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싸패다' 하면서 팬클럽 생겨...이대로만 살았으면" [인터뷰]

허성태 "'싸패다' 하면서 팬클럽 생겨...이대로만 살았으면" [인터뷰]

2020.01.16.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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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몽', OCN '왓쳐', 영화 '말모이', '열두 번째 용의자', '신의 한 수: 귀수편', '블랙머니', 그리고 지난 9일 종영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까지. 배우 허성태의 2019년 필모그라피는 누구보다도 빽빽하다.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성태는 "정신없이 계속 행복했다"고 지난해를 되돌아봤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하면서 팬클럽도 두 개나 생겼다"고 웃은 그는 "더 바랄 것도 없고 딱 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더없이 행복한 바람을 밝혔다.



그간 선 굵은 악역을 주로 맡아온 허성태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쭈글미 넘치는 전직 조폭 장칠성으로 변신했다. 색다른 코믹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장칠성에게 그 역시 푹 빠졌다고 한다.


"역할에서 못 빠져나오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 칠성이는 떠나보내기가 아쉽고 힘들었어요. 감독, 작가님께도 문자 드렸지만, 정말 평생 이것만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유쾌한 매력을 선보인 장칠성의 대사는 상당 부분 그의 애드리브였다. 대사 중 '신의 한 수:귀수편' 배역 부산잡초를 언급하거나, 자신의 나이를 1988년생이라고 밝히는 부분 모두 그의 순발력이었다.


"첫 촬영 때 감독님이 제 애드리브를 좋아해 주셨어요. 1, 2화 방송 끝나고 작가님께 '애드리브 쳐서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작가님도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모든 신에 애드리브를 넣었어요. 작가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조심하면서요. 나중에 되니까 감독님이 컷을 빨리 안 끊으시더라고요."



주로 악역을 연기하던 허성태였기에 '이런 사람일 줄 상상도 못 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는 '헤어나오지 못하겠다'는 표현이 기분 좋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팬클럽도 생겼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 하면서 팬클럽도 두 개나 생겼어요. 하나는 '편백단'이라고, 제가 MBC '구해줘!홈즈'에서 편백나무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대요. 둘 다 가입했어요.(웃음)"


기존의 묵직한 이미지를 버리고 코믹 캐릭터로 변신하는데 주저함은 없었을까.


"조금 작정하고 했던 것이 있죠. 모든 사람이 그 정도의 지질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여과 없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너무 여과 없이 보여준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코믹 캐릭터가 훨씬 편해요. 영화 '부라더' 때도 행복했어요."


가장 가까운 가족들 역시 그의 변신에 행복해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보고 데굴데굴 구르셨어요. 평소의 저와 비슷한 면이 많거든요. 아내도 되게 좋아했어요. 평소 다른 역할을 볼 때는 연기적인 측면으로 많이 봐줬는데, 이건 자기가 빠져서 보고 있더라고요. 마지막 회에 머리 내리고 찍은 걸 보자마자 넘어갔어요. '88년생' 부분 보고는 미쳤느냐면서. 진짜 많이 웃었어요."



애드리브뿐만 아니라, 허성태는 장칠성의 많은 부분에 자신의 색채를 더했다고 한다.


"부산 사투리를 쓰자고 제가 제안했고, 쉼표 머리도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어요. 작가님이 이런 문자를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는데요, '자신은 칠성이 테두리를 스케치한 거고, 배우님이 물감으로 잘 칠해주셔서 이렇게 됐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촬영 현장에 대해 "역대급으로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표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윤시윤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들며 여전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윤시윤 씨는 아주 열려있는 사람이고, 박학다식하고 취미도 많은 동생이에요. 제 애드리브도 재밌다며 하는 대로 다 받아주고요. 아, 그런데 이 말은 꼭 써 주세요. 인공호흡할 때 제가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박성훈 데려오라고 했는데, 저도 윤시윤 씨 말고 김기두 씨가 제 취향이에요. 복수하는 거예요.(웃음)"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시종일관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최종 3%로 종영했다. 이에 대해 허성태는 아쉽지만, 그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다들 고생하는데 시청률이 높으면 활력소가 되고 더 즐거웠겠죠. 그렇지만 안 그래도 저희끼리 충분히 즐거웠어요. 저 역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그가 시청률과 관객 수에 연연하지 않게 된 사연이 있다. 출연한 영화가 동시에 개봉하는 상황을 두 번이나 겪다 보니 일부러 신경을 끄게 된 것.


