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멀티홈런' 홍성흔, 비장했던 이유

'2년 만에 멀티홈런' 홍성흔, 비장했던 이유

2012.08.22. 오전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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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내 스타일이 한국에서는 안 통했다".

롯데 자이언츠 홍성흔(35)은 말할 것 없이 가장 밝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언제나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한다.

그렇지만 최근 홍성흔은 부쩍 말수가 줄었다. 갈비뼈 실금부상 이후 타격 슬럼프에 빠져도 항상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홍성흔, 하지만 얼마 전부터 비장감을 느낄 정도로 표정이 굳었다. 경기 전 훈련을 할 때도, 경기 중 더그아웃에 앉아 있을 때도 홍성흔이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지난주 홍성흔은 여기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선수들은 인터넷에 있는 자신에 대한 댓글을 보지 않는다. 힘이 되는 글보다 원색적인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부진할 때면 좋은 소리는 듣기 어렵다. 그렇지만 홍성흔은 오히려 "그런 상황일수록 열심히 댓글을 본다"면서 "요즘 나에대한 여론이 안 좋은걸 알고 있다. (비난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오히려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홍성흔이 오랜만에 시원한 홈런포를 가동했다. 홍성흔은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솔로포 1방, 만루포 1방으로 5-3 승리를 이끌었다. 8회 터진 홍성흔의 만루홈런이 결정타였다. 홍성흔이 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한 건 지난 2010년 8월 1일 사직 LG전 이후 무려 752일 만이다.

속 시원한 홈런포로 승리의 견인차가 됐지만 홍성흔은 웃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참으로서 잘 하지도 못 하고 실실거리는 내 모습을 후회했다"는 것이 홍성흔의 말, 결국 인터넷 댓글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홍성흔은 "나는 웃어놓고 잘 하자고 다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게 한국에서는 안 통했다"며 "그래서 일부러 진지하게 하고 있다. 그게 벤치에서의 내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 덕분에 집중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홍성흔의 성적은 비난을 받을 정도는 결코 아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2할9푼5리의 타율과 58타점으로 강민호에 이어 팀 내 타점 2위를 기록 중이다. 홈런 8개도 팀 내 3위, 이미 지난해 홈런인 6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홍성흔'이라는 이름이 갖는 기대치와 무게감, 하지만 올해 롯데의 장타력 약화에 대한 짐을 홍성흔 홀로 짊어질 필요가 결코 없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최근의 홍성흔이 잔여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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