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뺨때리며 울리지 않는 게 최대 반전

'히말라야' 뺨때리며 울리지 않는 게 최대 반전

2015.12.09.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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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멀쩡히 다니던 직장도, 결혼도, 가족도 뒤로 한 채 해발 8848m에 오른다. 명예, 돈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눈 쌓인 그곳에서 홀로 춥게 죽어간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시신 없이 장례식을 치른 동료의 가족을 위해서다.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 JK필름 제작)는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황정민이 엄홍길 대장을 연기했고, 정우가 원정 중 목숨을 잃은 고 박무택 대원을 연기했다.



\'히말라야\'는 기대(?)보다 덜 뻔뻔스럽고 묵직하다. 제작사 JK필름 영화 가운데 가장 담백하다. 관객을 한껏 몰아세우며 웃기고 울릴 줄 알았던 영화는 의아할 만큼 진중하게 엄홍길 원정대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몇몇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연상하게 할 만큼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이는 아마도 소재가 지닌 태생적 무게감 때문이었을 터. 이석훈 감독은 \"편안한 환경에서 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고 느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고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지만, 대가도 없이 오로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른 이들의 모습을 묵묵히 따라간다. 산악영화에서 흔히 봐온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이 영화에 없다.(오히려 이러한 스릴은 \'대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히말라야에서 겪는 모진 고통을 스펙터클, 스릴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이석훈 감독과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실화를 대하는 태도와 직결된다. 늘 사람 냄새나는 영화를 만들어왔던 JK필름은 신파라는 인장을 버리고 예의를 택했다.




제작진의 진심과는 별개로, 바꿔 말하면 누군가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 더군다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안 봐도 빤한 상투성 아닌가. \'안 봐도 본 것 같은\' 것 이상의 감동을 관객에게 안기기엔 사실 신파가 가장 용이한 전략.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우회해 간 \'히말라야\'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대중적으로 통할지는 사실 미지수.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상투성을 뚫고 가슴을 움켜쥔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어김없이 잘 해낸 정우, \'댄싱퀸\', \'국제시장\'의 기시감도 떨쳐내는 황정민 특유의 온정이 담긴 연기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박무택의 시신을 끌어안고 \"너무 딱딱해. 늦게 와서 미안해\"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황정민의 열연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내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각자 위치에서 최적의 역할을 해낸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이해영, 전배수. \"산에 올라갔고 산이 된 것을 운명\"으로 여기는 이들 그 자체가 된 배우들의 혼신이 연기가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 안에서 출렁인다. 무엇보다 박무택 대원의 아내로 분한 정유미는 \'히말라야\'의 히든카드. 영화의 후반부 무전기를 통해 내뱉은 대사와 표정은 오직 정유미이기에 가능했던 연기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 \"경치 쥑이네(죽이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 히말라야의 풍광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우려했던 CG의 이질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댄싱퀸\'(12), \'해적:바다로 간 산적\'(14)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월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5분.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히말라야\'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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