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알파고 이긴 이세돌, 이번엔 취업 도전…'백수 이세돌'로 찾는 인생의 묘수

[Y현장] 알파고 이긴 이세돌, 이번엔 취업 도전…'백수 이세돌'로 찾는 인생의 묘수

2026.10.22.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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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던 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이 이번에는 바둑판 밖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4년간 바둑에 매진했던 그가 다양한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공개홀에서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백수 이세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세돌을 비롯해 정재형, 장도연, 이명섭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수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뒀던 이세돌이 바둑판을 떠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이다. 알파고 대국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다양한 노동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일과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명섭 PD는 "이세돌 사범님의 승부사적 기질과 재미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회가 된다면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마침 올해가 알파고 대국 10주년이어서 기획 의도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며 섭외 배경을 밝혔다.

이어 기존 직업 체험 예능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직업 체험보다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노동에 집중했다. 바둑기사로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초년생이 된 이세돌 사범님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승부사적 기질과 묘수를 발휘하는 모습이 독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면서 변화하는 이세돌의 모습이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돌 역시 프로그램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남다른 기대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 이름만 듣고 이렇게 꽂히기가 어려운데 '백수 이세돌'이라는 제목에 정말 꽂혔다. 제작진을 만나기도 전부터 두근거렸고, 설명을 듣고 나니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2019년 프로기사에서 은퇴한 이세돌은 이후 보드게임 개발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바둑을 대신할 새로운 일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은퇴 이후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있지만 바둑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어 놓지는 못했다. 지금도 계속 그것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갈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직업 체험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세돌은 맥주 판매원부터 고층 빌딩 외벽 청소까지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바둑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혔다. 촬영 이후 몸이 뻐근하고 허리도 좋지 않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에서 얻은 의미를 강조했다.

이세돌은 "예전부터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존경했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더욱 존경하게 됐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어리숙한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며 "단순히 육체노동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발전하고 사회와 삶을 알아가는 모습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적성에 맞았던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고층 외벽 청소를 언급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높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며 "실제 작업은 정말 힘들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세돌이 다양한 현장에 뛰어들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둑을 통해 익힌 자세였다. 그는 "좋은 상황이든 어려운 상황이든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둑에서 배운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제 이름이 걸려 있는 만큼 책임감도 있었다. 그 책임감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의 도전을 지켜본 정재형과 장도연은 기존의 '천재 승부사' 이미지와는 다른 인간적인 매력에 주목했다.

정재형은 "처음에는 굉장한 분이라 가까이하기 어려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일을 맡겨도 아이처럼 받아들이고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자신의 경력을 완장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두 내려놓고 소년처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말씀도 정말 많으시다. 바둑에서 복기를 하던 습관 때문인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기억하고 설명하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만큼 집중력과 복기 능력이 대단하다. 방송에서도 그런 점이 재미있게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도연은 "이세돌 9단은 굉장히 계산적인 승부사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떤 일이든 계산 없이 순수하게 최선을 다한다"며 "바둑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든 그렇게 열정을 쏟았다면 1등이 됐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된 AI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세돌은 10년 전 알파고와 대국한 당사자로서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해 왔다.

그는 "AI는 놀랄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바둑계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5년 이상 먼저 AI의 영향을 경험했다"며 "사회에도 언젠가 이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변화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서로 공감하고 함께 나아간다면 더 이상 두렵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를 향한 조언도 전했다. 이세돌은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AI 때문에 지금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며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떤 분야를 깊이 공부한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역시 프로그램이 단순한 직업 체험을 넘어 현대인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백수를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AI가 앞서가고 우리가 뒤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세돌이 우리를 대표해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따뜻하고 뭉클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장도연도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없어진 시대다. 저 역시 언젠가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명섭 PD는 촬영 과정에 대해서도 "무더울 때 시작해 거의 100일 가까이 촬영했다. 이세돌 사범님은 대충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다. '찍먹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세돌은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삶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전하고, 추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바둑판 위에서는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새로운 일터에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이세돌. 승부사의 집념과 초보 사회인의 서툰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그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공감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백수 이세돌'은 오는 23일 오후 8시 30분 KBS 2TV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 = OSEN]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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