로 환원한다면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겁니다. 특히 K-팝과 같이 글로벌 팬덤이 있는 음악에서는 효과가 훨씬 크겠죠.”

인터뷰 말미 그는 현재의 K-팝과 저작권을 연결하는 화두를 꺼냈다.

“요즘은 K-팝의 ‘K’가 뭘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요. 한국 가수가 부르면 K-팝인가, 한국어로 부르면 K-팝인가 헷갈리기 시작했죠. 레게도 처음엔 자메이카의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팝 시장의 장르 중 하나잖아요. 저는 지금의 K-팝을 ‘플랫폼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 상호보완적 관계로 바꿔낸 산업’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건 IP를 누가 갖느냐”라고 강조했다.

“음악 IP가 있어야 2차·3차 가공을 통해 수익이 계속 발생하는데, 현실적으로는 80%가 외국 작곡가 곡이고, OTT는 오리지널로 매절 계약을 해버립니다. 넷플릭스가 음악 저작권까지 다 사버리는 식이죠. 저작권법 100조(영상저작물 특례) 같은 조항을 현실에 맞게 손보고, 국내 IP를 지켜낼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게 협회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여기에 김형석은 콤카를 향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바꿔야 하는 과제도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사실 저작권 협회는 본질적으로 투쟁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초대 회장 때 노래방 수익을 받아내려고 지방 토호, 건달들과 싸우던 데서 시작한 단체예요. 한일 관계가 안 좋던 시절에도 자스락(일본음악저작권협회)과 상호관리계약을 맺으면서 정부의 질책도 받았고, 작가들의 부가가치세 면제도 끊임없는 투쟁으로 얻어낸 겁니다. 이런 헤리티지가 다 묻혀버리고 ‘해먹는다’는 말만 남아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는 시험 봐서 들어오는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마음속에 동심을 품고 사는 작사·작곡가들의 단체입니다. 창작자들이 안심하고 곡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제가 회장으로 나선 이유입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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