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넷플릭스 도전, 가장 한국적인 버라이어티로 승부
-비영어권 TOP 5, 세 출연자의 농도 짙은 관계성 통했다
-“우유에 커피를 조금 섞듯" 기존 포맷 위에 작은 변주 더해
-비영어권 TOP 5, 세 출연자의 농도 짙은 관계성 통했다
-“우유에 커피를 조금 섞듯" 기존 포맷 위에 작은 변주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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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는 익숙한 얼굴들을 낯선 대륙으로 데려가, 오래된 케미에 새로운 공기를 입힌 여행 버라이어티다. '신서유기'에서 수없이 붙어 보던 이수근·은지원·규현이 이번엔 아프리카 케냐로 떠나 사파리 위에서 티격태격을 이어가고, 한국적인 ‘게임 버라이어티’의 문법을 글로벌 OTT 위에서 다시 시험해 본 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예능 명가로 불리는 제작사에겐 첫 넷플릭스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오랫동안 '신서유기 세계관'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일종의 시험대이자 선물 같은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전통 버라이어티가 글로벌에서도 통할까?”라는 우려 속에서 출발한 ‘케냐 간 세끼’는 비영어권 TOP 5에 오르며 성적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김예슬 PD는 이번 작품이 애초부터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고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오랫동안 ‘신서유기’ 세계관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고 회상한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첫 진출작으로서 거둔 성과는 스스로에게도, 회사에게도 놀라운 순간이었다.
“애초에 글로벌 시청자를 1차 타깃으로 삼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보니, 그분들의 니즈를 최대한 만족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기획부터 제작까지 왔죠. 그런데 지난주에 비영어권 ‘TOP 5’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한국적인 전통 버라이어티 색깔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뿌듯했고요. 앱에 뜨는 ‘TOP10 뷰’ 랭킹에서도 케냐 현지까지 순위 안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영석 선배님께는 런칭 이후 한 2주간 매일 아침 ‘오늘 순위’를 정리해서 보내드렸는데, 그때마다 조마조마하다가 안도감을 느끼시죠. ‘오랜만에 돌아온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넷플릭스 월드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예능이지만, 김 PD가 “한국 버라이어티의 매력”을 묻는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화려한 포맷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였다.
“저희 회사에서 많이 하는 이른바 ‘바이블적인 게임들’은 한글 기반 요소나 한국 문화·정서가 강하게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글로벌하게 통했던 포인트는, 세 분이 오랜 시간 함께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농도 짙은 관계성, 그리고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고 또 풀리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관계성에서 나오는 싸움과 투닥거림이 국경을 넘어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 것 같고, 그 지점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어필된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관계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장면을 묻자, 김예슬 PD는 망설임 없이 배 위의 논리 게임을 떠올렸다. 세 사람의 캐릭터와 역할 분담이 가장 날것으로 드러난 순간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배 타는 논리 게임’이 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을 보면 수근 선배님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계속 웃음을 만들고, 은지원 선배님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수근, 규현 사이에는 나이 차이도 있고 분위기도 조금 다른데, 지원 선배님은 아이돌, 예능인 양쪽 경험이 다 있다 보니 그 간극을 매끄럽게 메워주세요. 규현 선배님은 막내지만 비관적인 멘트를 툭툭 던지면서 여행의 힘든 면도 솔직하게 짚고, 휴대전화까지 희생해 웃음을 만들어주는 캐릭터고요. 이 세 사람의 장점이 배 위 장면에서 가장 극대화돼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향해 날것의 대사를 던지고, ‘너는 바보냐’ 하면서도 결국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그 장면에 압축돼 있거든요. 마침 프로그램 구조상으로도 딱 중간, ‘야생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라 케미가 정점을 찍는 장면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봅니다.”
‘케냐 간 세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초반 에피소드는 규현의 휴대폰 분실 사건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박 에피소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막막함을 지켜봐야 하는 복합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처음엔 ‘곧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 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규현 선배님께 정말 고마웠던 점이 어느 순간 ‘이건 어쩔 수 없이 못 찾는 거니까, 그냥 정리하고 가자. 곧 촬영 스케줄 있으니까 가야 한다’고 먼저 정리를 해주셨다는 거예요. 제 입장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보면 정말 심란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또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 입장이니 쉽지 않았을 텐데, 프로답게 마음을 빨리 추스르고 촬영에 임해 주셨고, 나중에는 스스로 그 상황을 희화화하면서 본인을 희생해 웃음 포인트로 만들어주셨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했고, 덕분에 초반부터 강렬한 에피소드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휴대전화 사건은 또 다른 ‘선물’을 낳았다. 이수근의 자작곡이 등장했고, 넷플릭스라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쉽게 쓰였을 기성곡 대신 ‘새로운 음악’의 재미가 만들어졌다.
