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손예진, 모호한 '스캔들' 속 선명하게 빛난 이유

[Y터뷰]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손예진, 모호한 '스캔들' 속 선명하게 빛난 이유

2026.10.0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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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선명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더 알 수 없어지는 마음도 있다. ‘스캔들’의 조 씨 부인이 그랬다. 겉으로는 정숙하고 품위 있는 사대부 여인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 눌러온 욕망과 질투, 후회와 결핍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손예진은 그 마음을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해시키기보다 흔들리는 그대로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인간의 심리를 대놓고 드러내거나 명확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는 있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었거든요. ‘이 캐릭터는 이래’라고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할까’를 연기하는 저조차 계속 고민해야 했고, 정답을 찾았다고 감히 말하기도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정답 없는 조 씨 부인

손예진이 이 작품에 끌린 이유도 바로 그 모호함에 있었다. 선악이나 사랑과 욕망처럼 단순한 언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배우로서는 매력적인 도전이었다.

“처음에 정지우 감독님이 ‘스캔들’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 씨 부인’이라는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싶어 하신다는 걸 알았어요. 많은 분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저희는 원작 소설과 그 소설을 영화화한 글렌 클로즈 주연의 ‘위험한 관계’에 더 가깝거든요. 조선시대라는 제약이 많은 상황 속에서 한 여성이 자아실현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도 드러내지 못할 때, 그 뛰어난 재능과 욕망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또 시리즈이다 보니 캐릭터를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었고요.”

조 씨 부인은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안채에 갇혀 살아가는 인물이다. 손예진은 그 공간과 억눌린 욕망을 연결해 캐릭터를 바라봤다.

“조 씨 부인은 겉으로는 정숙하고 여유로워 보여도 결국 안채에 갇혀 있는 인물이거든요. 벗어날 수 없는 그 사각 기와집 안에서의 모습 자체가 인물의 위치와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봤어요. 자아실현을 하지 못한 인간의 욕망은 감춰질 뿐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 시와 글을 쓰며 재능을 펼치고 싶었던 욕망을 뒤로하고 현실과 타협해 살아왔는데, ‘소옥’이라는 인물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젊음과 과거를 돌아보게 되죠. 단단하게 지켜왔던 현실에 균열이 생기면서 들여다본 욕망은 결국 뒤틀린 욕망이 되어버린 거예요.”

손예진은 그 감정을 시청자가 반드시 이해하거나 연민하도록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인간으로서는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연민을 느끼게 하거나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그 비틀린 욕망이 분출될 때 시청자분들이 ‘저 여자 왜 저래? 무섭다’라고 느끼셔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죠. 다만 감독님은 조 씨 부인의 마음 한편에 과거 조윤의 모습이나 살아 숨 쉬는 결이 남아 있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소옥을 볼 때 질투하면서도 어린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고, 젊음을 부러워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사랑만으론 설명 안 돼”…조원을 향한 뒤틀린 마음

정지우 감독의 연출 방식 역시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명확한 답을 정해놓기보다 배우에게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이었다. 손예진에게는 자유이면서 동시에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감독님은 ‘이 장면은 이거다’라고 명확한 디렉션을 주시는 스타일은 아니셨어요. 제가 해온 캐릭터 해석을 바탕으로 ‘이런 느낌은 어떨까요?’라며 배우들에게 디렉팅의 여지를 굉장히 많이 열어주셨죠. 배우가 하는 것을 굉장히 존중해 주셔서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고 해주셨어요.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딱 정해주시면 편할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계속 그 캐릭터의 심리를 저 역시 찾아가면서 연기해야 해서 조 씨 부인은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조원에 대한 조 씨 부인의 감정도 손예진이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유일하게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존재가 조원이었죠. 연정도 품었을 것이고, 승승장구하는 그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을 텐데 결국 함께 도망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했던 세월이 쌓여 복합적인 감정이 된 거예요. '나를 아는 너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줘’라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같은 심리인데, 조원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미쳐버리는 부분도 있었던 거죠. 애정과 욕망, 질투, 연정이 얽힌 복합적인 감정이자, 조 씨 부인에게 조원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이면서 다른 세상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손예진은 “만약 조원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조 씨 부인이 과연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면서 “그래서 마지막까지 참 어려운 캐릭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고 고백했다.

그 어려움은 작품 전체에 대한 반응과도 맞닿아 있었다. 손예진은 ‘스캔들’이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완벽하게 대중적일 수는 없는 이야기예요. 빠른 전개나 통쾌함 대신 여백의 미가 많고 인물들의 심리가 복잡하다 보니 모두에게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곱씹어보며 감상하는 것도 이 작품만의 미덕이라고 생각했기에 선택했습니다. 모두가 호평해 주는 작품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고, 평가는 오롯이 시청자분들의 몫이죠.”

익숙한 얼굴 너머, 다시 발견한 손예진

익숙한 모습을 반복하기보다 스스로도 보지 못했던 얼굴을 발견하는 것. ‘스캔들’은 그런 면에서 오랜 경력의 배우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안 해본 것,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건 연기하는 저도 재미없고 보시는 분들도 지루할 테니까요. 물론 들어오는 대본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 안에서 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스캔들'에서는 시대극 특유의 절제된 상황 속 표현들에서 그런 걸 느꼈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하지만 혼자 바느질을 하며 분을 삭이는 모습이나, 조원이 떠난 뒤 편지를 쓸 때의 표정 등은 현대극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저의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디에이징 기술을 통해 20대 시절의 얼굴을 재현한 장면도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클래식’과 ‘여름향기’ 시절 모습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데 대해, 손예진은 “20대 당시에는 스스로 예쁜 줄도 모르고, 연기도 부족해 보이고 얼굴도 마음에 안 들어 하며 보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는 어른들의 말을 그때는 믿지 못했다. 지나고 보면 늘 과거의 내 모습이 젊고 예뻤던 것처럼,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고 좋은 날’이라는 걸 명심하며 살아야겠다고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엄마이자 배우로…이제는 "다작보다 성장"

특히 이번에는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OTT 시대극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서로의 작품을 차분히 볼 여유는 아직 없었다고.

“안타깝게도 둘 다 육아하느라 바빠서 서로의 작품을 아직 제대로 못 봤어요. 저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시즌2도 정말 기대하고 있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서 꼭 보려고 합니다. 귀중한 명절 시기에 함께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두 배우의 가정인 만큼 아이를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손예진은 아이를 향한 대중의 관심에 대해서는 감사함과 함께 조심스러운 마음도 전했다.

“축복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하지만, 아이 얼굴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찍히는 건 아이가 놀랄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 스스로 표현하고 싶어 할 때까지는 부모로서 보호해 주고 싶어요.”

오랜 연기 생활을 거치며 작품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다음 작품과 흥행,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앞섰다면, 이제는 자신 안에 경험과 에너지를 쌓으며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예전에는 ‘다음엔 꼭 이런 작품, 이런 액션을 해야지’ 하고 구체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목표를 세웠고 흥행에 대한 부담도 컸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죠. 지금은 무조건적인 다작보다는 제 안에 경험과 에너지를 잘 축적해, 어렵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좋은 배역들을 찬찬히 만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익숙한 얼굴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 손예진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다음도 그 연장선에 있다.

“차기작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던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라 놀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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