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X파일] 조진웅 은퇴로 본 소년법..가해 소년 '갱생' 위주, 피해자는 없다?

[사건X파일] 조진웅 은퇴로 본 소년법..가해 소년 '갱생' 위주, 피해자는 없다?

2025.12.15.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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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2월 15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상민 변호사

- 현직변호사 "현행 소년법, 검사 항고 금지..가해 소년에게만 항고권 부여, 지나치게 가벼운 처분 내려저도 불복할 방법 없어"
- 피해자 목소리 대변할 검사 항고권 제한적으로라도 인정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조진웅 씨 측은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이 있었던 건 인정하지만, 성폭행 관련 행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배우 활동을 중단하겠다.’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죠. 여러분은 이 이슈를 듣고 어떤 생각하셨나요? 어떤 논리에 더욱 공감할 것인가? 개개인의 가치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적지 않은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매체에 대한 ‘소년법 위반이다’ 고발이 제기됐고요. 정치권에선 관련법 발의 움직임까지 나왔습니다. 소년범의 과거. 과연 어디까지 드러내고 용의 낼 것인지, 대중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고 언론의 보도는 정당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짜 피해자는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는 건 아닐지.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조진웅 씨 논란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 차분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상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상민 : 네 안녕하십니까, 김상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충격적인 보도였습니다. 조진웅 씨는 의혹이 불거지고 하루 만에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고요. 30년 전 과거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상민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배우 조진웅 씨의 30여 년 전, 즉 고등학생 시절의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2월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제보를 인용하여 조진웅 씨가 고등학생 시절인 1994년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강도 강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차량을 절도해 무면허 운전을 하고, 훔친 차량에서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인 2003년에는 극단 동료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고, 2004년에는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되었습니다.

◇ 이원화 : 조진웅 씨의 소년범 전력은 한 언론을 통해 최초로 보도됐죠. 그런데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소년보호처분 기록이라는 게 원칙적으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요. 실제로 소년재판 자체가 비공개 재판이죠. 그런 기록 열람 자체도 아주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 김상민 : 네, 맞습니다. 소년보호처분 기록은 소년법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며 외부 공개도 철저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년법의 핵심적인 두 조항 때문입니다. 먼저 소년법 제32조 제6항에선 소년의 보호 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년범에게 ‘주홍 글씨’를 새기지 않고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할 기회를 주기 위한 대원칙입니다. 따라서 소년보호처분은 흔히 말하는 전과 기록, 즉 ‘빨간 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소년법 제70조는 소년 보호 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어떤 내용에 관하여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에 어떤 조회에도 응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이나 수사기관 등이 임의로 소년 사건 기록을 외부에 알려주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아주 강력한 조항입니다. 실무적으로도 변호사들조차 재판 참고용 등 극히 제한적인 목적 외에는 소녀 사건 기록을 열람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만큼 우리 법이 소년의 갱생과 사회 복귀를 위해 기록 보호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이원화 : 실제로 이 내용을 보도한 매체의 기자 2명에 대해서도 고발장이 제출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법 조항을 문제 삼은 거죠? 또, 보도 내용을 이유로 기자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까?

◆ 김상민 : 네, 김경호 변호사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2명을 고발했으며 이때 적용된 혐의는 소년법 제70조 위반입니다. 고발의 핵심 논리는 기‘자들이 불법적인 정보 취득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기자들을 처벌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소년법 제70조는 처벌의 대상을 소년 보호 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의 구성원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정보를 누설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지 정보를 취득하여 보도한 기자를 직접적인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소년법 제68조에서는 보도 금지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조사 또는 심의 중에 있는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조진웅 씨의 경우처럼, 이미 30년 전에 종결된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 소년범 전력 공개 법안’까지 언급했다던데 뭘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건지.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김상민 : 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른바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 발의를 예고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 후보자나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소년 시절에 살인, 강도, 성폭력과 같은 중대한 범죄로 보호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조회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사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찬성 측에서는 국가를 이끄는 고위 공직자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국민의 알 권리’와 ‘공직 적격성 검증’을 강조합니다. 흉악 범죄 전력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영구적인 사각지대에 두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반대 측에서는 이러한 법안이 ‘소년범의 사회 복귀와 갱생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조진웅 씨 논란이 보도된 이후, 사회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소년법의 핵심 취지부터 정리를 해 볼게요. ‘처벌’이 아니라 ‘교화’라는 말. 이게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인 겁니까?

◆ 김상민 : ‘처벌’이 아닌 ’교화’는 소년사법 제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념입니다. 성인 형사사법의 주된 목적이 범죄에 대한 응보, 즉 죗값을 치르게 하는 처벌에 있다면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을 조정하고, 품행을 교정하여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즉 소년의 ‘미래’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소년사건은 일반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보호재판이라는 별도의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 또한 징역 몇 년과 같은 형벌이 아니라 사회봉사, 수강 명령,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내립니다.

◇ 이원화 : 아까도 잠시 언급하셨었지만 지금 가장 크게 맞서는 논리는 어떤 건가요?

◆ 김상민 : 이번 사건을 두고 우리 사회는 크게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며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먼저 ‘소년법 취지를 존중하고 갱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견에 따르면 ‘조진웅 씨는 이미 30년 전 소년 시절의 과오에 대해 합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으며, 이후 수십 년간 노력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고 이를 다시 심판하는 것은 과도한 사회적 생매장’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비난은 소년법의 교화와 재사회화라는 근본 취지를 흔드는 폭력이며 상업적 관음증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국민의 알 권리와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는 ‘법적 처벌이 끝났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중의 사랑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공인에게는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며, 대중은 그 과거를 알고 판단할 알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해자의 갱생만큼이나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갈 ‘피해자의 권리’가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합니다. 이 두 논리가 현재 팽팽하게 맞서면서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낙인이 되는 사회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과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가해자의 성공은 정당한가’라는 두 가지의 질문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원화 : 네, 법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알 권리’와 ‘갱생권’이 충돌한다고 하면 실제 재판에서는 어디에 더 무게가 실리는 편입니까?

◆ 김상민 :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현행법 체계와 판례의 경향을 보면 갱생권, 즉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 보호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공인의 과거 전과 사실을 보도하는 것과 관련하여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합니다. 특히 이미 처벌을 받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들추어내는 것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 크다고 보아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소년법이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방패가 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논의해야 할 부분 아닌가 싶습니다. 변호사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실제 피해자가 사건 번호조차 알 수 없게끔 돼 있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비공개 원칙이 강하게 규정돼 있는 건지.

◆ 김상민 : 바로 그 지점이 소년법이 끊임없이 비판받는 지점이고 피해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소년 보호 사건은 비공개 원칙이 너무나 철저해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고 해도 인적 사항이나 관련 기록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022년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던 피해 학생 측의 주소지 공개 요청을 법원이 기각한 사례가 바로 대표적입니다. 결국 소년의 갱생이라는 대의를 위해 피해자의 알 권리와 절차 참여권이 상당 부분 희생되고 있는 구조인 셈이며 이것이 가해자 방패라는 비판의 핵심 원인입니다.

◇ 이원화 : 네, 변호사님은 좀 어떻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보세요?

◆ 김상민 :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피해자에게는 사건 번호, 가해자가 받은 보호 처분의 내용과 결과 등 기본적인 정보를 통지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회복을 위한 다음 절차, 예를 들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있죠.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관련 기록의 일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현행 소년법은 검사의 항고를 금지하고 가해 소년에게만 항고권을 부여하는데 이로 인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분이 내려져도 검사가 불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검사의 항고권을 제한적으로라도 인정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소년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입법적 노력이 시급합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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