“OTT에서 버라이어티를 처음 해보는 거라, 제작진끼리 가장 먼저 얘기했던 고민이 ‘음악’이었어요. 세 분 모두 흥이 많아서 평소 같으면 여행 중에도 노래 부르고, 게임하면서도 부르고, 저희 바이블 게임에는 음악 퀴즈도 있거든요. 기존 TV 채널에서는 이미 사용료 계약이 체결돼 있어서 기성곡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OTT는 곡 하나당, 초 단위로 비용이 붙으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물론 편집 과정에서 걷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여행을 가능한 자연스럽게 보여주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그런 허들을 어떻게 넘을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근 선배님 자작곡이 탄생했고, 그 곡을 규현 선배님이 프로 가수로서 다시 불러주셨죠. 그 장면이 많이 바이럴되기도 했고, 팬분들 사이에서 ‘정식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것조차 웃음과 감동 포인트로 잘 승화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원 발매는 곡을 만든 수근 선배님과 가창자인 규현 선배님이 결정하실 부분이라, 저희는 ‘시그널 송처럼 나와주면 좋겠다’는 정도의 바람만 갖고 있어요.”
이미 완성된 포맷 위에 자신의 색을 어떻게 더할 것인가. '신서유기' 스핀오프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이 프로젝트에서, 김예슬 PD는 ‘라테’에 비유하며 자신의 연출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이미 검증된 ‘바이블 같은 포맷’ 위에 올라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색을 강하게 드러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라테처럼 우유에 커피를 조금씩 섞어가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미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이 명확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상 미션도 ‘조금 더 머리를 쓰는 방식으로 변주해보자’ 해서 ‘금콩 마피아’ 같은 게임을 기획해봤고, 좀비 게임도 세 분만 하는 대신 스태프까지 참여시키며 다이내믹한 그림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또 챗GPT를 활용해 세 분의 결과물을 채점하게 하는 식으로, 이전에는 없던 감성으로 출연자분들과 맞닥뜨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작은 변주들을 시도했습니다.”
예상 밖의 변수와 “이건 꼭 담고 싶다”는 순간 사이에서 연출자는 끊임없이 계산과 직감을 오간다. 김예슬 PD에게 이번 시즌 그런 장면들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논리 게임과 ‘기린 키스’를 나란히 꺼냈다.
“이수근 선배님이 ‘우리를 개똥멍청이로 본 거냐’고 하셨던 논리 게임, 배 건너기 미션이 대표적인 변수였어요. 실수를 많이 할 줄 알고 ‘한 10분 정도는 아슬아슬하게 걸리겠지’라고 계산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에 풀어버리셔서 놀랐습니다. 평소 세 분이 워낙 티격태격하다 보니 그 와중에 미스도 나올 줄 알았는데, 큰 실수 없이 잘 풀어내신 장면이었죠. 꼭 담고 싶었던 장면은 티저에도 쓰인 ‘기린 키스’ 신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규현 선배님은 사실 그 키스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레이스 우승자로 벌칙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결국 함께 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여행을 진짜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 결과가 아니라 ‘여기까지 왔으니 해보자’ 하는 태도 자체가 너무 여행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또 이 장면이 레이스의 결과이기도 해서 티저에 넣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는데, 우승자가 키스를 자처하면서 스포 없이 강렬한 그림을 티저에 쓸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신서유기'를 기다리던 팬들 입장에서 세 사람만의 여행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후속작이나 비슷한 포맷을 더 볼 수 있을지 묻자, 김예슬 PD는 팬들과 똑같이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좋은 기회와 타이밍만 맞는다면 '케간세'의 후속이든, 다른 재미있는 기획이든 언제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신서유기' 팬이라 늘 ‘언젠가 또…’를 기다리는 입장이고요. 이번처럼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온다면 그때도 재미있게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 역시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익숙한 조합, 익숙한 포맷 안에서 ‘차별화’를 요구받는 건 이 프로젝트가 떠안은 숙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예슬 PD는 이번 작품만큼은 ‘새로움’보다 ‘기다려온 맛’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혁신적으로 새로워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워낙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기다리던 분들이 ‘무엇을 가장 보고 싶어할까?’를 고민했을 때 답은 간단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 셋이, 가장 잘하는 걸 마음껏 보여주는 것.’ 그래서 앞으로 넷플릭스와 다른 IP로 협업할 때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겠지만, 이 프로젝트만큼은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 의도에는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아는 맛이 재밌다”와 “조금 식상하다” 사이, 익숙함을 향한 사랑과 피로감이 동시에 쏟아졌던 반응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식상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앞으로 IP를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프로그램은 말씀드렸듯이 ‘기획 의도에 충실하게,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잘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목표에는 부합했다고 보지만,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는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야겠죠. 