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부활한 ‘디 워’…심형래의 상상력은 시대를 앞섰다

19년 만에 부활한 ‘디 워’…심형래의 상상력은 시대를 앞섰다

2026.08.13. 오전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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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부활한 ‘디 워’…심형래의 상상력은 시대를 앞섰다
자료 출처 = 영화 '디 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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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개봉 19년 만에 글로벌 OTT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디 워’는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TOP10에서 6위에 올랐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며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2위까지 올라섰다. 무려 20개국에서 TOP10에 진입했다.

단순한 ‘추억의 영화’의 재발견으로만 보기에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오히려 이번 역주행은 19년 전 심형래 감독이 시도했던 한국형 괴수 블록버스터의 방향성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디 워’는 한국 전설 속 이무기를 현대 미국 LA 도심에 등장시킨 작품이다. 당시 국내 영화계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웠던 거대한 괴수와 대규모 전투 장면을 전면에 내세웠고, 한국적 소재를 할리우드식 SF 블록버스터 문법에 접목했다.

물론 당시에는 각본과 연출, 대사 등에 대한 비판이 컸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 역시 영화 자체를 넘어 ‘한국 기술로 할리우드에 도전한다’는 상징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그 논란 속에서도 ‘디 워’는 국내에서 785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2007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지금 다시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심형래 감독의 도전과 영화적 감각이다. 심형래 감독은 당시 국내 영화계에서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택했다. 한국적인 소재인 이무기를 세계적인 괴수 캐릭터로 확장했고, 한국 관객만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케일을 시도했다.

19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OTT에서 ‘디 워’가 다시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의 선택이 단순한 무모한 도전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지금은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드래곤’, ‘고질라’ 시리즈 등 거대한 괴수와 판타지 세계관을 앞세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시대다. 그 흐름 속에서 ‘디 워’가 다시 등장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당시에는 너무 앞서 있었던 영화가 지금의 콘텐츠 소비 환경을 만나 새로운 관객을 찾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심형래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적 한계가 있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실제 영화로 구현하려는 집요한 상상력에 있었다. 한국적인 전설과 괴수, 할리우드식 액션을 결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로서는 과감했다.

특히 거대한 이무기가 LA 한복판을 휘감고 인간과 괴수가 충돌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디 워’를 기억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이야기의 호불호와 별개로 한국 영화에서 이 정도 규모의 SF 비주얼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는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번 넷플릭스 역주행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관객들이 ‘디 워’를 모두 명작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야기와 연기 등에 대한 비판은 존재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거대한 괴수와 전투 장면을 두고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반응도 나온다.

결국 영화는 시대와 플랫폼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 극장 개봉 당시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먼저 보였다면, 19년이 지난 지금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한국에서 이런 괴수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심형래 감독 개인의 영화적 도전만을 넘어 한국 SF 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국 영화는 그동안 드라마, 범죄, 스릴러, 좀비,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아왔다. 이제 남은 과제 중 하나는 한국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SF와 판타지 세계관을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 워’는 실패와 성공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당시에는 완성도에 대한 논란을 남겼지만, 한국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먼저 실험한 작품이기도 하다.

심형래 감독이 19년 전 던졌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상상력으로 세계적인 SF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디 워’의 뜻밖의 역주행은 그 질문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한국 SF가 ‘디 워’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다. 더 정교한 이야기와 캐릭터, 한층 발전한 VFX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적 소재를 세계적인 장르로 확장하려 했던 심형래 감독의 도전 정신과 영화적 감각만큼은 지금 다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

19년 전 극장에서 논쟁의 중심에 섰던 ‘디 워’가 이제 글로벌 OTT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역주행은 한국 SF 영화가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해 출발할 수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YTN star 허환 (angel10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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