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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3:40~13: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03월 1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싫으면 싫다고, 안 한다고 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려워서 거절을 못해? 글쎄요.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요. 누군가에게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거절해야 할 상대가 나에 대한 평가, 미래를 쥐고 있다 느껴진다면 더더욱 그렇죠. 여성 A씨와 남성 B씨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과 지도교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B씨는 대학원생이던 A씨에게 “교수로서의 미래가 자신에게 달려있다”며 수차례 금전을 요구하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A씨를 불러내,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까지 드러났죠.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서너 차례 관계를 맺었다,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선 말이 또 바뀌었죠.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이 교수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최근 공개된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죠. 일각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단순히 한 사람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단 지적도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계에서, 교수의 지위와 권력이 악용되는 사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원래라면, 학문적 동반자여야 할 관계가졸업, 진로 결정이란 구조 속에서, 간혹 변질되곤 하는데 그 안에선 거절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그 구조 속에서 벌어진 갈등,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안수진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자세한 이야기 나누기 전에 최근 성폭행 관련해서 뜨겁게 이슈가 된 사건이 있어서 이것부터 좀 짚어보죠.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본인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불구속 송치됐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되겠습니까?
◆ 안수진 : 1차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이나 재판 정황을 살펴서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수사 당국이 혐의 입증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도 될까요?
◆ 안수진 : 네
◇ 이원화 : 어쨌든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아직 자세한 사실관계는 보도된 바가 없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만약 성폭행 사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부분이 가장 쟁점이겠습니까?
◆ 안수진 : 아무래도 위력에 의한 간음이 문제가 되었다 보니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그것과 간음 행위 간의 인과관계 등이 가장 주된 쟁점일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두 사이에 업무상 위력 관계가 존재를 했느냐 그게 쟁점이겠네요. 알겠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형량이 올라간, 사건부터 살펴보죠. 박사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과 지도교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 안수진 :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피해자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이었고, 가해자 A씨는 그 논문을 지도하던 교수였는데, 수사 결과를 보면 A씨는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기간도 짧지 않았는데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간음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재판에서 인정됐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성범죄 뿐 아니라, 금전 요구도 함께 문제가 됐다 들었는데, 교수가 돈을 요구했던 건가요?
◆ 안수진 : 네, A씨는 피해자에게 “논문이 최종 통과되면 지도교수에게 사례하는 관행이 있다”라며 1억 원을 요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피해자에게 “교수로서의 미래는 나에게 달려 있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피해자가 그와 같은 금전요구를 거절하자 A씨는 피해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본인이 피해자를 간음한 장면을 몰래 녹음 또는 녹화한 것처럼 거짓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교수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꿔 “피해자가 나를 강간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던데, 이런 진술 번복과 태도, 재판에서는 어떻게 평가됩니까? 양형에 영향을 주나요?
◆ 안수진 : 네, 이러한 진술의 번복은 통상 재판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는 수사초기, “피해자와 3~4회 성관계를 했다”라고 주장하다가 돌연 검찰단계에 이르러 “피해자가 나를 강간했다. 서로 마음이 맞아서 성관계한 사실도 없다”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요.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극명한 진술번복이 발생하는 경우 일차적으로 진술이 변경된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만일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겠죠. 결국 특별한 이유 없이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면 피고인의 주장이 궁색해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오히려 나를 강간했다는 주장은 왜 했을까요? 이게 나름 전략이었을까요?
◆ 안수진 : 개인적으로는 왜 그런 입장으로 변경하였는지 이해가 어렵긴 합니다만 아마 본인이 지도교수라 피해자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을 흐리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가 본인을 강간했다는 주장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A씨를 피감독자간음죄 및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원심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최근 항소심 결과가 나왔는데, 형량이 더 올라갔죠. 재판부가 형량을 올린 핵심 사유, 뭐라고 보세요? 특히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사망했단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 부분도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줬을까요?
