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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최근 명동의 상인들은 줄어든 일본인 관광객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한때는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서는 일본어가 가장 많이 들렸지만, 이제는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게 된 것은 한일문제, 추운 한국의 날씨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엔저 현상'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엔화가 이번에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00엔 당 1514.8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엔화는 지난 14일 기준 1180.66원까지 떨어졌다. 6개월 사이에 엔화의 가치가 20% 이상 내려간 것이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엔저 정책을 선언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엔저 현상에 울상을 짓는 건 일본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던 명동의 상인들뿐만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있는 선수도 직격탄을 맞았으니 바로 이대호(31,오릭스 버펄로스)다.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펄로스와 2년 간 7억 엔을 받는 조건으로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가 오릭스와 계약을 맺었던 2011년 11월 당시 엔화의 환율은 100엔 당 1500원 정도였다. 곧 이대호가 2년 동안 받게 될 7억 엔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약 105억 원에 이르렀다.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원 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제시했던 금액은 4년 간 100억 원, 단순히 금액으로만 비교해도 이대호는 롯데 제시액의 2배를 받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한 셈이다.
엔화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건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00엔 당 1400원 대를 오가던 엔화 환율은 11월 초 1400원을 기록하더니 불과 2개월 만에 1100원 대까지 떨어졌다. 1월 17일 기준 엔화 환율은 100엔 당 1189원이다. 현재 환율로 이대호가 2년 동안 받기로 한 7억 엔의 가치를 따져보면 82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불과 2개월 만에 엔화 가치 하락으로 15억 원 정도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물론 일본 프로야구도 월 단위로 연봉이 지급되기에 실제로 이대호가 입은 금전적인 손실은 크지 않다. 문제는 현재의 엔저 현상이 일본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당분간 계속 될것이라는 전망이다.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이대호는 환율 때문에 실제 수령하는 금액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은 '엔고'의 수혜를 봤던 선수다. 2008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월로즈 진출 당시 엔화 환율은 100엔 당 872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었다. 때문에 임창용은 일본 진출 당시 엔화가 아닌 달러로 입단 계약을 맺었다. 이후 임창용은 일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거듭났고, 한창 엔화의 가치가 치솟았던 2011년 재계약 때는 엔화로 계약을 체결, 3년 간 15억 엔을 받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환율로는 200억 원이 넘는 액수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김태균(31,한화 이글스)과 이범호(32,KIA 타이거즈), 이혜천(34,두산 베어스)도 엔고의 수혜를 입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일본에서 뛰었던 시기는 엔화의 가치가 높았기에 그만큼 높은 연봉으로 뛴 셈이다. 특히 이혜천이 입단 계약을 맺었던 2009년 초반에는 100엔 당 1600원을 넘어서면서 '초엔고' 현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엔저 현상은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 새롭게 선보일 외국인 선수들은 예전보다 유난히 이름값이 높다. 외국인 선수 영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는 "엔화의 가치가 많이 내려가면서 우리나라 구단이 일본과 비교했을 때 제시할 수 있는 금액적인 측면에서 이득을 보게 됐다"면서 "일본으로 갈 선수가 한국으로 온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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