실제로 회의할 때도 ‘이런 건 어떨까, 저런 시도는 어떨까’라는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고, 다양한 방향으로 IP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를 두고 ‘4세대 PD’, ‘나영석 사단의 새 얼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하게 “부담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만큼 감사한 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연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와 저희 콘텐츠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뜻이기도 해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 말고도 주니어급 PD들이 입봉할 시기가 많이 온 상황이고, 제가 운 좋게도 그중 먼저 이름이 언급되는 위치에 서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넷플릭스 론칭을 먼저 경험해보고, 영석 선배님의 수상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팬미팅 같은 행사도 함께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부담감과 동시에 ‘정말 감사한 자리, 감개무량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시선은 다음 작업으로 향해 있다. 이미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마친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전혀 다른 도시, 전혀 다른 여행의 얼굴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김예슬 PD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이름들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서진 선배님 특유의 ‘겉바속촉’ 감성과 생활력 좋은 여행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선배님이 오래 거주하셨던 뉴욕이 아니라 달라스라는 도시로 가게 됐는데, 텍사스 지역을 돌아다니며 서부 감성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기존과는 조금 결이 다른 여행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오래 생각해 온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중 1지망이 이서진 선배님이었고, 다행히 이번 ‘달라달라’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은 윤여정 선생님인데, 패션에 일가견이 있으셔서 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의 끝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넷플릭스와 ‘케냐 간 세끼’라는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었다. 첫 도전, 첫 협업, 그리고 처음으로 마주 선 기자 간담회까지. 여러 겹의 ‘첫 경험’이 겹친 시간이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작업해 보는 것도, 이렇게 기자님들과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고 긴장도 됐는데,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케냐에서 촬영할 때도 ‘이걸 어떻게 하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고, 그 고민들이 화면에 잘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 더 큰 작품들도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 사이사이 지루하시다면 한 번씩 더 ‘케간세’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함께한 뜻깊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서, 많은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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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전통 버라이어티가 글로벌에서도 통할까?”라는 우려 속에서 출발한 ‘케냐 간 세끼’는 비영어권 TOP 5에 오르며 성적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김예슬 PD는 이번 작품이 애초부터 “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고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오랫동안 ‘신서유기’ 세계관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고 회상한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첫 진출작으로서 거둔 성과는 스스로에게도, 회사에게도 놀라운 순간이었다.
“애초에 글로벌 시청자를 1차 타깃으로 삼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보니, 그분들의 니즈를 최대한 만족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기획부터 제작까지 왔죠. 그런데 지난주에 비영어권 ‘TOP 5’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한국적인 전통 버라이어티 색깔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뿌듯했고요. 앱에 뜨는 ‘TOP10 뷰’ 랭킹에서도 케냐 현지까지 순위 안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영석 선배님께는 런칭 이후 한 2주간 매일 아침 ‘오늘 순위’를 정리해서 보내드렸는데, 그때마다 조마조마하다가 안도감을 느끼시죠. ‘오랜만에 돌아온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넷플릭스 월드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예능이지만, 김 PD가 “한국 버라이어티의 매력”을 묻는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화려한 포맷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였다.