◆ 안수진 : 네,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였는데요. A씨가 무려 14회에 걸쳐 본인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간음하였고, 추가적인 범행인 공갈미수의 수단으로 사용된 협박 역시 위 성범죄 당시를 녹음한 파일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그 자체로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 이외에도 “피해자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사망하였는데, 범행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를 통해 피해자가 재판과정에서 사망한 것도 형량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이런 사건에서 법원이 말하는 ‘위력’이라는 개념, 단순한 상하관계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지도교수라는 지위 자체가 위력이 될 수 있는 이유, 뭐라고 보면 될까요?
◆ 안수진 : 많은 분들이 ‘성범죄’라고 하면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피해자를 완전히 억압한 상태에서 어떠한 성적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A씨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감독자간음’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에게 적용되는 죄명입니다. 법률상의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행위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것도 가능합니다. 즉, 이 사건의 경우라면 A씨는 대학원생인 피해자의 지도교수로서 그 졸업여부, 추후 교수로서의 진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그 자체로서 법률상의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과의 불균형 문제,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자신의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할 만큼, 지도교수를 신뢰하고 의지하던, 제자에게 아주 가학적인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례도 있었잖아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소개해주시죠.
◆ 안수진 : 네, 2017년경 발생했던 사건인데요. 피해자는 2012년 대학에 입학하여 강의를 수강하던 중 이 사건 교수 B씨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B씨는 피해자에게 본인의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고, “내가 웬만하면 어디든 보내줄 수 있다”라면서 본인의 학계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는데요. 피해자는 기존 본인의 전공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B씨의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할만큼 B씨를 일종의 ‘멘토’로 의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017년 1월 B씨는 술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처음 성범죄를 개시하였고, 그 이후 3개월여 간 범행을 이어나갔습니다.
◇ 이원화 : 입에 담기도 힘든 행위들이 이어졌던 사건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이 있었고, 어떻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지게 된 거죠?
◆ 안수진 : 정말 문언 그대로 ‘입에 담기 어려운’ 행위들이었습니다. B씨는 2017년 1월경 술자리에서 피해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유사성행위를 한 다음 날, 피해자를 본인의 개인서재로 불렀는데요. 전날 행동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예상과는 달리, 피해자가 서재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것은 간이침대와 본인에게 ‘옷 벗어’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B씨의 모습이었습니다. B씨는 피해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성폭행에 나아갔습니다. 이후에도 B씨는 피해자에게 “너는 내 노예가 되는 거다”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간음을 한다거나 화장실로 끌고 가 본인의 소변을 먹이고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는 가학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B씨의 범행은 2018년 학교를 졸업한 피해자가 학교 성윤리위원회에 신고를 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고, 대학 측은 B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함과 동시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B씨를 파면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1심과 2심 결과가 확연히 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점에서 달랐고, 항소심이 원심 판단을 뒤집은 이유는 뭐였나요?
