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미와 위로, 다 잡았죠"…'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복수극의 공식을 깨다

[인터뷰] "재미와 위로, 다 잡았죠"…'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복수극의 공식을 깨다

2026.08.19.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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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미와 위로, 다 잡았죠"…'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복수극의 공식을 깨다
'경주기행'을 연출한 김미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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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경주로 간 수학여행에서 막내딸 경주를 잃은 네 모녀가 복수를 위해 노란 봉고차를 타고 경주로 떠난다. 영화 '경주기행'은 가족의 상실과 사적 제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영화 내내 어둡고 비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복수하러 가는 길에 가족들이 티격태격하다가도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일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돌아온 김미조 감독은 흔한 복수극의 잔혹하고 전형화된 공식을 빗겨 간다. 대신 남겨진 가족들이 고통을 어떻게 통과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지에 묵묵히 집중했다.

오늘(19일) '경주기행'의 김미조 감독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주기행'은 참혹한 사건을 겪은 유가족의 이야기임에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는 김미조 감독 특유의 시선 덕분이다.

김 감독은 "제가 대학 입시를 무려 4수나 했다. 보통 집안이면 심각했을 텐데, 유머러스한 아버지는 '예쁘기만 하면 돼'라며 웃음으로 넘겨주셨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도 웃으면서 좋게 넘기려 하는 태도가 아버지가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극적인 일이니까 무조건 무겁게 보기보다는, '부담 없이 한 번 들어볼래?'라는 태도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야 관객들이 마음을 놓고 이 가족을 응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주기행'을 연출한 김미조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출발점 역시 실제 김 감독의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경주 여행이었다고. 그는 "화창한 낮과 비 내리는 밤이 들쑥날쑥 교차하는 경주를 보며, 대표적인 수학여행지에 비극적인 사건과 이를 해결하려는 가족들이 찾아오면 어떨까 상상했다"며 "결국 기이한 여행이자 잃어버린 막내딸의 이름인 '경주기행'이 탄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으로 이어지는 네 모녀의 앙상블이다. 김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조합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2년을 기다렸다.

김미조 감독은 "2021년 초고를 쓸 때부터 엄마 '옥실'은 무조건 이정은 선배님이었다. 첫째 장주 역의 공효진 선배님은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10번 넘게 본 진성 팬이라 성사되었을 때 성덕이 된 기분이었다. 둘째 영주 역은 영화 '유령'에서 박소담 배우가 보여준 외로운 섬 같은 모습에 반해 제안했고, 막내 동주 역의 이연 배우는 '소년심판'을 보고 캐스팅 노트에 이미 이름이 적혀 있던 분이었다"라며 각각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딸만 넷인 집안의 막내인 김 감독은 영화 속 네 모녀의 관계성에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경주기행'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김 감독은 "가족은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가장 강력한 적대자"라는 한 문장을 적어 놓고 작품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머리통 부숴버린다'는 첫째의 대사나 셋째의 레슬링 기술 등은 실제 친언니들의 모습이다. 시사회에서 가족들이 자기들 이야기라 영화에 집중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극 중 가해자이자 가족의 복수 대상인 '백상현' 역에는 변요한이 노개런티로 합류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백상현에 대해 "전형적인 '내로남불형' 인물"이라며 "변요한 배우와 논의하며 충동형 범죄자들의 특성을 모았다. 당시 발을 다쳐 목발을 짚고 있던 변요한 배우의 실제 상황까지 캐릭터에 반영하며 디테일을 살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경주기행'은 가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처단당하는지, 과거에 어떤 악행을 벌였는지 묘사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복수극이 주는 자극적인 장르적 쾌감을 포기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본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기행'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피해자 가족들을 다룬 에세이나 상담센터 인터뷰 등 수많은 자료를 조사했다는 김 감독은 "실제 그런 아픔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잔인한 장면을 극대화해 전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건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이 가족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이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단편 시절부터 꾸준히 몰두해 온 '가족'이라는 화두를 이번 작품으로 털어냈다는 김 감독은 차기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들고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저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일종의 '살풀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로 가족에 대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쏟아냈으니, 마음속에 둔 다음 주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매드맥스'나 '오디세이' 같은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함께 전했다.

영화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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