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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배우 오타니 료헤이는 일본인이다.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은 이런 그의 정체성을 십분 활용한 작품이다. 료헤이는 극 중 조국을 버리고 이순신 장군의 편에 선 준사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뜨거움을 전한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 선택, 그러나 그는 "부담은 촬영 전까지만이었다"라며 웃어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에게 "천만이 코 앞이다"라고 미리 축하를 건네며 "흥행이 놀랍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관객이 많이 갈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현장에서도 그림이 잘 나왔다는 얘기가 있었으니까. '얼마 간다' 이런 얘기는 구체적으로 없었지만 느낌이 좋았다. 잘 찍고, 좋은 영화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사실 예측한 부분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를 상상해 떠올려볼만한 이야기다.
이순신 감독의 명량 해전을 그린 영화. 전기물이 아닌 '명량'이라는 전투에 집중했다. 단 12척의 배로 수백척 왜군의 공격에 맞선 이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일본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준사 역에 실제 일본인이 연기 했으면 좋겠다"라는 감독의 말이 있었고, 료헤이는 쾌재를 불렀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너무나 하고 싶은 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으로서 준사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고민까지는 아닌데 부담은 있었어요. 스파이라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나라를 배신하고 간 거니까요. 생각했던 것 보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말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부담은 딱 촬영 전까지만이었어요.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역할에만 집중 했죠.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있게 캐릭터로 들어갔어요."
준사 이야기만 단독으로 끄집어 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캐릭터는 드라마틱해 보인다. 영화는 일본인인 그가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조선의 스파이가 됐을까를 설명해주기보다는 상상하게 만든다.
"준사란 캐릭터는 일본 쪽에 있다가 조선으로 넘어갔잖아요. 영화에서는 그 과정을, 보시는 분들이 상상할 수 밖에 없는데, 자유롭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한 건 본인이 어떤 신념이 있어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죠. 절대 쉽게 간 건 아닐거예요."
일본인 지인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봤나?"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액션신 찍느라 고생했겠다. 촬영하느라 힘들었겠다. 이런 얘기만 하더라"고 말했다.
적수마저 존경심을 가졌다는 이순신. 그에 대해 사전에 이순신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묻자 고개를 흔들었다. 놀랄 일은 아니다.
"거의 몰랐죠. 그래서 기본적인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촬영 전 인터넷이나 책으로 공부를 했어요. 배경을 알아야 하니까. 그런데 준사 같은 경우는 실존 인물이긴 한데 자료가 많이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상상력을 동원했습니다."
촬영 전 가졌던 부담은 내려놨지만 현장이 물리적으로 쉬운 것만은 아니였다. 귀가 크게 갈라진 사고를 당한 것. 당시 상황에 대해 료헤이는 "가위로 자른 것처럼 귀가 벌어져서 정말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그런 투혼은 달콤한 흥행 성적으로 보상받고 있다. 힘들었지만 전투신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들이 다 나와서 뿌듯하단다.
료헤이가 보는 최민식도 궁금했다. 모든 후배들이 한 번쯤 같이 연기하는 것을 희망하는 선배. 특히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남다른 감회가 있을 듯 했다.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세요. 저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한테요. 매일 촬영하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연기할 땐 카리스마 넘치시지만 사석에서는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해주시죠. 인상적인 것은 연기할 때 정말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 거예요. 정말 부담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여쭤봤어요. 부담 없으시냐고요. 그랬더니 '긴장이나 부담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김한민 감독과는 영화 '최종병기 활'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료헤이는 이에 '최종병기 활'에 이어 영화 2연타 홈런을 날렸다. 김한민 감독이 굉장히 애정하나보다, 란 말을 건네자 "감독님이 내 눈빛이 마음에 드신 것 같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어보였다. "열정 넘치는 완벽 주의자"라고 김한민 감독을 설명한 그는 "현장에서는 완벽주의자인데 사석에서는 너무 부드러우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김한민 감독에 대한 믿음. 그 믿음으로 인해 이 작품은 '안 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오타니 료헤이는 다시한 번 말했다.
한 발짝 한국 대중에게 더 다가선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에 대해 물었다. 그간 주로 세고 다크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밝은 변모도 보여주고 싶다는 그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전 거창하게 멀리 보지 않아요.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죠. 지금은 한일 합작 작품에 관심이 많고, 현장에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교포, 일본 사람 역할을 잘 따 내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명량'을 통해서는 자부심도 많이 생겼어요. 한 동안 저 개인적으로도 '명량' 준사로 많이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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