◆ 안수진 : 원심은 B씨에 대하여 5회에 걸친 강제추행과 1회에 걸친 준유사강간, 그리고 별도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을 각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당시 재판의 핵심은 B씨의 피해자에 대한 5회에 걸친 피감독자간음이었는데요. 원심은 B씨가 피해자의 대학원 진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피해자가 평소 B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초로 B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대학원 진학에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판단 또는 착각에 따라 B씨의 성관계 요구에 응한 것일 뿐 B씨가 피해자에게 적극적인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원심 판결에 대해 검사와 B씨 모두 항소하였는데요. 항소심은 앞서 말씀드렸던 법률상의 ‘위력’ 개념을 강조하며 “B씨가 교수로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피해자에 대해 사실상 보호·감독하는 역할을 했고, 학계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진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은 성폭력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리를 언급하며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감독자간음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보다 상향된 징역 4년을 B씨에게 선고하였습니다. 이후 B씨는 상고까지 이르렀지만 기각되어 2024년 9월경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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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싫으면 싫다고, 안 한다고 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려워서 거절을 못해? 글쎄요.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요. 누군가에게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거절해야 할 상대가 나에 대한 평가, 미래를 쥐고 있다 느껴진다면 더더욱 그렇죠. 여성 A씨와 남성 B씨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과 지도교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B씨는 대학원생이던 A씨에게 “교수로서의 미래가 자신에게 달려있다”며 수차례 금전을 요구하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A씨를 불러내,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까지 드러났죠.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서너 차례 관계를 맺었다,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선 말이 또 바뀌었죠.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이 교수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최근 공개된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죠. 일각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단순히 한 사람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단 지적도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계에서, 교수의 지위와 권력이 악용되는 사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원래라면, 학문적 동반자여야 할 관계가졸업, 진로 결정이란 구조 속에서, 간혹 변질되곤 하는데 그 안에선 거절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그 구조 속에서 벌어진 갈등,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안수진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자세한 이야기 나누기 전에 최근 성폭행 관련해서 뜨겁게 이슈가 된 사건이 있어서 이것부터 좀 짚어보죠.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본인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불구속 송치됐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되겠습니까?
◆ 안수진 : 1차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이나 재판 정황을 살펴서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수사 당국이 혐의 입증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도 될까요?
◆ 안수진 : 네
◇ 이원화 : 어쨌든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아직 자세한 사실관계는 보도된 바가 없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만약 성폭행 사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부분이 가장 쟁점이겠습니까?
◆ 안수진 : 아무래도 위력에 의한 간음이 문제가 되었다 보니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그것과 간음 행위 간의 인과관계 등이 가장 주된 쟁점일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두 사이에 업무상 위력 관계가 존재를 했느냐 그게 쟁점이겠네요. 알겠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형량이 올라간, 사건부터 살펴보죠. 박사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과 지도교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 안수진 :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피해자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이었고, 가해자 A씨는 그 논문을 지도하던 교수였는데, 수사 결과를 보면 A씨는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기간도 짧지 않았는데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간음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재판에서 인정됐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성범죄 뿐 아니라, 금전 요구도 함께 문제가 됐다 들었는데, 교수가 돈을 요구했던 건가요?
◆ 안수진 : 네, A씨는 피해자에게 “논문이 최종 통과되면 지도교수에게 사례하는 관행이 있다”라며 1억 원을 요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피해자에게 “교수로서의 미래는 나에게 달려 있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피해자가 그와 같은 금전요구를 거절하자 A씨는 피해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본인이 피해자를 간음한 장면을 몰래 녹음 또는 녹화한 것처럼 거짓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교수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꿔 “피해자가 나를 강간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던데, 이런 진술 번복과 태도, 재판에서는 어떻게 평가됩니까? 양형에 영향을 주나요?
◆ 안수진 : 네, 이러한 진술의 번복은 통상 재판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는 수사초기, “피해자와 3~4회 성관계를 했다”라고 주장하다가 돌연 검찰단계에 이르러 “피해자가 나를 강간했다. 서로 마음이 맞아서 성관계한 사실도 없다”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요.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극명한 진술번복이 발생하는 경우 일차적으로 진술이 변경된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만일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겠죠. 결국 특별한 이유 없이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면 피고인의 주장이 궁색해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오히려 나를 강간했다는 주장은 왜 했을까요? 이게 나름 전략이었을까요?
◆ 안수진 : 개인적으로는 왜 그런 입장으로 변경하였는지 이해가 어렵긴 합니다만 아마 본인이 지도교수라 피해자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을 흐리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가 본인을 강간했다는 주장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A씨를 피감독자간음죄 및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원심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최근 항소심 결과가 나왔는데, 형량이 더 올라갔죠. 재판부가 형량을 올린 핵심 사유, 뭐라고 보세요? 특히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사망했단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 부분도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줬을까요?
