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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웃다 울다 마주한 짙은 먹먹함…'경주기행', 뻔한 공식을 깬 영리한 영화의 탄생](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6/0814/202608141122493738_d.jpg)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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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만 죽이면 우리 가족도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 영화 '경주기행'은 8년의 기다림 끝에 가해자를 향한 단죄의 길을 떠나는 네 모녀의 살벌하면서도 뭉클한 복수극이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평범하고 화기애애한 가족 여행으로 위장한 이 작품은 비극과 희극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관객에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작품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단연 배우들의 눈부신 앙상블에서 나온다.
딸을 잃고 오직 가해자를 향한 복수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은 역동적인 감정의 파고를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 얼굴의 주름 하나부터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까지, 표정 곳곳에 8년의 고통과 광기를 꾹꾹 눌러 담아낸 그의 연기는 캐릭터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관객의 피부에 직접 닿게 만들며, 이정은이라는 이름의 묵직한 존재감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여기에 각기 다른 기질로 뭉친 세 자매의 현실적인 호흡이 극의 밀도를 촘촘하게 채운다.
먼저 엄마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맹목적인 사령탑을 자처하는 첫째 ‘장주’ 역의 공효진은 장녀 특유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이성적이고 차가운 계획가인 둘째 ‘영주’ 역의 박소담은 특유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캐릭터의 아우라를 매 순간 일치시키며 인물 사이 균형감을 잡는다.
막내의 죽음에 죄책감을 안고 살며 머리보다 행동이 앞서는 다혈질 셋째 ‘동주’ 역의 이연은 길들여지지 않은 날 것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프로레슬러 역할답게 고강도 맨몸 액션을 소화하면서도 억눌린 슬픔을 기어코 터뜨리고야 마는 순간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그가 왜 현재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얼굴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처럼 단단한 모녀들의 대척점에는 가해자로 분한 변요한이 있다. 인간성을 상실한 순수한 악의 얼굴부터 목숨을 구걸하는 비루한 모습까지,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살인마로 분한 그는 스크린을 찢고 나올 듯한 광기와 시시각각 돌변하는 입체적인 연기로 관객의 숨통을 쥐락펴락한다. 서늘한 공포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변요한의 새로운 얼굴은 극의 히든카드로서 서사를 견인하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가족' 그리고 '여행'이라는 설정 덕분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실컷 웃다가도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더니 마침내 짙은 먹먹함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모든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와 명분이 깃들어 있기에, 서사의 줄기와 그것이 갖는 힘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다.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를 그렸다”라고 밝힌 김미조 감독의 말처럼, '경주기행'은 '사적 제재'라는 뜨거운 화두를 끌어오면서도 결코 그것을 정답이라 부추기지 않는다.
가해자를 향한 단죄가 결코 통쾌한 카타르시스로 귀결되지 않음을 역설하고 강조하며, 복수라는 단어 뒤에 남겨진 처연하고 씁쓸한 감정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리하면서도 의미 있는 연출이다.
'경주기행'은 단순한 가족 영화나 흔한 복수극의 공식을 가볍게 뛰어넘어, 새로움과 신선함 그리고 메시지까지 선사한다. 관객이 상실과 치유, 그리고 지독한 사랑이 엉켜붙은 이들의 특별한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영화 '경주기행'. 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2026년 8월 26일 극장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 영화 '경주기행'은 8년의 기다림 끝에 가해자를 향한 단죄의 길을 떠나는 네 모녀의 살벌하면서도 뭉클한 복수극이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평범하고 화기애애한 가족 여행으로 위장한 이 작품은 비극과 희극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관객에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작품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단연 배우들의 눈부신 앙상블에서 나온다.
딸을 잃고 오직 가해자를 향한 복수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은 역동적인 감정의 파고를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 얼굴의 주름 하나부터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까지, 표정 곳곳에 8년의 고통과 광기를 꾹꾹 눌러 담아낸 그의 연기는 캐릭터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관객의 피부에 직접 닿게 만들며, 이정은이라는 이름의 묵직한 존재감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여기에 각기 다른 기질로 뭉친 세 자매의 현실적인 호흡이 극의 밀도를 촘촘하게 채운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먼저 엄마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맹목적인 사령탑을 자처하는 첫째 ‘장주’ 역의 공효진은 장녀 특유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이성적이고 차가운 계획가인 둘째 ‘영주’ 역의 박소담은 특유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캐릭터의 아우라를 매 순간 일치시키며 인물 사이 균형감을 잡는다.
막내의 죽음에 죄책감을 안고 살며 머리보다 행동이 앞서는 다혈질 셋째 ‘동주’ 역의 이연은 길들여지지 않은 날 것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프로레슬러 역할답게 고강도 맨몸 액션을 소화하면서도 억눌린 슬픔을 기어코 터뜨리고야 마는 순간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그가 왜 현재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얼굴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처럼 단단한 모녀들의 대척점에는 가해자로 분한 변요한이 있다. 인간성을 상실한 순수한 악의 얼굴부터 목숨을 구걸하는 비루한 모습까지,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살인마로 분한 그는 스크린을 찢고 나올 듯한 광기와 시시각각 돌변하는 입체적인 연기로 관객의 숨통을 쥐락펴락한다. 서늘한 공포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변요한의 새로운 얼굴은 극의 히든카드로서 서사를 견인하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가족' 그리고 '여행'이라는 설정 덕분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실컷 웃다가도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더니 마침내 짙은 먹먹함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 '경주기행'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모든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와 명분이 깃들어 있기에, 서사의 줄기와 그것이 갖는 힘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다.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를 그렸다”라고 밝힌 김미조 감독의 말처럼, '경주기행'은 '사적 제재'라는 뜨거운 화두를 끌어오면서도 결코 그것을 정답이라 부추기지 않는다.
가해자를 향한 단죄가 결코 통쾌한 카타르시스로 귀결되지 않음을 역설하고 강조하며, 복수라는 단어 뒤에 남겨진 처연하고 씁쓸한 감정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리하면서도 의미 있는 연출이다.
'경주기행'은 단순한 가족 영화나 흔한 복수극의 공식을 가볍게 뛰어넘어, 새로움과 신선함 그리고 메시지까지 선사한다. 관객이 상실과 치유, 그리고 지독한 사랑이 엉켜붙은 이들의 특별한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영화 '경주기행'. 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2026년 8월 26일 극장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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