"예전에 제가 출연한 영화 '범죄도시'랑 '남한산성'이 같은 날 개봉했어요. 이번에도 '블랙머니'와 '신의 한 수:귀수편'이 1주일 차로 개봉을 했는데,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메인 영화 두 편이 경쟁하는 상황이 두 번씩이나 반복되니까, 이 팀에 가면 저 팀에 죄인 된 것 같은 기분에 혼자 약간 괴로웠어요. 그걸 느껴보니까 그냥 나란 사람은 내일 연기만 열심히 하고 그런 걸 신경 안 써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어요."


그러면서 그는 '블랙머니' 팀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블랙머니'가 200만 관객 돌파했을 때 술자리에 갔어요.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한마디 씩 하라길래 '안녕하세요, '신의 한 수:귀수편'의 부산잡초입니다'라고 인사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웃으면서 절대 신경 쓰지 말라고 토닥여줬어요. 두 작품 다 잘 돼서 다행이에요."



허성태는 올해도 오는 22일 개봉하는 '히트맨'과 아직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은 '스텔라'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에 '히트맨'이랑 '스텔라'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까 봐 엄청나게 걱정했는데, 다행히 '스텔라'가 늦게 개봉하게 됐어요. 둘 다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다른 모습이 있는 역할이라 매력적이에요."


이번에도 허성태는 코믹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히트맨' 촬영 현장 역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처럼 유쾌했다고 귀띔했다.


"'히트맨' 촬영 현장도 애드리브 천국이었어요. 이이경, 정준호 선배와 함께 연기할 때 깜짝 놀랐어요. 서로 웃음을 도저히 못 참아서 웃다가 끝난 적도 있어요. 제 역할은 국정원 고위급 친군데, 준(권상우 분)을 계속 쫓아다니는 빌런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많이 웃게 되실 거예요."


지난 한 해 끊임없이 달려온 허성태는 덕분에 많은 점을 느꼈다고 한다.


"작년에 해보면서 배우가 부지런하고 생각을 잘 해야 한다고 많이 느꼈어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칠성이도 그렇고, '블랙머니' '스텔라' '히트맨' 속 캐릭터 모두 촬영하면서 제가 채워나갔는데, 처음 시나리오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 돼서 감독님과 함께 놀랐어요. 내가 만들어야 그 역할이 빛나는 것 같아요."



이미 SBS '펜트하우스' 출연을 확정 지은 그는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어제는 '이몽' 윤상호 감독님 차기작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 리딩을 했어요. 저는 특별 출연으로 잠깐 나와요. 다음 달부터는 SBS '펜트하우스' 준비해요. 신은경 선배 남편이고, 진지희가 딸로 나오는데 딸 바보 캐릭터예요. 생활밀착 연기를 펼칠 텐데, 끝에는 반전이 크게 있는 사람이에요. 신은경 선배에게 연기를 잘 배워갈 것 같아요."


끝으로 허성태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말에 "그런 건 없다"며 "딱 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전 회사 다닐 때 사업계획서를 많이 썼는데, 그대로 되는 게 하나 없어요. 맨날 이거 왜 만들지 생각했어요.(웃음) 제가 아무리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해봤자 소용없는 것 같아요. SBS '기적의 오디션' 통해 인연 맺은 이범수 선배가 하신 말을 생각해요. '인생과 연기는 똑같다. 공터에서 17 대 1로 싸우면 맞아 죽지만, 골목에서 천천히 싸우면 몇 명은 때려눕힐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오늘만 보고 살려고요."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한아름컴퍼니,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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