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도입될 수밖에 없던 현실②

[IN-POINT]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도입될 수밖에 없던 현실②

2023.11.03.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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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2023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도입이다. 앞으로만 달려왔던 K리그는 이제 안정적인 미래를 함께 도모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도입됐을 때부터 바라보는 여론은 썩 좋지 못했다. 리그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들려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

K리그의 재정 현황은 기형이다. 2023년 K리그 40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각 구단이 자체적인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시스템은 구축되지 못했다. 여전히 K리그 구단들은 모기업과 지자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생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K리그 구단들은 얼마나 모기업과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는 중일까. 2019년 기준, K리그 구단은 평균적으로 전체 운영비의 76%를 모기업과 지차체로부터 받고 있다. 돈을 번 만큼 써서 운영한다면 선수단 연봉조차도 지급할 수 없다.

구단 1년 운영비가 100억이 필요한 구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00억 중 76억을 지원받아서 쓰고 있는 셈이다. 충당해야 할 24억도 구단이 자체적으로 버는 돈이 아니다. 스포츠토토 분배금 등 구단이 자의적으로 벌고 있지 않은 수익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구단의 1년 운영비에서 '진정한' 수익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5~20% 안팎이다.

사진=코로나 시국 2020시즌 K리그 경기장 모습사진=코로나 시국 2020시즌 K리그 경기장 모습대부분의 구단이 1년 운영비 중 76%를 지원받고 있는데 운영조차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도 않은 구단들이 절반을 넘는다. 2019년 기준 25개 구단 중 19개 구단이 적자였다. 지원을 받는 것도 부족해서 추가적인 지원을 계속해서 받았다. '세금 리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리그의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축구가 멈췄던 시절에도 K리그의 상황은 비슷했다. 아이러니하게 K리그 구단들은 전 세계의 축구리그와 비교해서 코로나 시국에 큰 재정 피해를 받지 않은 축에 속한다. 모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들의 재정적 운영이 얼마나 기형적인지를 알려주는 '웃픈' 현상이기도 했다.

# 조건 없는 지원은 과연 영원할까

모기업과 지자체가 재정적 지원을 계속해주는 행복한 현실이 영원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가 당장의 대답일 것이다. 만약 K리그의 인기가 더 대중화되면서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가 된다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K리그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는 K리그가 '세금 리그'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분명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2023시즌 K리그의 성장세라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에는 가능할 것 같은 미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K리그의 인기가 지금 정도 수준에서 발전하지 않는다면? 계속된 지출과 적자로 인해서 모기업과 지차체가 구단 운영을 포기해버리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미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구단들도 적지 않다. 그 경험을 함께했던 팬들은 구단의 존속 여부를 기다리는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잘 알고 있다.

사진=K리그의 모범 사례가 되어가고 있는 대구FC사진=K리그의 모범 사례가 되어가고 있는 대구FC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를 우려했다. 파격에 가까운 지원을 해주는 모기업과 지자체가 구단 운영을 포기해버리면 구단이 문을 닫게 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이는 리그 운영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수이자 악재다. 구단이 하나둘씩 영업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K리그는 망한다. 너무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K리그의 현실이 그렇다.

리그의 발전 가능성을 두고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예측이 공존하는 와중에, 현실에서는 후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 최고의 흥행팀인 광주FC마저 매각 가능성이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시장을 통해 언급됐다. 광주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는 2023년에 구단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되는 현실에 놓치게 됐다. 역사상 첫 유료관중 200만 돌파라는 최고의 흥행 한편에는 K리그의 암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장밋빛 희망 속에 감춰진 현실은 연맹이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 시작은 코로나 시국이었다. 연맹은 재정 건전화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리그와 구단의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맹이 의도한 바는 이렇다. 구단의 재정적인 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서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자는 의도였다. K리그에서 '자립'을 운운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걸 연맹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모기업이나 지자체가 구단 운영을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닥쳤을 때, 구단이 최소한 문을 닫지 않는 수준까지라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모기업과 지자체가 항상 지원금을 줄 것이라는 걸 보장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구조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며 K리그가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시도도 아니다. K리그 구단들이 1년 운영비에서 티켓 판매, MD, 이적료 등의 자체 수익으로 버는 비중은 15~20% 정도다. 이보다도 낮은 구단들도 더러 있다. 최소한 선수단 비용이라도 지급하기 위해선 구단이 자체적으로 버는 수익이 지출의 60% 정도는 되어야 한다. 2023년부터 구단 평균 수익이 1년에 5%씩 성장한다고 해도 10년의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사진=2023시즌 흥행과 성적을 동시에 잡은 울산 현대사진=2023시즌 흥행과 성적을 동시에 잡은 울산 현대# 성적만 잘 나오면 최고의 팀인가요?

