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AI와 모성애의 기묘한 만남…연상호의 서늘한 '실낙원'

[Y리뷰] AI와 모성애의 기묘한 만남…연상호의 서늘한 '실낙원'

2026.10.13.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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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강점은 대중이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잘 선정하고,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이야기의 결말까지 몰입도 있게 관객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AI를 주요 소재로 삼은 신작 영화 '실낙원'도, 이야기의 두 축을 이루는 김현주와 배현성을 필두로 예측 불가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영화 '실낙원'은 지난해 큰 흥행을 거둔 '얼굴'에 이어 연상호 감독이 또 한번 선보이는 저예산 영화다. 연 감독이 "'얼굴'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고, '얼굴'보다 더 어둡고 서늘하다"고 소개했는데, '얼굴'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얼굴'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실낙원'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주인공이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연상호 감독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김현주가 엄마 류소영을, '지옥2'에 특별출연으로 함께 했던 배현성이 아들 류선우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류소영이 아들을 캠핑스쿨에 보내던 9년 전 어느 날로 시작한다. 류소영은 여느 때처럼 아들을 챙겨 버스에 태우는데, 이 날이 어린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버스기사가 아이들을 납치, 살해한 것. 그가 아이들을 납치해 숨어든 탄광촌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후 중단되면서 일부 아이들의 시신은 찾지도 못했다.

가슴 찢어지는 일을 당한 부모들을 위해 한 인공지능회사가 나섰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의 면담과 사진 등 데이터를 활용해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가상현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만든 것. 언론의 주목 속에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 류소영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안경을 쓰고, 가상의 아들을 보며 오열했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인공지능회사가 제공한 안경을 쓰고, 가상현실 속 어린 아들과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 된 류소영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경찰서에는 낯선 남성이 한 명 앉아있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이 남성이 9년 전 잃어버린 류소영의 아들로 밝혀진 것.

류소영은 가상현실 속 어린 아들과, 거친 얼굴로 날 선 눈빛을 보내는 현실 속 아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수상한 행색을 하고, 엄마를 보자마자 돈과 차를 요구하는 현실의 류선우는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했다. 결국 갑자기 나타난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류소영은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

'실낙원'은 한 달 여 동안 14회에 걸쳐 촬영한 매우 짧은 호흡의 영화다. 러닝타임도 100분으로, 보통의 상업영화보다 짧은 편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화려한 특수효과나 스케일이 큰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숨죽이고 끝까지 화면을 따라가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흡인력에 있다.

김현주는 오로지 배우의 감정 표현에 기대야 하는 신들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하며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도록 이끌었다. 돌아온 아들 역할을 맡은 배현성은 이전의 작품들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거친 말투와 분위기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분장도 인물의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큰 몫을 했다.

이 영화는 시의성 있는 소재, 예상치 못한 전개, 인물의 충격적인 선택으로 인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상을 갖게 하는 영화다. 다만 소재와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워 이전의 '부산행'이나 '군체'와 같은 연상호 감독의 텐트폴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버겁고 생소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영화 '실낙원'은 10월 21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출처 = CJ ENM]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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