◆ 안수진 : 네,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였는데요. A씨가 무려 14회에 걸쳐 본인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간음하였고, 추가적인 범행인 공갈미수의 수단으로 사용된 협박 역시 위 성범죄 당시를 녹음한 파일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그 자체로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 이외에도 “피해자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사망하였는데, 범행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를 통해 피해자가 재판과정에서 사망한 것도 형량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이런 사건에서 법원이 말하는 ‘위력’이라는 개념, 단순한 상하관계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지도교수라는 지위 자체가 위력이 될 수 있는 이유, 뭐라고 보면 될까요?
◆ 안수진 : 많은 분들이 ‘성범죄’라고 하면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피해자를 완전히 억압한 상태에서 어떠한 성적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A씨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감독자간음’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에게 적용되는 죄명입니다. 법률상의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행위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것도 가능합니다. 즉, 이 사건의 경우라면 A씨는 대학원생인 피해자의 지도교수로서 그 졸업여부, 추후 교수로서의 진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그 자체로서 법률상의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과의 불균형 문제,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자신의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할 만큼, 지도교수를 신뢰하고 의지하던, 제자에게 아주 가학적인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례도 있었잖아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소개해주시죠.
◆ 안수진 : 네, 2017년경 발생했던 사건인데요. 피해자는 2012년 대학에 입학하여 강의를 수강하던 중 이 사건 교수 B씨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B씨는 피해자에게 본인의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고, “내가 웬만하면 어디든 보내줄 수 있다”라면서 본인의 학계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는데요. 피해자는 기존 본인의 전공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B씨의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할만큼 B씨를 일종의 ‘멘토’로 의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017년 1월 B씨는 술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처음 성범죄를 개시하였고, 그 이후 3개월여 간 범행을 이어나갔습니다.
◇ 이원화 : 입에 담기도 힘든 행위들이 이어졌던 사건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이 있었고, 어떻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지게 된 거죠?
◆ 안수진 : 정말 문언 그대로 ‘입에 담기 어려운’ 행위들이었습니다. B씨는 2017년 1월경 술자리에서 피해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유사성행위를 한 다음 날, 피해자를 본인의 개인서재로 불렀는데요. 전날 행동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예상과는 달리, 피해자가 서재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것은 간이침대와 본인에게 ‘옷 벗어’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B씨의 모습이었습니다. B씨는 피해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성폭행에 나아갔습니다. 이후에도 B씨는 피해자에게 “너는 내 노예가 되는 거다”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간음을 한다거나 화장실로 끌고 가 본인의 소변을 먹이고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는 가학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B씨의 범행은 2018년 학교를 졸업한 피해자가 학교 성윤리위원회에 신고를 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고, 대학 측은 B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함과 동시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B씨를 파면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1심과 2심 결과가 확연히 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점에서 달랐고, 항소심이 원심 판단을 뒤집은 이유는 뭐였나요?
◆ 안수진 : 원심은 B씨에 대하여 5회에 걸친 강제추행과 1회에 걸친 준유사강간, 그리고 별도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을 각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당시 재판의 핵심은 B씨의 피해자에 대한 5회에 걸친 피감독자간음이었는데요. 원심은 B씨가 피해자의 대학원 진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피해자가 평소 B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초로 B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대학원 진학에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판단 또는 착각에 따라 B씨의 성관계 요구에 응한 것일 뿐 B씨가 피해자에게 적극적인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원심 판결에 대해 검사와 B씨 모두 항소하였는데요. 항소심은 앞서 말씀드렸던 법률상의 ‘위력’ 개념을 강조하며 “B씨가 교수로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피해자에 대해 사실상 보호·감독하는 역할을 했고, 학계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진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은 성폭력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리를 언급하며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감독자간음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보다 상향된 징역 4년을 B씨에게 선고하였습니다. 이후 B씨는 상고까지 이르렀지만 기각되어 2024년 9월경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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