연맹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도입한 이유에는 재정적인 이유만 있지 않다. 현재 K리그의 모든 구단은 성적만 바라보고 나아간다. 성적이 곧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분위기가 리그 전체적으로 퍼져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은 구단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며 지분도 크다. 팀의 재정적인 기반이 아무리 탄탄해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팬심이 등을 돌린다. 팬이 떠나버린 구단의 미래는 뻔하다. 수익 악화는 당연한 수순이고, 이는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망칠 것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현실을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구단을 완벽히 평가하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 합리적인 재정적 지출을 통해 성적을 내는 구단과 감당도 못하는 적자까지 만들어가면서 결과를 가져오는 구단이 있다면 당연히 전자 구단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성적은 곧 성공적인 구단 운영'이라는 공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구단의 방만한 운영은 결국 파멸을 가져온다. 2010년대 중반 말라가의 역사가 재정적 파멸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말라가는 한때 스페인 라리가에서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작성했다. 분위기만 보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양분하는 스페인에서 새로운 강자처럼 떠오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말라가는 방만한 운영 속 선수들의 임금까지 체불하다가 2019-20시즌 파산을 선언했다. 지금은 스페인 3부리그를 전전하는 팀이 됐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돈을 쓴 구단의 비참한 최후를 제대로 보여주는 예시다.

파산에 가까운 지경이 됐을 때, 대부분의 구단은 흔히 말하는 '슈퍼 구단주'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 구단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1차적이며 절대적인 지표는 성적일지라도, 성적을 가져오는 과정에 있어서 구단의 방만한 운영이 있었는지 또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재 K리그는 구단의 운영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과도한 성적 지상주의의 폐해 중 하나다.

# 투자 '제한'이 아닌 '다각화'

과도한 성적 지향적인 주의를 막고자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수익에서 70%까지만 선수 비용에 투자하도록 상한선을 둔 것이다. 투자를 제한하는 제도라는 시선으로만 인식하면 곤란하다. 이번 제도는 70%는 선수 비용, 즉 성적에 투자하되 나머지 30%는 구단의 다른 영역을 위해 써달라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

성적이 1년 사업이기 때문이다. 트로피를 가져왔든, 강등을 당했든 그 시즌의 성적은 다음 시즌으로 이월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구단이 '윈나우(WIN-NOW)' 기조를 세워서 수백억 투자해 우승을 차지했다고 해도, 내년 시즌 우승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적을 추구해야 하는 대상은 감독과 선수 중심의 선수단이다. 그사이 프론트는 성적과 함께 관중을 증대시키고,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K리그는 후자에 대한 중요성이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

사진=2023시즌 관중이 대폭 증가한 대전하나시티즌사진=2023시즌 관중이 대폭 증가한 대전하나시티즌프론트가 관중 모집 및 수익 증대를 모색하지 않고, 오로지 성적에만 매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단의 대표자급 교체가 잦은 시·도민구단의 특성상, 일부 수뇌부가 성적 욕심을 과하게 낼 때가 존재한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열정은 이해하지만 과도한 선수단 투자는 구단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투자로 성적을 가져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축구는 돈을 쓴다고 성적이 보장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 운영에서 낭비되는 액수가 적지 않다. 1시즌 동안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라든지, K리그로 이적했다가 제대로 경기도 뛰지 않는 채 다시 외국으로 나가버리는 외국인 선수 이적 같은 사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성적과 다르게 인프라, 유소년,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얼마를 하든 '이월'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합리적인 투자 아래 훈련장을 만들면 당연히 선수단 실력 향상에 매 시즌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한국 최고의 리그인 K리그1 구단들도 여전히 훈련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관중은 늘어가고, 인기는 높아지고 있는데 잔디와 훈련장 같은 인프라 문제는 왜 매 시즌 반복되고 있을까. K리그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건넬 수 있을까.

유소년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를 잘 키워내서 1군 자원까지만 만들 수만 있다면 이적료 수익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성골 유스가 팀의 핵심 선수가 되어서 우승까지 만들어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K리그에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소년 투자에 대한 성과는 단기간에 나올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자리매김만 한다면 평생 돈 안 쓰고 로또를 노려볼 수 있는 창구가 된다.

마케팅 역시 똑같다. 관중은 슈퍼스타와 성적만으로 모으는 게 아니다. 마케팅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종목은 아니지만 미국 NBA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마케팅을 통해 리그의 미래를 바꿔놨다.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라는 역대급 스타가 동시에 라이벌리티를 구축한 것도 크지만 흔히 말하는 요즘 세대를 타켓팅한 마케팅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제 NBA의 성장성은 미국 최고 스포츠인 야구(MLB)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성적과 경기력만으로도 리그를 성장시킨다는 발상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사진=K리그 마케팅 아카데미사진=K리그 마케팅 아카데미K리그의 마케팅 현실은 안타깝다. 마케팅은 성적과 관련없이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유일한 장치지만 매우 등한시되고 있다. 스포츠토토 분배금을 제외하면 구단 자체 예산으로 마케팅에 투자하는 구단은 매우 극소수다. 극소수의 구단마저도 극히 일부의 예산만 편성하고 있다. 일부의 예산마저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환경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러한 성장형태가 K리그를 정말로 위하는 길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래서 K리그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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