“저희 회사에서 많이 하는 이른바 ‘바이블적인 게임들’은 한글 기반 요소나 한국 문화·정서가 강하게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글로벌하게 통했던 포인트는, 세 분이 오랜 시간 함께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농도 짙은 관계성, 그리고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고 또 풀리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관계성에서 나오는 싸움과 투닥거림이 국경을 넘어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 것 같고, 그 지점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어필된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관계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장면을 묻자, 김예슬 PD는 망설임 없이 배 위의 논리 게임을 떠올렸다. 세 사람의 캐릭터와 역할 분담이 가장 날것으로 드러난 순간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배 타는 논리 게임’이 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을 보면 수근 선배님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계속 웃음을 만들고, 은지원 선배님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수근, 규현 사이에는 나이 차이도 있고 분위기도 조금 다른데, 지원 선배님은 아이돌, 예능인 양쪽 경험이 다 있다 보니 그 간극을 매끄럽게 메워주세요. 규현 선배님은 막내지만 비관적인 멘트를 툭툭 던지면서 여행의 힘든 면도 솔직하게 짚고, 휴대전화까지 희생해 웃음을 만들어주는 캐릭터고요. 이 세 사람의 장점이 배 위 장면에서 가장 극대화돼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향해 날것의 대사를 던지고, ‘너는 바보냐’ 하면서도 결국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그 장면에 압축돼 있거든요. 마침 프로그램 구조상으로도 딱 중간, ‘야생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라 케미가 정점을 찍는 장면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봅니다.”
‘케냐 간 세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초반 에피소드는 규현의 휴대폰 분실 사건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박 에피소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막막함을 지켜봐야 하는 복합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처음엔 ‘곧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 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규현 선배님께 정말 고마웠던 점이 어느 순간 ‘이건 어쩔 수 없이 못 찾는 거니까, 그냥 정리하고 가자. 곧 촬영 스케줄 있으니까 가야 한다’고 먼저 정리를 해주셨다는 거예요. 제 입장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보면 정말 심란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또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 입장이니 쉽지 않았을 텐데, 프로답게 마음을 빨리 추스르고 촬영에 임해 주셨고, 나중에는 스스로 그 상황을 희화화하면서 본인을 희생해 웃음 포인트로 만들어주셨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했고, 덕분에 초반부터 강렬한 에피소드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휴대전화 사건은 또 다른 ‘선물’을 낳았다. 이수근의 자작곡이 등장했고, 넷플릭스라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쉽게 쓰였을 기성곡 대신 ‘새로운 음악’의 재미가 만들어졌다.
“OTT에서 버라이어티를 처음 해보는 거라, 제작진끼리 가장 먼저 얘기했던 고민이 ‘음악’이었어요. 세 분 모두 흥이 많아서 평소 같으면 여행 중에도 노래 부르고, 게임하면서도 부르고, 저희 바이블 게임에는 음악 퀴즈도 있거든요. 기존 TV 채널에서는 이미 사용료 계약이 체결돼 있어서 기성곡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OTT는 곡 하나당, 초 단위로 비용이 붙으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물론 편집 과정에서 걷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여행을 가능한 자연스럽게 보여주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그런 허들을 어떻게 넘을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근 선배님 자작곡이 탄생했고, 그 곡을 규현 선배님이 프로 가수로서 다시 불러주셨죠. 그 장면이 많이 바이럴되기도 했고, 팬분들 사이에서 ‘정식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것조차 웃음과 감동 포인트로 잘 승화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원 발매는 곡을 만든 수근 선배님과 가창자인 규현 선배님이 결정하실 부분이라, 저희는 ‘시그널 송처럼 나와주면 좋겠다’는 정도의 바람만 갖고 있어요.”
이미 완성된 포맷 위에 자신의 색을 어떻게 더할 것인가. '신서유기' 스핀오프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이 프로젝트에서, 김예슬 PD는 ‘라테’에 비유하며 자신의 연출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이미 검증된 ‘바이블 같은 포맷’ 위에 올라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색을 강하게 드러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라테처럼 우유에 커피를 조금씩 섞어가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미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이 명확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상 미션도 ‘조금 더 머리를 쓰는 방식으로 변주해보자’ 해서 ‘금콩 마피아’ 같은 게임을 기획해봤고, 좀비 게임도 세 분만 하는 대신 스태프까지 참여시키며 다이내믹한 그림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또 챗GPT를 활용해 세 분의 결과물을 채점하게 하는 식으로, 이전에는 없던 감성으로 출연자분들과 맞닥뜨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작은 변주들을 시도했습니다.”
예상 밖의 변수와 “이건 꼭 담고 싶다”는 순간 사이에서 연출자는 끊임없이 계산과 직감을 오간다. 김예슬 PD에게 이번 시즌 그런 장면들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논리 게임과 ‘기린 키스’를 나란히 꺼냈다.
