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승리 위해 기습 번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승엽, 승리 위해 기습 번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2.08.26.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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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내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 오로지 팀 승리만 생각할 뿐이다.”

삼성 ‘라이온 킹’ 이승엽(36)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할 타자다.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것과 더불어 이미 통산 장타율과 OPS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늦어도 다음 시즌에는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이승엽 스스로도 지난 해 귀국 당시 “양준혁 선배의 통산 홈런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며 기록 경신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오로지 팀의 승리만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기록은 머릿속에서 지운 채 페넌트레이스 우승만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서는 중이다. 올 시즌 내내 스윙도 최대한 간결하게 배트 중심에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승엽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홈런’이지만 이승엽 본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승엽이 홈런을 못 치는 것은 아니다. 25일까지 홈런 20개로 넥센 박병호, 팀 동료 박석민에 이은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유의 몰아치기가 발동된다면 홈런 타이틀 탈환도 가능하다.

25일 잠실 LG전에서 이승엽은 이전까지 상대전적 10타수 2안타로 고전했던 LG 좌투수 벤자민 주키치와 맞섰다. 주키치의 몸쪽 커터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던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도 첫 두 타석에서 2루 땅볼과 유격수 땅볼을 쳤다. 3회초 유격수 땅볼 후 홈을 밟아 팀의 첫 번째 득점을 올렸지만 상대 내야수의 실책성 수비가 동반됐기에 가능한 득점이었다.
 
반전은 5회초에 나왔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주키치의 초구에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를 댔다. 타구는 주키치의 우측을 향했고 주키치는 당황한 듯 송구조차 하지 못하고 내야안타를 내줬다. 삼성은 이승엽의 기습번트 후 박석민의 볼넷과 진갑용의 2타점 2루타로 LG에 앞서나갔다. 이승엽의 재치가 역전에 발판을 만든 셈이다.

경기 후 이승엽은 “처음부터 번트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주자가 나가면 기습번트를 대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주키치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향하는 땅볼 타구에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승엽이 이를 간파하고 번트를 계획했다. 

이승엽이 타석에서 풀스윙으로 일관해도 타율·홈런·타점·안타·결승타 부문 3위 안에 자리하고 있는 이승엽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승엽은 팀과 야구 앞에서 하염없이 자신을 낮추고 있다. 전날에도 이승엽은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결승타 기록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오늘 3타점을 올렸는데 3타점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한다”면서 “30경기 남았는데 선배지만 후배들에게 아무 이야기 안 한다. 잘 치고 있는 애들한테 특별히 이야기할 것 없다. 나만 잘 하면 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실제로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선배지만 권위의식을 버리고 가장 일찍 그라운드에 나타나며 솔선수범을 통해 후배들에게 다가간다. 지난 8년 동안 일본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예전보다 더 큰 사람이 됐다. 단 하나의 목표인 ‘팀의 우승’을 향해 매일 전력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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