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무해해서 밋밋하고, 안전해서 안일하다…10년 전 원작에 갇힌 '인턴'

[Y리뷰] 무해해서 밋밋하고, 안전해서 안일하다…10년 전 원작에 갇힌 '인턴'

2026.09.09.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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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무해해서 밋밋하고, 안전해서 안일하다…10년 전 원작에 갇힌 '인턴'
영화 '인턴'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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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할리우드 영화 '인턴'이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다. 10년전 성공한 명작의 견고한 뼈대 위에 한국적인 정서와 디테일을 덧입히려 고심한 흔적은 엿보이나, 132분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 스크린에 남은 것은 짙은 아쉬움이다. 원작이 지닌 미덕을 안전하게 옮겨 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의 새로운 영화적 가치를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인턴'은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인 '무해한 위로'의 결을 고스란히 끌어안는다. 3년 만에 100억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한 패션 업계의 젊은 여성 CEO 선우(한소희 분)와 60대 시니어 인턴 기호(최민식 분) 사이에는 작위적이고 피로한 세대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작의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이 그랬듯, 기호 역시 '꼰대'처럼 젊은 세대를 함부로 가르치려 들거나, 훈계하기 보다는 묵묵히 듣고 돕는 이상적인 어른의 태도를 유지한다. 덕분에 영화는 잔잔하고 편안한 휴먼 코미디로서의 매력을 무리 없이 발산하며 관객과 작품 내 젊은 회사 동료들에게 안정적인 온기를 건넨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이 안고 있던 한계마저 똑같이 답습하고 만다.
영화 '인턴' 스틸컷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서사는 깊이가 없고, 긴장감은 밋밋하다. 그저 전형적인 공식을 안전하게 밟아가는 평면적인 플롯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도영 감독은 "회사의 부대표 영환(김준한 분)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배치해 서사에 긴장감을 주길 바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지만, 실제 극 중에서 그가 빚어내는 감정적 파고나 갈등의 구조는 턱없이 얕다. 캐릭터 하나를 추가한 것만으로 평면적인 서사의 약점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 방식도 다소 아쉽다. 극의 중심이 철저히 두 주연 배우의 관계성에 집중되다 보니, 회사 내 다른 조연들이 기계적으로 소비되었던 원작의 한계가 이번 작품에서도 엿보인다.

작품 중간중간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채로운 조연 캐릭터들을 한 발자국 앞으로 끌어내 기호와 유대관계를 쌓으려 노력한 흔적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극에 입체적인 활력을 불어넣기보다는, 결국 원작이 보여주었던 조연 활용의 선을 넘어서지 못한 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한국판의 가장 아쉬운 지점은 10년 전 작품과 비교했을 때 더 강력한 흡입력이나 독보적인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영화 '인턴' 스틸컷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원작의 틀 안에서 몇 가지 캐릭터 설정과 사건에 변주를 가하긴 했으나, 그것이 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좁히고 현재 시대의 정서를 예리하게 반영한 진정한 '한국화'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영화가 모두 끝난 후에도 지금 이 시점에 왜 굳이 이 작품을 다시 스크린에 불러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당위성을 찾아 보기 힘들다.

물론 수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아쉬운 서사 속에서도 배우 최민식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그간 장르물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묵직한 인상을 남겨온 그가 힘을 뺀 채 보여주는 소탈하고 능글맞은 얼굴, 그리고 섬세한 표정의 변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대배우의 훌륭한 연기 변신은 작품의 아쉬움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인턴'은 명작의 후광과 배우의 열연을 등에 업고도, 고유한 색깔을 덧입히지 못하며 짙은 아쉬움을 스크린에 남긴다.

영화 '인턴'. 김도영 감독 연출. 배우 최민식, 한소희, 김준한, 류혜영, 김근순, 박예니, 김요한, 한지은, 강태오 등 출연.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2026년 9월 16일 극장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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