“이수근 선배님이 ‘우리를 개똥멍청이로 본 거냐’고 하셨던 논리 게임, 배 건너기 미션이 대표적인 변수였어요. 실수를 많이 할 줄 알고 ‘한 10분 정도는 아슬아슬하게 걸리겠지’라고 계산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에 풀어버리셔서 놀랐습니다. 평소 세 분이 워낙 티격태격하다 보니 그 와중에 미스도 나올 줄 알았는데, 큰 실수 없이 잘 풀어내신 장면이었죠. 꼭 담고 싶었던 장면은 티저에도 쓰인 ‘기린 키스’ 신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규현 선배님은 사실 그 키스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레이스 우승자로 벌칙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결국 함께 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여행을 진짜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 결과가 아니라 ‘여기까지 왔으니 해보자’ 하는 태도 자체가 너무 여행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또 이 장면이 레이스의 결과이기도 해서 티저에 넣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는데, 우승자가 키스를 자처하면서 스포 없이 강렬한 그림을 티저에 쓸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신서유기'를 기다리던 팬들 입장에서 세 사람만의 여행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후속작이나 비슷한 포맷을 더 볼 수 있을지 묻자, 김예슬 PD는 팬들과 똑같이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좋은 기회와 타이밍만 맞는다면 '케간세'의 후속이든, 다른 재미있는 기획이든 언제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신서유기' 팬이라 늘 ‘언젠가 또…’를 기다리는 입장이고요. 이번처럼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온다면 그때도 재미있게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 역시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익숙한 조합, 익숙한 포맷 안에서 ‘차별화’를 요구받는 건 이 프로젝트가 떠안은 숙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예슬 PD는 이번 작품만큼은 ‘새로움’보다 ‘기다려온 맛’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혁신적으로 새로워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워낙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기다리던 분들이 ‘무엇을 가장 보고 싶어할까?’를 고민했을 때 답은 간단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 셋이, 가장 잘하는 걸 마음껏 보여주는 것.’ 그래서 앞으로 넷플릭스와 다른 IP로 협업할 때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겠지만, 이 프로젝트만큼은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 의도에는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아는 맛이 재밌다”와 “조금 식상하다” 사이, 익숙함을 향한 사랑과 피로감이 동시에 쏟아졌던 반응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식상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앞으로 IP를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프로그램은 말씀드렸듯이 ‘기획 의도에 충실하게,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잘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목표에는 부합했다고 보지만,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는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야겠죠. 실제로 회의할 때도 ‘이런 건 어떨까, 저런 시도는 어떨까’라는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고, 다양한 방향으로 IP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를 두고 ‘4세대 PD’, ‘나영석 사단의 새 얼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하게 “부담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만큼 감사한 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연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와 저희 콘텐츠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뜻이기도 해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 말고도 주니어급 PD들이 입봉할 시기가 많이 온 상황이고, 제가 운 좋게도 그중 먼저 이름이 언급되는 위치에 서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넷플릭스 론칭을 먼저 경험해보고, 영석 선배님의 수상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팬미팅 같은 행사도 함께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부담감과 동시에 ‘정말 감사한 자리, 감개무량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시선은 다음 작업으로 향해 있다. 이미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마친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전혀 다른 도시, 전혀 다른 여행의 얼굴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김예슬 PD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이름들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서진 선배님 특유의 ‘겉바속촉’ 감성과 생활력 좋은 여행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선배님이 오래 거주하셨던 뉴욕이 아니라 달라스라는 도시로 가게 됐는데, 텍사스 지역을 돌아다니며 서부 감성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기존과는 조금 결이 다른 여행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오래 생각해 온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중 1지망이 이서진 선배님이었고, 다행히 이번 ‘달라달라’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은 윤여정 선생님인데, 패션에 일가견이 있으셔서 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의 끝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넷플릭스와 ‘케냐 간 세끼’라는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었다. 첫 도전, 첫 협업, 그리고 처음으로 마주 선 기자 간담회까지. 여러 겹의 ‘첫 경험’이 겹친 시간이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작업해 보는 것도, 이렇게 기자님들과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고 긴장도 됐는데,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케냐에서 촬영할 때도 ‘이걸 어떻게 하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고, 그 고민들이 화면에 잘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 더 큰 작품들도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 사이사이 지루하시다면 한 번씩 더 ‘케간세’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함께한 뜻깊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서, 많은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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