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실패마저 웃음으로…김원훈의 이유 있는 질주

[Y초점] 실패마저 웃음으로…김원훈의 이유 있는 질주

2026.08.11.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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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김원훈의 최근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달 31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최우수남자예능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개미 김원훈: 주식의 세계'를 공개했다. 시상식 수상부터 단독 예능까지, 최근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 예능계에서 김원훈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청룡시리즈어워즈 수상은 단순히 한 해의 활약을 인정받았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1년 전 제4회 시상식에서 김원훈은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당시 무관의 아쉬움마저 웃음으로 바꾸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여자예능인상을 받은 이수지가 수상 소감을 전하던 중 "김원훈 씨가 30초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수상 소감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며 그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겼다. 이에 김원훈은 미리 준비한 쪽지를 꺼내 읽으며 수상 없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자신의 수상 불발마저 즉석에서 웃음으로 풀어낸 장면은 시상식의 화제 장면으로 남았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조차 웃음으로 전환하는 김원훈의 장점이 잘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실제로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무대에 오른 김원훈은 "이번에도 못 받으면 관계자들 이름을 적으려고 데스노트까지 준비했다"며 웃음을 안긴 뒤, 이내 눈물을 보였다. 무명 시절부터 함께 '숏박스'를 만들어온 조진세와 엄지윤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유쾌한 농담과 진심 어린 눈물이 교차한 수상 소감은 김원훈이 걸어온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의 현재가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버텨온 동료들과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 역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청룡시리즈어워즈가 그간 쌓아온 성과에 대한 인정이라면, '개미 김원훈: 주식의 세계'는 현재 김원훈의 예능적 영역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프로그램에서 김원훈은 실제 자기 돈을 들고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 평소 주식 투자 경험이 없고 은행 예금을 선호했던 그는 3천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하락장에서 이른바 '물타기'를 거듭하면서 투자금은 1억8천만 원까지 늘었고, 2주 만에 약 2천4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설정으로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촬영 첫날이 증시 고점과 맞물렸고 이후 시장이 하락하면서, 김원훈이 겪는 불안과 초조함 역시 실제 상황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김원훈은 자신의 손실까지 웃음의 소재로 바꾼다. 계속된 물타기를 두고 "워터밤에 다녀왔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위스키에 물을 너무 타서 아무 맛도 안 난다"고 비유했다. 손실로 인해 체중이 줄고 식욕까지 떨어졌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끊임없이 희화화한다.

여기서 김원훈의 강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그는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보다 평범한 사람이 겪는 당황스럽고 난감한 순간을 포착해 웃음으로 만든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서 손실을 경험한 시청자라면 그의 상황에 웃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김원훈이 자신의 실패를 숨기지 않을수록 오히려 공감의 폭은 넓어진다.

이러한 웃음의 방식은 유튜브 채널 '숏박스'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 콘텐츠인 '장기연애' 시리즈에서 김원훈은 과장된 설정이나 캐릭터에 기대지 않았다. 연인 사이에서 오가는 익숙한 말투와 표정, 사소한 행동을 세밀하게 잡아내며 현실적인 웃음을 만들었다. 시청자가 "주변에 꼭 저런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관찰력이 그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 강점은 활동 무대가 넓어지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고, '직장인들'과 SBS '마이턴'처럼 즉흥성과 출연자 간 호흡이 중요한 프로그램에서도 강한 순발력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일병 김원훈: 보직의 세계'에서는 실제 군부대를 찾아 다양한 보직을 직접 경험하며 특유의 생활 밀착형 웃음을 살렸다. 상대의 과거나 실제 이미지를 활용해 과감한 농담을 던지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까지 다시 웃음으로 연결하는 능력 역시 돋보인다.

다소 강한 농담을 구사하면서도 거부감이 크지 않은 이유 역시 김원훈 특유의 캐릭터에 있다. 상대를 공격한 뒤 빠져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자신 역시 웃음의 대상이 된다. 허세를 부리다가 민망해지고, 상대를 몰아붙이다 되레 궁지에 몰리는 식이다. 남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동시에 자신이 망가질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이 그의 '매운맛' 개그에 균형을 더한다.

김원훈의 성장 과정은 최근 달라진 코미디언들의 활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KBS 3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지상파 공개코미디의 침체 속에 기존 무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김원훈은 방송사의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는 대신 조진세, 엄지윤과 직접 '숏박스'를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자신의 코미디 문법과 팬층을 확보한 뒤 OTT와 지상파 예능으로 다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과거에는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뒤 유튜브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면, 김원훈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뉴미디어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한 뒤 다시 방송과 OTT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최근의 시상식 수상과 단독 예능 역시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결국 김원훈의 경쟁력은 '공감'에 있다. 연애의 권태부터 직장인의 허세, 인간관계의 민망함, 투자 실패의 좌절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순간을 웃음으로 옮긴다. 잘나가는 모습보다 실패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는 1년 전의 무관을 웃음으로 승화한 끝에 실제 트로피를 품었고, '개미 김원훈'에서는 수천만 원의 손실마저 예능으로 만들었다. 상황은 달라도 방식은 같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조차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숏박스'에서 출발해 OTT와 지상파를 오가며 예능계의 중심으로 영역을 넓힌 김원훈. 최근 그의 활약이 더욱 눈길을 끄는 건 단순히 출연작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와 민망함까지 자신만의 웃음으로 바꾸는 힘이 지금의 김원훈을 만든 경쟁력이다.

[사진 = 메타코미디, 김원훈 SNS, KBS2 '청룡영화상' 중계 화면, 쿠팡플레이, 넷플릭스 캡처]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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